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發 경제위기 오나
LG경제·삼성경제硏 이상징후 잇달아 경고
황지혜
gryffind44@hotmail.com | 2007-01-15 00:00:00
IMF 경제 위기 사태가 지나간지 10년. 그러나 위기 이전만큼 경기가 회복이 됐다는 소식이 들리기도 전에 제2 경제 위기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민간연구소는 물론 금융업종 관계자 사이에서 논란이 가속화되고 있는 '부동산 버블(거품) 붕괴론'이 '경고'로 바뀌면서 한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지난해 '버블세븐', '투기와의 전쟁', '부동산 필패' 등 정부가 잇달아 내놓은 부동산 '집값잡기' 정책이 수포로 돌아가면서 오히려 부동산 상승률은 전국적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전국 집값은 9.6% 올랐고, 서울 아파트 가격은 19.7%가량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이 올라도 너무 올랐다는 불평이 시민들 사이에서 터져 나오는 가운데 얼마 전부터 조만간 거품이 빠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최근 들어 강남에 급매물이 하나둘씩 나오고 있어 이미 버블 붕괴가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마저 느끼고 있다.
부동산 버블 붕괴는 금융권 인사들의 입을 빌려 이미 여러차례 언급됐다. 박해춘 LG카드 사장은 올초 신년사를 통해 "올해 가계부채가 600조로 사상 최대 금액을 경신할 것으로 예상돼, 부동산 거품 붕괴와 맞물려 자칫 대형 금융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도 "최근의 부동산 가격은 이미 버블 수준에 있으며, 주거용 중심의 부동산 투기는 그 정점을 향해 가고 있다"면서 "곧 이어질 가격 하락의 터널은 길 것"으로 내다봤다.
또 지난해 말부터 민간연구소에서도 관련 보고서가 일시에 쏟아졌다. 이철용 LG경제연구위원은 지난달 17일 'IMF 위기 전후 한국 경제와 생활여건 변화'라는 보고서를 통해 "IMF 위기 같은 파국형 위기의 재발 가능성은 낮지만 새로운 위기가 올 수 있다"면서 "그 징후는 수도권 아파트 가격 버블 붕괴와 가계대출 부실에서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지난해 9월 기준 개인이 금융회사에서 빌린 부채총액(가계신용 잔액)은 558조8176억원으로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 이는 IMF 위기 직전인 1997년 9월말 186조1055억원의 3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가계부채는 1996년 9월 이후 10년간 연평균 12.9% 증가해 개인 부문의 부채 점유율은 24.6%에서 27.4%로 증가했다. 특히 가계부채 증가세가 주택가격이 급등한 최근 2년간 두드러져 서민들이 '빚을 내면서까지 집을 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부채증가율이 소득증가율을 상회하면서 가계의 빚 감당 능력은 줄어들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달 3일 관련 보고서를 통해 "개인이 주택 구입을 위해 빌린 주택담보 대출은 전체 가계부채의 57.8%에 해당하는 322조원을 차지한다"면서 "이런 가운데 집값 폭락으로 가계 상환불능상태에 빠지게 되면 금융기관의 도산도 피할 수 없어 경제 대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즉 지금처럼 경기가 계속 침체된 상태에서 대출 이자율이 상승하면 서민들은 금리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부동산 시장에 급매물 출현하게 된다. 또 환율 하락으로 기업 실적이 악화돼 일부 대기업이 무너지는 최악의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결국 부동산 가격이 하락돼 개인 파산은 물론이고 주택담보대출 및 이자상환 불능상태에 빠지면서 은행의 부실을 초래해, 경제 위기를 맞게 될 가능성이 있다.
이정원 삼성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주택담보대출이 주택 가격 버블 징후가 큰 수도권 지역에 70% 이상 집중돼 있고 변동 금리 대출도 97%에 달해 추후 주택 가격 하락, 금리 상승의 충격과 파급 효과가 매우 클 것"고 밝혔다.
그는 "공급과잉이 우려되는 지방에서 집값이 먼저 하락할 수 있다" 면서 "서울과 강남권의 아파트 가격은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15%와 51%씩 고평가됐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컨설팅업체인 부동산태평양의 박종석씨는 "부동산 버블이 붕괴돼 20~30%정도 가격이 하락하게 되면 약 800조원대의 돈이 증발된다"면서 "만일 거품붕괴로 아파트 반값 세상이 된다면 강남 30평형대는 6~8억정도 선이 되겠지만 증발되는 돈은 1500조원대에 이르게 돼, 대한민국이 견딜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결과적으로 버블 붕괴는 중산층 몰락을 의미하며 중산층 몰락은 국가적 재앙으로 치닫게 된다"면서 "아파트 폭락과 더불어 그에 상응하는 전세 대란과 월세 전환이 나타날 수도 있지만 버블 붕괴에 따른 급격한 경제변동의 회오리 속에서는 그 어떤 것도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부동산 버블 붕괴가 현실로 다가오게 된 데에 연구소들은 금융권에 대한 총부채상환비율(DTI)규제 40% 적용, 연초부터 급등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 금리, 한국은행의 지급준비율 인상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박재룡 삼성경제연구원은 "주택금융 대책 규제 강화와 금리 인상이 동시에 이뤄져 위험할 수 있다"면서 "각 정책을 뜯어보면 정당성이 있겠지만 이들 정책이 동시 다발적으로 빠르게 시행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앞서 관련 보고서를 발표한 김정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도 "지준율 인상과 파급효과 과잉유동성을 직접 흡수하면서 부동산가격 안정에 긍정적이지만 지준율 인상의 효과가 예상보다 커서 급속도의 부동산 경기 냉각과 경기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 바 있다.
정부도 사태의 시급함을 깨닫고 철처한 리스크 관리를 통해 부동산 버블 붕괴만은 막겠다는 입장이다.
권오규 경제부총리는 지난 4일 "지난해 신용위험이 높은 계층까지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하려는 경향이 확산돼 금융시장의 쏠림현상으로 위험요인에 노출됐다"면서 "올해에는 금융기관의 유동성 관리에 나서 금융기관 여신실태에 대한 현장점검을 확대하는 등 부실화 가능성이 높은 부분에 대한 상시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성태 한은 총재도 신년사를 통해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부채 규모가 크게 늘어나 금융시장의 안정성이 취약해진 만큼 이에 대한 점검 체제를 구축하고 불안 징후가 감지될 경우 신속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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