한국경제 우리가 이끈다 ‘여성경영 시대’ 활짝

재계 여성3세 경영 보이지 않는 파워게임 시선집중

김세헌

betterman89@gmail.com | 2013-09-02 11:22:37

▲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과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 이부진 호텔 신라 사장.

호텔계 우먼파워 ‘이부진‧정유경‧조현아’ 한판 승부


개성 3인방, 경영점수 ‘엎치락뒤치락’ 평가 엇갈려


신라‧조선‧KAL호텔 뒤에는 삼성‧신세계‧대한항공이


[토요경제=김세헌 기자] 최근 재계 ‘재벌가(家) 3세 딸들’의 시장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과거 재벌가 안주인이 경영 전면에 직접 나서지 않고 내조 역할에 충실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재벌가 3세 여성들은 직접 경영에 참여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상황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990년대에 예고했던 ‘여성시대’가 꽃을 피우고 있는 모습이다.


현재 이들 3세 여성 경영인들은 호텔을 비롯해 백화점, 명품, 패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데, 특히 호텔 분야에서 치열한 자존심 싸움이 전개되고 있어 재계와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부진, 다부진 혁신경영으로 호텔신라 진두지휘


여성 재벌가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경영인으로는 역시 삼성 이건희 회장의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꼽힌다. 이 사장은 지난 2010년 12월 취임 이래, 호텔신라의 꾸준한 성장을 견인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사장의 경우 2001년 9월 호텔신라 기획부 부장으로 입사하면서 본격적으로 경영 수업을 받기 시작해 호텔신라 CEO 자리까지 올랐다. 호텔사업을 통해 경영능력을 인정받은 그는 2002년 4200억원에 불과하던 영업이익을 2010년 1조4000억원으로 대폭 끌어올린 장본인으로 꼽힌다.


이 사장은 업계 불황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면세점 확장을 통해 중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여 높은 실적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같은 면세점 사업 부문의 성장으로 호텔신라의 주가도 오름세를 기록하고 있다. 2010년 12월 3만2000원이던 주가는 2년 반 만에 2배 이상 올랐으며 상승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호텔사업 부분에 있어서는 부채의 증가와 영업이익률 감소 등 뚜렷한 실적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호텔신라의 호텔사업 부문 매출은 전체 2조1897억원 가운데 2553억 원에 그쳤는데, 2009년부터 계속 하락하고 있다. 면세점 사업에 비중을 높이다보니 호텔 사업의 매출 비중은 크게 하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월 이 사장은 저조한 호텔사업의 돌파구로 1979년 호텔신라 개관 이래 최초로 리모델링을 실시했다. 이는 정체돼 있는 호텔 사업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적극 추진된 것으로 세간의 큰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많은 경영전문가들은 이 사장의 경영방식에 대해 ‘책임경영’이라는 평가를 내린다. 이 사장은 지난해 이어 올해도 직접 주총 의장으로 나와 향후 사업계획을 설명하는 등 책임경영에 나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특히 이 사장이 호텔신라 지분을 갖고 있지 않은 것을 감안할 때 그의 책임경영은 더욱 신뢰감을 주고 있다는 평이다.


재계 관계자는 “호텔신라는 이 사장 취임 후 성공을 거둔 면세점 사업과 함께 최근 리모델링을 통해 호텔사업에도 집중하고 있는 상황으로 시장경쟁력을 더욱 높여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유경,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조선호텔 차별화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큰 딸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은 내수시장 불황 속에서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 백화점 매출 부진을 온라인 쇼핑몰로 대체하면서 수익균형을 맞추는데 힘을 쏟아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영향을 받아 올 들어 신세계 주가는 3.43%의 상승률을 보이기도 했다.


정 부사장은 지난 1996년 신세계 계열사인 조선호텔에 입사한 뒤 자신의 주특기인 디자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왔다. 조선호텔 객실의 메모지와 우산 등 각종 소품은 정 부사장의 디자인 감각으로부터 나온 것으로 국내 다른 호텔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기도 했다.


다소 공격성을 띈 선대 이명희 회장과 달리 정 부사장은 섬세하고 여성적인 면이 두드러져 ‘부드러운 카리스마’ 경영을 보이고 있다는 평이다.


정 부사장의 본격적인 경영 행보는 지난 2009년 조선호텔 상무에서 신세계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부터다. 신세계백화점의 광고와 마케팅 부문에서 VIP를 대상으로 한 문화마케팅과 디자인 분야에 대한 섬세한 접근으로 좋은 성과를 올렸다. 또 이마트 내부에 있던 브랜드 관련 팀을 신세계의 패션 계열 자회사인 신세계인터내셔날로 옮겨와 한층 더 강화된 고품격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탈바꿈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 부사장은 주력분야인 호텔사업보다 신세계 명품사업에 더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유명 브랜드 패션사업 부문에서 역량을 강화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신세계는 1996년부터 신세계인터내셔날을 통해 해외 패션 브랜드 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쳐왔다. ‘돌체앤가바나’, ‘코치’, ‘엠포리오 아르마니’, ‘조르지오 아르마니’ 등 상당수 유명 브랜드 매장이 신세계백화점 내에 있어 수요층의 관심을 꾸준히 받고 있다.


현재 정 부사장은 신세계의 패션 사업을 진두지휘하면서 최근엔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외국 유명 브랜드를 특유의 디자인 감각으로 선별해 선보이며 관심을 끌고 있어 향후 명품관을 이끌 수 있는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초 불거진 빵집 논란으로 골목상권 장악이라는 오명을 받는 등 어려움을 겪었지만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을 보좌하며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어 향후 그룹의 한 축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조현아, 강한 추진력 앞세워 KAL호텔 지배력 ‘Up’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녀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은 비빔밥, 비빔국수 등 한식을 대한항공 기내식에 도입, 기내식 서비스를 한 단계 끌어올려 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재계에서는 한진가 3세 가운데 카리스마가 넘치고 추진력이 강해 아버지인 조 회장이 쌓아온 한진그룹의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 부사장은 지난 2010년 LA상공회의소와 캘리포니아 주지사실 주최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해 아놀드 슈워제네거 당시 미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만나 한진그룹과 캘리포니아주 간 관계개선에도 기여해 호평을 받기도 했다.


당시 슈워제네거 주지사는 LA 금융 중심부에 위치한 윌셔그랜드호텔을 최첨단 친환경 호텔과 오피스 건물로 바꾸는 한진그룹의 ‘월셔그랜드호텔 프로젝트’를 칭찬했는데, 그 프로젝트를 만든 장본인이 바로 조 회장과 조 부사장이었다.


현재 조 부사장은 호텔과 여행 관련 계열사의 경영에 적극 참여하면서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칼(KAL)호텔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한진관광, 항공종합서비스, 왕산레저개발, 호미오세라피, 와이키키레조트호텔, 한진인터내셔널 등 6곳의 임원을 맡으며 주로 호텔사업에서 지배력을 넓혀가고 있다.


코넬대 호텔경영학과 졸업한 조 부사장은 전공을 살려, 특히 칼호텔네트워크를 통해 호텔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KAL호텔네트워크가 대한항공의 제주칼호텔, 제주파라다이스호텔, 서귀포칼호텔 등을 양도받으며 영역을 키우고 있는 상황이어서 향후가 더 기대되고 있다.


조 부사장이 호텔사업을 더 강화할 경우 이부진 사장(호텔신라)과 정유경 부사장(조선호텔) 등 ‘삼성가’ 3세와의 경쟁도 재계의 큰 관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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