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박근혜 대통령도 대처나 메르켈이 될수 있다
2013년 정치적 불통에 경제는 갑을논리.특정기업 독식 점철
이완재
puryeon@naver.com | 2013-12-25 13:58:53
정치적으로는 박근혜정부가 들어서 헌정사상 첫 여성대통령의 시대를 열었다. 우리에게도 영국의 마가렛 대처 수상이나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 같은 부드러우면서 강한 여성 리더십이 발현될지 기대감이 높았던 한해다. 그러나 그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여기저기 아쉬움과 불만의 목소리만 가득하다.
국정원과 군 기무사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정황이 포착돼 부정선거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은 건 현 정권 말기까지 최대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것이다. 집권 초기 미국 순방길에 터진 윤창중 사태부터, 역대 어느 정권과 크게 다를 것 없는 지역 편중인사와 낙하산 인사 등 부적절한 인재등용은 단골 조롱거리다. 최근의 코레일 사태, 종북몰이, 경제민주화 포기 등 여러 악재들 역시 불통과 불화, 국민화합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야권을 비롯 종교.시민단체들이 나서 민주주의의 후퇴를 염려하는 시국집회를 열고 있다. 대학가와 범 사회적으로 "안녕들하십니까?"라는 안위를 묻는 이상기류마저 확산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진보와 보수, 흑백논리의 이분법적 분할과 양극화도 심화되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또 어땠는가!! 박근혜정부가 공약으로 내건 경제민주화는 현실에선 무력하고 암담했다. SK그룹을 포함해 한화그룹, CJ그룹, LIG그룹 등 내로라하는 재계 총수들이 잇달아 구속되거나 수감됐다. 중견그룹인 STX는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또 동양그룹이 부실경영으로 부도사태를 피하지 못했다. 전 MB정권의 최대 수혜그룹 중 하나인 효성그룹 역시 탈세 및 배임 등의 혐의로 조석래 회장이 사법 처리수순을 밟고 있다.
기업들은 글로벌 경기침체에 내수침체라는 이중고에 혹독한 세무조사까지 그야말로 혼비백산하는 한해였다. 그런가하면 남양유업 대리점 밀어내기에서 촉발한 갑을논리는 올 한해를 뜨겁게 달군 화두였다. 이후 포스코 계열사 상무의 비행기 승무원 폭행사건, 블랙야크 회장의 항공사 직원 신문지 폭행사건도 인터넷과 SNS를 넘어 사회적 이슈가 됐다. 우리사회 갑과 을의 문화를 돌아보게하는 충분한 계기가 되었고, 갑을논리는 내년에도 여전히 우리사회가 풀어야할 숙제로 남게됐다.
서민은 물가불안과 전세난에 시달리는 와중에도 기업들의 해외조세포탈지역을 통한 부의축적과 세습, 편법증여 같은 경영승계는 계속됐다. 또 올해도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독주는 여전했다. 올 3분기까지 우리나라 전체 상장사가 거둔 영업이익의 46%는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차지할 정도로 우리 경제의 두 기업에 대한 의존도는 심각했다. 두 기업에 편중된 불균형한 경제지도는 비상시 국가경제 시스템의 큰 리스크가 될 것이라는 경고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런저런 국민의 시름을 덜어준 건 뭐니뭐니해도 스포츠였다. LA다저스 투수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진출 첫해 괄목할만한 성적으로 한국인의 자존심을 한껏 세워줬다. 명불허전 추신수 선수는 연말에 이적료 1400억대 천문학적 액수를 받고 텍사스레인저스로 자리를 옮기며 국민을 기쁘게 했다. 이는 아시아 출신 선수로는 최초이자 최고의 계약조건으로 기록됐다. 독일 분데스리가 축수선수 손홍민과 스케이트 여왕 김연아, 빙상 여제 이상화의 활약도 반가웠다.
2013년 모두가 열심히 뛰었고, 최선을 다했지만 그 성적표는 이렇듯 극명하게 엇갈린다. 최선을 다했느냐 그렇지 않았느냐는 자신만이 알 뿐이다. 희비가 교차하지만 되새김질을 통해 내일을 도모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얼마전 전국 교수들이 올 한해를 상징하는 사자성어로 '도행역시(倒行逆施)'를 뽑았다. '도행역시'는 중국 고전 '사기'에서 유래된 고사성어로 '잘못된 길을 고집하거나 시대착오적으로 나쁜 일을 꾀하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교수들은 선정 이유를 "박근혜 정부의 출현 이후 국민의 기대와는 달리 역사의 수레바퀴를 퇴행적으로 후퇴시키는 정책, 인사가 고집되는 것을 염려하고 경계한다"로 설명했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라 했다. 박근혜정부가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하는 우를 범하지 말고 국민의 뜻을 보다 겸허히 받들고, 귀를 열어 민생안정.국민화합을 국정운영의 최우선 목표로 삼길 당부한다. 국민화합과 민생의 안정이 전제돼야 경제발전도 통일도 자연스럽게 물길을 탈수 있다. 그리하면 박근혜 대통령도 영국의 마가렛 대처나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처럼 존경받게 될 것이다.
갑오년 청마 말띠의 해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활짝 웃고, 희망가를 목청껏 부를 수 있기를 소원해본다.
<이완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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