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 외면하는 '현대차 노조'
고액 연봉 불구 '성과급' 이유 파업 강행에 여론 외면
이재필
hwonane@naver.com | 2007-01-15 00:00:00
성과급 추가지급을 둘러싼 현대자동차와 현대차 노조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 노조’를 향한 여론이 악화일변도를 걷고 있다.
현대차 노조가 지난달 28일 부분파업을 시작함으로써 시작된 이번 노사 대립은 지난 3일 울산공장 시무식에서 노조가 폭력 시위를 진행하면서 긴장이 증폭되었다.
지난 8일 현대차는 시무식장에서 폭력을 행사하고 잔업과 특근 거부를 주도한 노조간부 26명을 상대로 1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반면 노조 역시 사측에서 미지급 상여금 50%를 지급할 때까지 잔업·특근 거부를 계속함은 물론 지난 10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 건물 앞에서 상경투쟁을 벌이는 등 노사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서로 대립하고 있는 현대차 노사. 그런데 이번 파업 사태와 관련해 현대차 노조에 대한 비난여론이 높다.
현대차 노조의 이번 파업은 사측과의 상생을 무시한 이기적인 행동이라는 견해가 대세를 이루기 때문이다.
지난 3일 현대차 노조가 울산공장 시무식에서 폭력 시위를 벌이자 이에 대해 각 언론사들은 너나할 것 없이 “비이성적 행동”이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현대차 노조의 폭력 시위가 있고난 다음날인 지난 4일 국민일보는 ‘생떼쓰는 현대차 노조의 구시대적 행태’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새 각오를 다져야 할 새해 벽두부터 귀족 노조의 집단 이기주의 소식을 듣는 국민은 분노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노조의 구시대적 행태는 사라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해당 기업은 물론 한국경제도 위태로워진다”고 충고했다.
같은 날 세계일보 역시 칼럼을 통해 “현대차는 국내 완성차 업체 중에서 급여수준이 가장 높다. 그런데도 노조가 새해부터 ‘성과급 타령’을 하며 폭력을 행사한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현대차 노조는 ‘회사가 살아야 노조도 있다’는 말을 명심했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대표적 진보언론인 한겨레신문도“극단적인 모습이 쌓여가면서 여론이 노조에 등을 돌리는 게 지금의 현실임을 그들도 잘 알 것”이라며 “물리력은 이제 대중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는 걸 노조도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언론매체들은 현대차 노조의 집단 파업, 폭력 시위에 대해 △ 회사가 어려운 상황임에도 자신들의 이익만을 챙기려는 것은 이기적 발상 △폭력 시위는 그 어떠한 형태로든 인정받을 수 없음 △ 타 업체에 비해 많은 급여를 받음에도 불구, ‘성과급 요구’는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함 등의 이유로 ‘정당화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정치권을 비롯한 경제계도 앞 다퉈 현대차 노조의 파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 현대차 노조 파업, 경제적 손해 막심
현대차 노조의 이번 파업이 여론의 동의를 얻지 못하고 있는 첫 번째 이유는 현대자동차는 물론 국내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기 때문이다.
세계 자동차업계는 세계 TOP5를 눈앞에 두고 있는 현대자동차가 내수 부진과, 환율 상승, 유가 상승이라는 걸림돌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특히 강력한 노조는 현대차 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 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87년 노조 창립 이래 20년간 해마다 파업을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파업으로 입은 생산 손실은 11만512대로 금액으로 환산하면 무려 1조5907억원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노조 출범 이후 지난해까지 각종 파업으로 인해 입은 손실액이 10조원을 넘어선다고 보고 있다.
노조 창립 이래 '강성'을 주장하며 매년 파업을 벌여 온 현대차 노조의 투쟁은 사측에 막대한 피해를 가져왔다. 하지만 현재 여론은 현대차 노조의 강성 파업을 달갑지 않게 생각한다. 사측의 입장은 생각지 않고 투쟁만을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주장이다.
서울 종로 3가에서 음식점을 경영하고 있는 김기숙(가명. 53)씨는“회사가 살아야 직원도 사는 것 아닌갚라며“자동차업계가 힘들다고 하는데 성과급 덜줬다고 막무가내로 달려드는 건 이해할 수가 없다. 월급이 적은 것도 아니지 않은갚라고 비난했다.
서울 여의도에서 옷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박진식(가명. 32)씨 역시“노조 파업으로 수출도 못하고 곳곳에 적자가 심화돼 회사가 망하면 그때 참 볼만하겠다”라며“그렇게 마음에 안 들면 나가(사직)버리지 왜 회사에 피해를 입히고 있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정치권 역시 여야 모두 현대차 노조에 불법 파업 철회를 촉구했다.
지난 8일 김근태 열린우리당의장은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현대자동차에서는 환율보다 무서운 것이 노조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라며“이번 사태로 현대차는 이미지와 경제적 손실을, 노조는 이미지와 정당성이 심각하게 훼손되었다”고 말했다.
야당도 현대차 노조에 대해 성토의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0일 유기준 한나라당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노조는 조합원의 근로조건과 이익을 위해 노력하는 단체”라면서“그럼에도 (현대차 노조는)조합원의 이익보다는 정치적 목적이나 노조 자체의 다른 목적을 위한 불법 과격행동으로 국가경제를 위협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영국의 경제전문지인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4일자 기사에서 상여금 추가 지급 문제에 따른 노조의 파업 경고와 현대차 전주공장의 2교대 근무 거부에 대해 "노동환경 변화에도 불구하고 강성 노조가 여전히 현장 직원들에게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외신들 역시 현대차 노조의 파업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4일 "노조의 위협적 행동은 가뜩이나 환율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대차에 큰 근심거리"라며 "노사 불안은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로 진입하려는 현대차에 최대의 장애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블룸버그통신 역시 "현대차의 노사 불안은 해외 시장과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일본 업체와 치열한 가격 경쟁을 하고 있는 현대차에 엄청난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 파업에 우는 하청업체
또한 현대차 노조 파업의 피해는 회사 자체에서 끝나지 않는다. 현대차의 협력납품 업체들의 매출 급감으로 이어져 한국경제 전반에 피해를 입히고 있다.
울산시 울주군에 위치한 현대차 협력업체 ㈜일광은 현대차의 노조 파업 이후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문형석 일광 영업이사는 "작년에도 현대차 파업으로 인해 손실이 컸는데 연초부터 노사갈등의 파급이 협력업체로 튀고 있어 죽을 맛"이라며 하소연했다.
문 이사는 또 "일광은 지난해 현대차 노조의 파업으로 30억원 가량의 매출 손해를 봤다"며 "올해는 이번 사태로 인해 시작부터 3억원 이상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울분을 토했다.
울산시 북구 효문동에 위치한 또 다른 협력업체 한국TRW 역시 이번 파업으로 인해 매출액이 30% 감소하는 피해를 겪었다.
이 회사 최상만 팀장은 "현대차 노조의 잔업·특근 거부와 설상가상으로 현대차 1공장의 생산라인 정비공사 등이 겹쳐 최근 한 달 매출이 20억원 정도 급감했다"면서 "하루 빨리 노사가 상생할 수 있는 타협안을 찾아 정상조업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 '귀족노조' 의 성과금 요구
현대차 노조가 여론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높은 급여' 수준 때문이다. 타 업체 생산직 직원에 비해 많은 급여를 받는 현대차 노조가 파업 이유로 성과급 추가 지급을 주장했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지난 2005년 초임연봉 9900만원의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가 임금 인상을 이유로 파업을 벌였을 때“귀족노조가 왜 파업을 벌이느냐”면서 여론의 직격탄을 받은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현대차 생산직 연봉은 대략 4000~6000만원선. 실질적 급여가 얼마가 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14~15년차 생산직의 급여가 6000만원선에 육박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반면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5년 모든 소득을 합한 가구당 평균 소득은 3500만원이었다. 경제성장 둔화로 작년에도 이보다 그리 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를 종합해 보면 현대차 생산직 근로자의 연봉은 한 가구 종합소득의 2배 가까운 액수다. 또한 일반 생산직 노동자 절반이상이 연봉 2000여만원도 안된다는 점(통계청 자료)을 감안하면 현대차 생산직 근로자들이 받는 연봉은 가히 '귀족'이라 불릴만 하다.
이처럼 일반 생산직 노동자들에 비해 고액의 연봉을 받고 있는 현대차 노조가 성과급 추가 지급을 요구하는 상황이니 일반 서민들의 입장에서는 곱게 보일 리 없다.
또한 여기에 현대차의 이번 성과급 차등 지급은 이미 지난 7월 임금협상에서 노사간 협의한 내용을 따른 것이기 때문에 노조측의 성과급 추가지급 요구는 정당성을 잃었다는 지적이다.
현대차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만 보아도 이는 쉽게 알 수 있다. 댓글중 80% 이상이 현대차 노조의 파업은 옳지 않다고 주장한다.
아이디‘dufrhk1234’를 쓰는 네티즌은“우리나라 자동차중 최고의 혜택을 누리는 현대차 노조는 정말 심하다. 깡패집단이나 다를 바 없다”고 비난했다.
아이디 '01279420'는 "생산목표가 미달되는데도 50% 성과금을 더 달라고 파업을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강조했다.
아이디 'jjy12369' 역시 "수많은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하루하루 어렵게 사는데 현대차 노조는 해마다 노사 분규를 행사처럼 하면서 자기들 배만 불리고 있다"고 성토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현대차 노조는 배부른 투쟁이라는 감정적 매도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9일 박유기 현대차 노조위원장은 모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2006년 임금협상 합의서중 기타합의서 단서 조항에 목표달성 기준을 조정해서 150%의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돼 있다”며“급여 떼먹는 회사측에 되돌려 달라는 투쟁이 뭐가 잘못됐냐”고 주장했다.
# 조합원 의사 무시하는 노조
현대차 노조는 여론 악화에도 아랑곳 않지 않고 지난 12일 전격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의 막무가내식 파업 돌입에 여론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데다, 조합원들의 금전적 피해가 크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이는 파업으로 인한 노동거부는 곧 급여 하락을 의미한다.
현대차 생산직 근로자 김모씨의 2005년 연봉은 5000여만원. 하지만 지난해 부터 오히려 연봉이 줄어 남몰래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잦은 파업으로 인해 잔업 및 특근을 하지 못해 임금손실을 입은 것이다.
김씨는“노조에서는 파업 방침을 정하면 강압적으로 파업하라고 지시하고 이를 따르자니 가족들이 힘이 들고... 참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푸념했다.
또 다른 현대차 생산직 근로자 이모씨는“지난해 은행대출로 아파트를 장만했다. 대출금 상환을 위해 열심히 일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하지만 노조 파업으로 지난해 생산목표를 달성치 못해 성과급이 줄어든 데다 이번에 또 파업을 시작했으니 월급명세서 받기가 겁이 난다”고 하소연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해 20일간의 부분파업과 잔업거부, 12차례의 정치파업 등으로 노조원 1인당 평균 220만원의 임금손실을 입었다.
또 지난해 8~9월 중 전국노동자대회 참석 등 각종 노사관계 문제로 노조원 1인당 평균 70~80만원의 손해를 봤다. 뿐만 아니라 파업으로 인해 지난해 생산목표에 미달, 성과금도 손해 봤다(100만원).
강경 노조의 무조건적인 파업으로 인해 회사와 근로자 모두 피해를 입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현대차 노조의 현장노동조직인 신노동연합회(이하 신노련)의 서중석 대표는 “현 노조는 조합원 전체의 실질적인 권익보다는 소수 활동가들의 정치적 이해에 따라 현 상황을 극한투쟁으로 내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 대표는 “노조측이 회사측의 생산차질과 조합원들의 임금손실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현 상황을 극단적인 대결국면으로 악화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현대차 노조의 상위 단체인 민주노총 역시 이례적으로 노조에 대해 잘못을 지적하고 나섰다.
지난 8일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성명을 통해 “현재대로 방치하면 현대자동차 노사는 함께 죽음으로 이르는 동귀어진(同歸於盡)의 길을 갈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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