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 '통일신호탄'의 불씨인가
'아랍의 봄?' 북에선 힘들 것 vs '유학파 김정은', 변화 주도할 수도
장우진
mavise17@hotmail.com | 2011-12-26 11:49:25
[토요경제 = 장우진 기자] 지난 19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가 북한 행보를 예의주시 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김정일의 사망이 민주화 바람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 진보와 보수진영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지만 ‘김정일 사망이 통일 신호탄이 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은 양측 모두 숨기지 않고 있다.
그런데 엇갈리는 의견이 꽤나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진보진영은 김정일에 대해 ‘남북정상회담 등 한반도 평화문제를 논했던 북한 최고지도자였다’며 조의를 포명하고 조문단을 파견하는 것이 도리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보수진영은 김정일의 사망을 계기로 민주화 바람이 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일의 사망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한 사람의 죽음으로 인해 2300만명 북한 주민들의 고통의 덜어질 것이라는 것이다. 또 이는 북한내 개혁신호탄이 될 것이며, 남북통일의 새로운 장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한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소통이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있어 이집트·리비아와 같은 ‘아랍의 봄’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미국 타임지가 ‘김정은이 북한의 개혁을 이끌 수도 있다’고 전해 관심을 끌고 있다. 외국유학 경험이 있는 김정은은 서구 세계가 얼마나 부유한지 잘 알고 있는 만큼 개혁의 중심에 설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다.
◇진보진영, ‘김정일 사망에 적극적 조의 표해야’
진보진영은 북한에 대한 정부의 태도에 대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촉구했다. 김정일이 한반도 평화문제를 논의했던 북한 최고지도자였던 만큼 조의를 표하고 조문단을 파견하는 것이 도리라는 주장이다.
참여연대는 최근 논평을 내고 “남북관계가 비록 최악의 상황에 처해 있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남북정상회담 등 한반도 평화문제를 논했던 당사자이자 북한 최고지도자”라며 “정부는 조의를 표명하고 조문단을 파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정부의 태도는 지나치게 소극적이고 방향성도 없다”며 “한반도 평화와 주변국 관계개선 주도를 위해서라도 정부가 ‘북한 상황 예의주시, 국제사회와의 공조 등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은 것에 그쳐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 정부가 먼저 조의를 표명하고 조문단 파견 등 관계개선을 위한 능동적 자세를 보여야 한다”며 “이를 통해 김 국방위원장 사후 한반도 동북아 평화논의를 주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실련통일협회도 “김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우리 사회는 조문 문제로 극심한 이념적·정치적 대립을 보이고 있다”며 “한반도 평화를 위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는 차원에서 북한에 조문단을 파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북한이 평화와 교류·협력의 대상이고 궁극적으로 통일의 당사자이기 때문에 대화의 틀을 만들어 나가는 차원에서 조문단 파견은 당연한 일”이라며 “이를 통해 북한이 내부 체제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개혁과 개방의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반도 주변국이 김 국방위원장의 사망에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바라는 모습을 보이고 있음에도 당사자인 우리 정부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남북 화해와 평화를 거스르는 것”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북한과의 지속적인 대화를 유지해 나가는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민주통합당 원혜영 공동대표는 21일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조문 문제 등을 논의했다.
원 대표는 “정부 차원의 북한 조문단 파견은 안 하는 것으로 결정됐지만 국회 차원에서는 여야가 함께 참여하는 조문단 구성이 논의될 수 있지 않겠느냐”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급서한 상황 속에서 함께 대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이용선 공동대표도 민간차원의 조문단 방북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한반도 안정과 평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민간차원의 조문단, 특히 국민통합기구인 민화협을 참고로 일정 수의 조문단이 북을 방문해서 국민의 뜻을 전하는 것이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정부 차원의 북한 조문단을 파견하지 않을 것을 발표한바 있으며, 원 대표의 발언에 박 위원장은 “이런 문제가 정부방침과 다르게 가는 것은 맞지 않다”며 거절했다.
◇보수진영, ‘북한 주민 고통 줄어들 것’
이 같이 진보진영이 김정일에 대한 조문단 파견 등을 주장하는 것과 상반되게 보수진영은 ‘김정일 사망은 다행’이라는 입장이다. 김정일 사망을 계기로 민주화 바람이 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유주의진보연합은 “김정일의 사망이 북한의 민주화를 앞당기고 한반도의 평화에 기여해야 한다”며 “북한의 위협을 근원적으로 제거하고 폭압체제에서 신음하는 2300만 동포를 구하기 위한 계기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세계 각지에서 불어오는 민주화의 바람은 언젠가 북한에도 상륙할 것”이라며 “우리는 북한의 민주주의를 쟁취하는데 한마음으로 나서야 한다”고 전했다.
한국자유총연맹(자유총연맹)은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의 개혁·개방을 앞당기는 전기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자유총연맹은 “김정일의 사망이 자유와 인권이 보장되는 핵 없는 인간다운 체제를 향한 첫 걸음을 내딛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보수시민단체인 라이트코리아는 “북한 주민들은 민주화 물결을 일으켜 자유를 쟁취해야 한다”며 “김정일 사망은 결코 애도할 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라이트코리아는 “이명박 정부는 북한에 조문단을 보낼 생각을 해서는 안된다”며 “북한의 오판과 도발에 대비해 철저한 안보태세를 갖추는데 중점을 둬야한다”고 강조했다.
탈북자단체들도 김정일의 죽음은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북한이 변화와 개혁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북한인권연합회 김규호 집행위원장은 “김정일의 사망으로 인해서 앞으로 북한이 개혁개방으로 나오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인권문제도 김정일이 체제수호를 위한 폐쇄정책을 펴면서 발생했다”고 말했다.
그는 “김정일의 죽음을 계기로 북한도 중국처럼 열린 자세로 변화했으면 좋겠다"며 "또한 국가경제를 회복해서 정상적인 국가로 발전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북한민주화위원회 서재평 사무국장은 “김정일의 죽음은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한 사람의 죽음은 좋지 않은 일이지만 2300만 북한주민 그리고 해외 탈북자들에게는 박수 칠 일”이라고 설명했다.
서 사무국장은 “김정일이 죽음으로써 북한 주민들의 고통과 아픔은 줄어들 것”이라며 “김정일이 사망함으로 인해 앞으로 남북통일의 새로운 장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北, SNS 부재…‘아랍의 봄’ 기대 힘들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최근 중동에서 불었던 ‘아랍의 봄’이 북한에서 재현될 가능성에 대해 희박한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에서 휴대폰 요금을 내는 사람은 100명 당 1명도 안된다. 이 또한 북한에서의 휴대폰 사용과 인터넷 접근이 얼마나 가로막혀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통일연구원의 조 민 전문가는 “북한에서 휴대폰을 소지하거나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은 ‘친정부 세력’ 등으로 불리며 이들은 반란을 조직할 엄두조차 내지 않는다. 그렇기에 SNS는 북한에서 반정부 시위를 위한 도구로 쓰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젊은이들과 기업 경영, 경제, 법률 등 분야에서 지식 교류를 추진하고 있는 민간교류업체 조선 익스체인지의 제프리 시는 “김정일의 사망이 북한의 소통 단절 확대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 정부가 현재의 혼란을 완화하기 위해 소통과 이동 등에 일부 제재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평양 주민들 사이에서 휴대폰 사용자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북한 정부가 부분적으로 대화의 통로를 넓히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베이징에 소재하고 있는 고려관광 대표 사이먼 카커럴은 “지난 2년 사이에 평양에서 휴대폰 사용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며 “이들은 휴대폰을 통해 문자 메시지를 전송하거나 게임을 하고 날씨정보 등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은 올해 이집트의 대표 통신업체 오라스콤텔레콤과의 제휴를 통해 무려 100만여명의 북한 주민들이 3G 휴대폰을 새로 등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학파 김정은, 개혁가로 나설까
한편 미국 타임지가 지난 20일 “김정은이 북한 경제의 개혁·개방을 이끌 가능성이 있다”고 전해 관심을 끌고 있다.
타임지는 “김정은이 개혁가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을 이유가 있다”라는 정승창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의 말을 인용하며 이같이 밝혔다.
정 위원을 비롯한 복수의 북한 전문가들은 “그는 서구 세계가 얼마나 부유한지 잘 알고 있다”라며 김정은의 외국 경험에 주목했다. 김정은은 1998년부터 2000년까지 스위스에서 유학했었다. 정 위원은 “중국의 개혁·개방을 이끈 덩샤오핑(鄧小平) 역시 젊은 시절 5년 동안 프랑스에서 유학했으며 그 기간 저우언라이(周恩來)를 비롯한 젊은 중국 공산주의자들과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타임지는 “북한에는 축복받은 경제지구가 있다”라며 북-중 경제특구인 황금평과 위화도, 개성공단을 거론했다. 이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뤄놓은 ‘작은 성과’며 김정은이 이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 “러시아는 북측의 공산주의 청산과 약 110억 달러의 양국 간 경제협력을 위해 북축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라며 “자국 주민들의 사정을 아는 김정은은 변화를 이끌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타임지는 “주체사상의 핵심은 독립”이라며 개혁·개방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외부 세계에 대한 의존이 ‘체제 약화’로 비춰질 수 있는 만큼 북한이 신중하게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정일이 아무리 중국 순방을 많이 했어도 중국의 개혁·개방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라고 타임은 덧붙였다.
반면 김정일 사망으로 북한내 정황이 급변할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바른사회시민회의(이하 바른사회)는 “김정일이 사망함에 따라 북한의 급변사태 발생 가능성 등 북한의 불확실성이 더욱 증가하게 됐다”고 밝혔다.
바른사회는 “북한의 급변에 대비한 대책 수립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며 “국민들도 차분한 가운데 냉철하게 북한의 상황을 지켜보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발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납북자가족모임 최성용 대표도 “북한 내부의 혼란이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김일성 사망 때와는 분명 다르다”며 “김일성이 사망했을 당시에는 김정일이 이미 정권을 어느 정도 장악했었지만 현재의 북한 주민들은 김정은에 대해 잘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그만큼 김정은이 정권을 장악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한국 정부는 대비책을 확실히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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