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내란음모 의혹 정국강타
신 공안정국 강풍 부나?...수사 왜 하필 이때?
이완재
puryeon@naver.com | 2013-09-02 11:14:41
국정원, 이석기 내란음모 혐의 구속영장 청구
3년여간 내사 녹취록 등 체제전복 혐의 확보
野, 국정원 개혁 압박속 수사강행 의혹 눈초리
與, 수사 주시 속 역풍 ‘우려’ 조심스런 분위기
[토요경제=이완재 기자] 이석기 發 ‘내란음모 파문’이 정국을 강타하고 있다. 국가정보원이 지난 29일 통합진보당 이석기(51) 의원에 대해 내란음모 및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사전구속영장 청구를 신청한 것. 헌정 이래 내란음모 혐의가 현직 국회의원에게 신청된 것은 초유의 일이다. 국정원은 3년간 이 의원에 대한 주도면밀한 내사를 통해 내란에 해당하는 상당한 증거물을 획득한 것으로 전해졌고, 당사자인 이 의원 측은 국정원이 ‘상상속의 소설’을 쓰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며 혹시나 불어올 역풍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야당 역시 비슷한 논조를 보이며, 다만 개혁의 대상으로 지목한 국정원이 이 사건의 수사 주체기관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폐지, 국내 파트 축소 등 국정원 개혁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는 시점에 국정원이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정치적 계산이 깔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면전환을 위해 초대형 공안사건을 터뜨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 일로 진보와 보수간 진영싸움도 고조되며 신 공안정국으로 흐르는 분위기다.
◆국정원, 통진당 3명 체호...이석기 집무실 압수수색
국가정보원은 지난 28일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 일부 당직자들이 국가기간시설 파괴와 인명 살상방안을 모의한 혐의(내란음모 등)를 적용, 3명을 전격체포했다. 국정원은 이날 통합진보당 홍순석(49) 경기도당 부위원장과 이상호(50) 수원진보연대 지도위원, 한동근(48) 전 수원시위원장 등 3명을 체포했다. 검찰 등에 따르면 이들은 이 의원이 제19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직후 만나 국가기간시설 파괴와 대규모 인명 살상방안을 모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정원은 특히 이 의원이 지난해 총선 직후 '경기동부연합' 회의에서 "유사시에 대비해 총기를 준비하라"고 말한 녹취록을 증거자료로 확보, 형법상 내란음모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함께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과 의원실에 대한 국가정보원의 압수수색이 약 12시간30분간 진행됐다. 국정원은 압수물품 11건을 확보했다.
국정원 직원 20여명은 전날 오후 2시30분께부터 이날 오전 3시까지 이 의원실 내 집무실에서 컴퓨터 하드디스크 이미징 작업을 하며 내란음모 혐의 관련 자료를 수색했다. 종이문서 수색작업도 동시에 이뤄졌다.
그 결과 국정원은 종이문서자료 9건과 하드디스크 이미징 자료 2건 등 모두 11건을 압수한 뒤 의원실을 빠져나갔다.
진보당에 따르면 압수물품 11종에는 대통령 직속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가 발간한 자료, 정치평론가 유창선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의견을 복사한 자료, 민주당이 작성한 '여론조사로 본 단일화 정국-시사점 및 제언' 보고서 등이 포함됐다. 또 열린우리당의 허인회 청년위원장의 장인인 전창일 몽양 여운형선생기념사업회 이사가 이 의원에게 보냈던 편지가 압수물품에 포함됐다. 국정원은 당초 진보당 중앙위원회 자료, 최고위원회 자료, 의원단 총회 자료 등 공식문서까지 압수하려 했지만 "당의 공식문서들을 압수물품으로 가져가겠다는 것은 진보당의 모든 활동에 내란음모혐의를 적용한 뒤 정당해산으로 이어가려는 시도"라는 진보당의 반발에 결국 이를 철회했다.
이 밖에 국정원은 이 의원이 선물로 받은 등산용 칼을 압수해 총포 도검 화약류 등 단속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려다가 막판에 마음을 바꿔 물품목록에서 제외한 것으로 전해졌다.
압수수색 종료 후 진보당 홍성규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에게 생소한 내란죄란 이름으로 현역 의원에게 '내란의 수괴'라는 음모를 덮어씌워 압수수색을 했지만 베테랑이라
는 국정원 직원들이 12시간에 걸쳐 찾아낸 것이 11건에 불과했다. 혼자 들어도 가벼운 박스를 직원 2명이 함께 들고 나갔다"며 국정원을 비난했다.
특히 민주당이 제작한 문건을 압수한 것을 놓고 홍 대변인은 "당혹스럽다. 제1야당마저 내란세력으로 몰려하느냐. 얼마전 원세훈 국정원장 지시사항에서 이명박 정권에 반대하는 박근혜 당시 총재까지 종북세력으로 몰아붙인 것이 기억난다"며 국정원에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홍 대변인은 "진보당은 현 사태를 촛불시민 전체를 내란죄로 몰려는 박근혜 대통령과 국정원의 모략극으로 본다. 촛불시민과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며 박 대통령과 국정원을 싸잡아 비난했다.
이날 의원실에서는 이석기 의원 본인에 대한 신체 압수수색도 이뤄졌다. 이 의원은 이날 오후 3시10분께 신체검색을 마친 후 건너편에 있는 오병윤 의원실로 이동했고 오전 4시 현재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안에 머물고 있다. 이 의원과 진보당 의원, 당직자들은 저녁식사를 도시락으로 해결하며 압수수색 경과를 주시했다. 이 와중에 진보당 소속의원 보좌관들이 김재연 의원실에 있던 접이식 간이침대를 오병윤 의원실로 옮기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국정원은 조만간 이 의원실 보좌관에 대한 압수수색도 재개해 이 의원실 압수수색 절차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 새누리, 사법당국 조사 지켜볼일...일각 역풍 우려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 음모 의혹이 돌연 불거지면서 정국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새누리당은 '경악할 일'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놀라움을 표하면서도 일단 사법당국의 수사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다만 당 일각에서는 빠른 시일 내에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할 경우 국정원은 물론 청와대, 집권여당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았다.
황우여 대표는 지난 29일 강원도 홍천 대명리조트에서 열린 새누리당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국회에서 일어났다"며 "이석기 의원에 대한 수사를 지켜보고 있다. 사법당국이 엄정하고 공정하고, 신속하게 수사를 마쳐서 판단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최경환 원내대표 역시 "현역의원이 체제 전복과 내란 음모 혐의의 주동자라는게 사실로 밝혀진다면 대한민국 정통성을 부정하는 세력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뿌리 깊게 박혀있는지를 드러내는 충격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국정원과 검찰은 국민에게 주는 충격과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한 점 의혹 없이 수사해야 한다"며 "새누리당은 정확한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신중하고 냉정한 자세로 사태를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연찬회 쉬는 시간에도 내란음모 사건에 대한 이야기들이 곳곳에서 오갔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확실한 근거는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있다. 내란 예비음모만 해도 처벌수위가 높다"며 "내란 음모 사건이 국회 정상화의 촉매제가 될 지, 방해제가 될 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내란음모 사건이 국정원 개혁에 영향을 미칠 지 여부에 대해서도 "국정원 개혁안이 9월까지 나오는데 국내파트는 해체할 수 없다. 국정원 대북파트가 간첩 90%를 쥐고 있는 만큼 대공수사권은 절대 폐지 못 한다"고 일축했다.
국정원 국정조사 특위 여당 간사를 맡았던 권성동 의원은 "내란예비음모 혐의면 당연히 구속사안"이라며 "(내란과 관련된) 말을 교환하고, 많은 사람과 의사 연락이 있으면 된다. 내란예비음모 구속요건은 어려운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권 의원은 이석기 의원 측이 압수수색 과정에서 국정원과 대치한 데 대해 "압수수색 방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사법부가 발부한 영장 거부는 헌법에 대한 도전"이라고 밝혔다.
국정원 댓글 사건과 이에 따른 개혁 여론이 점화된 시점에서 국정원이 '물타기'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항상 수사를 방해하는 측에서는 '시점이 좀 그렇다'고 얘기한다"고 말했다.한편 당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에 따른 역풍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재선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국정원이 이석기 의원과 관련한 녹취파일 말고, 확실한 증거를 찾지 않으면 안 된다. 또 왜 지금 이석기 의원을 수사해야 하는 지에 대한 명확한 답을 빠른 시일 내에 내놓아야 한다"며 현 상황에 대한 부담감을 내비쳤다.
또 다른 재선 의원은 "국정원과 검찰이 증거를 갖지 않고서는 현역의원에 세 사람을 체포할 리 없지 않겠느냐"며 "언론에 나온 내용들이 사실이라면 굉장히 엄중한 것이다. 타이밍을 따질 때가 아니라 바로 해야 한다. 새누리당은 차분하게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국민이 봤을 때 굉장히 받아들이기 힘든 사건이라서 정보위에서 다루기에는 맞지 않다"면서도 "사건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정보위에서 그 부분을 충분하게 토의할 생각이다. 지금으로는 정보위 소집 자체가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한길 “내란음모사건은 국정원 불법대선개입사건과 별개”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지난 30일 최근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의혹사건과 관련, 국가정보원 정치개입 사건과는 별개라며 선을 그었다.
김 대표는 이날 서울시청광장 천막당사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민주당은 지난 대선 당시 국정원의 불법 대선개입사건과 최근 내란음모 사건은 별개의 것으로 처리할 것"이라고 방침을 정했다. 그는 이어 "내란음모사건은 수사결과를 지켜볼 것이고, 대선전후 벌어진 국정원과 경찰, 새누리당의 국기문란사건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 국회 주도의 국정원 개혁을 이루기 위해 끝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당의 공식입장을 밝혔다. 또 김 대표는 국정원 정치개입 사건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대선개입사건은 헌법 제1조를 부정하며 헌정질서를 무너뜨린 국기문란범죄다. 국가기관이 헌법이 요구하는 민주주의 기본질서를 스스로 부정한 것이기 때문"이라며 "이 문제는 헌법의 수호자가 되겠다고 국민 앞에 선서한 박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박 대통령 임기가 4년 남아있긴 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은 그렇게 많이 남아있지 않다. 저는 민주주의자들이 모인 정당인 민주당의 대표로서 대한민국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하고 도전하는 사람들과는 언제 어디서든 결연히 맞서 싸울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국정원 압수수색에 보수vs진보 진영싸움 가열
국정원이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과 간부들을 내란음모 등의 혐의로 공개수사에 나선 가운데 온라인 상에서도 보수와 진보간 진영싸움이 가열되고 있다.
보수진영 네티즌들은 국정원의 통합진보당 압수수색 소식에 충격을 느끼고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보수논객 더코칭그룹 정미홍 대표는 28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검찰이 통진당 이석기의 국회의원회관 사무실과 집, 통진당 다른 간부들의 집을 압수수색했다. 수년간 체제 전복을 목표로 내란을 음모 했나봅니다. 다 잡아들이세요"라며 통합진보당 압수수색 사실을 알렸다.
보수진영 네티즌들은 "정말 충격과 공포다", "대한민국 국가정보원을 지지합니다", "이 기회에 종북주의자들 모두 잡아서 엄중 수사해라"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에 진보진영 네티즌들은 국정원의 압수수색이 '정치개입'이라며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진보논객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은 트위터에 "타이밍이 정치개입이다. 3년이나 내사해온 사건을 하필이면 국정조사가 흐지부지 끝나고 야당대표가 노숙농성 시작한 날에 터뜨렸느냐 말이다. 국정원이 수사권 떼내지 말라고 존재증명하며 시위하는 거다. 조직안보와 국면전환을 위한 승부수!"라고 국정원을 비판했다. 진보진영 네티즌들도 "국정원이 너무 오버하는 것 아닌가?", "명백한 증거도 없이 구속먼저 하고 간첩이라고 뒤집어 씌우면서 명백한 물타기 내란유신정부의 속셈이 뻔히 보인다"라고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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