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도스 물밑으로…한나라 得보나

김정일 사망, MB 비리의혹 등 수면 아래로

전성훈

indijeon@naver.com | 2011-12-26 12:01:59

◇총선·대선 ‘변수’로…여야 대응책 마련 부심


‘김정일 사망 쇼크’가 정국을 강타하고 있다. 내년 총·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변수’로 등장한 향후 북한 정세의 폭발력을 가늠할 수 없어서이다. 이는 우리 정치가 엄청난 불확실성의 영역으로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여야 정치권이 19일 정치일정을 중단하고 김정일 사망 이후 선거정국에 대한 대응책 마련을 고민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여야 모두 당장 선거이슈 자체에 대한 큰 손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앙대 장훈 교수는 “내년 양대 선거가 양극화와 복지, 일자리 문제 같은 국내적 이슈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제는 안보문제도 굉장히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다”며 “특히 각 대선 후보는 이 문제에 대한 준비를 많이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어느 때보다 유권자가 남북관계와 동북아환경 등 대외문제에 대한 대선 후보의 통찰과 식견을 중요하게 따질 것이라는 얘기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이 내년 4월에 치러질 총선구도에 미칠 영향력도 정치권의 관심사다. 안보 측면에서 국가적 위기상황이 발생한 가운데 치러진 역대 선거에서는 대체로 보수진영이 유리한 구도였다.
한나라당이 야권에 비해 이번 사태의 효과를 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이유이다. 한나라당으로서는 디도스 사건과 대통령 친인척 비리 등 여권을 궁지로 몰았던 온갖 악재가 당분간 파묻힐 수 있는 효과를 볼 수 있다. 게다가 안보 이슈의 급부상으로 느슨해진 보수층을 결집하고, 중도층의 이탈규모를 줄이는 부수적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은 “안보문제의 경우 한나라당 등 보수세력이 야당 등 진보세력보다 비교우위에 있다는 인식이 남아 있다”며 “총선 패배가 확실시되는 한나라당이 북한 변수를 잘 활용한다면 승패 격차를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북풍 변수’에 대한 유권자의 민감도가 상당히 약화했고 총선까지 4개월가량 남은 점 등을 들어 김 위원장 사망 자체가 총선에 영향을 주기는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많다.


한 정치분석 전문가는 “북한의 천안함 피격 사건 후 치러진 지난해 6·2지방선거 당시 한나라당은 안보이슈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참패했다”며 “오히려 천안함 때처럼 이번에도 허술한 대북정보력 등 정부의 외교안보능력이 도마에 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야권이 현 정권의 허점을 문제 삼으며 평화이슈로 정국을 주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아울러 김 위원장 조문을 둘러싸고 정치권은 물론 보수·진보 진영 간 갈등 등 우리 사회 전반이 심각한 분열국면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편 여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일방처리 후 극도로 경색돼 온 국회는 김 위원장 사망대책 논의를 시작으로 정상화의 물꼬를 트는 기류다.


◇박근혜 "김정일 사망, 초당적 협력 필요"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과 관련, 21일 "이럴때 정치권에서 여야간 초당적인 협력과 대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대위 중진 연석회의에서 "김 위원장의 사망으로 한반도 평화와 안전에 대한 국내·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국민이 안도하고 안심하도록 정치권이 노력해야 한다"며 "여야 원내대표가 국회 정상화에 대한 합의를 본 것은 다행스럽고 반가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박 위원장은 "어려운 시기에 위원장을 맡게 돼 큰 책임감을 느낀다"며 "우리 당은 어려움에 직면해 피나는 노력으로 어려움을 극복한 경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어려운 때에 필요한 것은 단합과 화합"이라며 "우리가 힘을 모아 당을 살리고, 정치가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치를 복원하고, 국민의 삶을 알뜰하게 챙기는데 혼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중진의원들도 어려운 시국을 맞아 경험과 경륜을 살려 헌신 해달라"며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큰 정치력을 발휘 해달라"고 당부했다.
박 전 대표는 자신의 발언을 끝낸 후 "조용한 가운데 (중진들의) 말씀을 듣고 정리해 발표하는 것으로 하면 될 것 같다"며 비공개를 요청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회의에 앞서 기자들에게 "국회 차원의 조문단 파견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그는 "비대위 인사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도 "회의 좀 하겠습니다"라며 답변을 피했다.
이날 회의에는 정몽준 김형오 김무성 이해봉 이경재 박종근 김영선 이윤성 중진의원과 황우여 원내대표, 이주영 정책위의장, 이명규 원내수석부대표, 황영철 이두아 원내대변인, 이혜훈 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


◇김정일 사망이 MB 측근 비리 덮었다?

한편, 민주통합당에서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런 사망이 정국의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고 있다 면서 발만 구르고 있다.
연말 정국을 뜨겁게 달궜던 중앙선거관리위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테러 사태와 여권 인사들의 비리 의혹 등 야권에게 유리했던 이슈들이 동시에 물밑으로 잠복해서다.
반면 한나라당은 불리하게 돌아가던 정국이 급반전되면서 표정 관리 중이다.
민주통합당 핵심 당직자는 21일 “선관위 디도스 사태나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의 측근 비리 의혹은 내년 선거까지 끌고갈 대형 이슈”라며 “특히 디도스 사태가 김 위원장의 사망으로 국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는게 체감된다”고 말했다.
김진표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정권이 김정일 위원장 사망을 정략적으로 악용해서 측근비리게이트나 사이버테러 청와대 개입의혹 등을 덮으려 한다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통합당이 전날 국회 등원 거부를 풀고 등원을 결정한 것도 이 같은 기류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민주통합당은 한나라당 측에 등원 조건으로 22일 디도스 관련 현안 질의와 디도스 특별검사제 도입을 이끌어냈다.
민주통합당 관계자는 “등원을 결정한 데는 디도스 사이버 테러와 대통령 측근비리 등 중대한 현안을 김 위원장의 사망으로 묻히게 둘 수 없다는 판단도 작용했다”고 했다.
한나라당은 김 위원장의 사망으로 각종 악재와 당내 쇄신 논란 등이 잠잠해지면서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다만 김 위원장의 사망 정국이 내년 총·대선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장기적으로 지켜봐야 한다며 신중을 기하고 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사망 직후 북한의 내부 변화와 한반도 정세에 따라 총·대선에 미칠 영향이 다를 수 있다”며 “지난해 6·2 지방선거처럼 평화와 반전의 프레임이 작용한다면 여권에는 불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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