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활성화법 지연에 재계 '발만 동동'
국회 겨제활성화 법안 통과 난망…입법요구 미관철시 내년 성장 큰 걸림돌 예고
김세헌
betterman89@gmail.com | 2013-12-23 15:16:23
[토요경제=김세헌기자] 재계가 경기회복과 투자활성화를 위해 국회 계류 중인 경제활성화 법안들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재계는 부동산 관련 법, 서비스산업 육성법 등의 우선 처리를 주장하고 있는데, 특히 대규모 투자와 일자리 창출이 걸려있는 외국인투자촉진법, 관광진흥법 등에 대해서도 빠른 통과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다.
이는 긴 불황의 터널에 있는 건설을 비롯해 철강, 해운 등 여러 업종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활성화 법안이 내년 각 기업의 살림을 좌우할 만한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 안달난 재계, 법안 조속처리 촉구 광고 게재까지
최근 재계가 경제 활성화 법안의 조속 처리를 유도하기 위해 급기야는 법안의 조속 처리를 촉구하는 광고를 게재해 이목이 쏠렸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소상공인, 중소·중견기업, 대기업 경제단체 45곳이 공동으로 최근 주요 일간지에 광고를 게재한 것이다.
재계는 이번 광고 게재에 대해 대기업 뿐 아니라 중소·중견기업, 소상공인 단체 등이 모두 참여한 것은 깊은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경제활성화 노력이 시급한지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재계 한 관계자는 “경제활성화 법안은 기업 뿐 아니라 서민 경제 활성화와도 직결돼있다”면서 “국회가 전향적인 노력을 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재계는 또한 장기화된 저성장 기조로 경제주체들의 피해 역시 적지 않다는 입장이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한계 기업이 전체 상장기업의 18%에 달하며, 자영업 창업 대비 폐업률은 무려 85.0%에 이른다는 설명이다.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골목상권 자영업자들의 연간 매출액은 채 2000만원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국회에 계류된 경제활성화 법안의 처리를 촉구하는 광고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 주목을 받기도 했다. 대한상의를 비롯한 자동차협회·반도체협회 등 10여개 업종 단체들 역시 광고에 참여하지 않았다.
박 회장은 최근 한 공식 석상에서 “상의가 (대기업, 중소기업을) 다 대변해 경제활성화 법안의 처리를 촉구하는 광고에 참여하는 것은 마땅치 않다”고 밝혀 관심을 모았다. 또 “과연 그 광고가 그렇게 (국회를) 압박하는 수단이 될 것인지 실효성을 생각해야 한다” 강조했다.
박 회장은 그러면서 민주당과 경제활성화 정책간담회를 갖는 등 소통을 통해 경제활성화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자리를 함께 한 이동근 대한상의 부회장 역시 “얼마 전부터 전경련 측에서 광고에 참여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면서 “상의는 여야와 소통을 하는 것이 경제활성화 법안의 조속한 처리에 훨씬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박 회장을 거들었다.
◇ 사상 최초 정치권과 입법현안 논의로 주목
실제로 박 회장은 지난달 중순 국회를 찾아가 경제활성화 입장을 전한 바 있다. 당시 여야 원내대표와 경제5단체는 정책간담회를 갖고 경제활성화에 초점을 맞춘 10개 현안의 조속한 입법을 국회에 건의했다.
여야 원내대표와 경제5단체장이 만나 경제현안 입법을 논의한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 자리에서는 전반적인 경제 활성화의 필요성에 따라 경제5단체 간 이견이 없는 입법현안 12개가 지정돼 정치권에 건의됐다.
당정은 중점처리 법안으로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 ▲관광진흥법 개정안 ▲산업입지및개발법에관한법 ▲클라우드컴퓨팅발전및이용자보호에관한법 제정안 ▲크루즈산업육성및지원에관한법 개정안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안 ▲한국수출입은행법 개정안 ▲주택법 개정안 ▲개발이익환수에관한법 개정안 ▲소득세법 개정안 ▲법인세법 개정안 ▲지방세법 개정안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벤처기업육성에관한특별조치법 개정안 ▲중소기업창업지원법 개정안 등을 선정했다.
경제5단체장은 이 자리에서 정치권에 대내외적 경영 환경으로 인한 실적 악화와 유동성 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재계의 입장을 설명했는데, 특히 경제활성화에 초점을 두고 부동산 활성화, 중소기업 지원, 투자 원활화 등 10개 현안의 조속한 입법을 요청했다.
재계는 부동산 활성화와 관련해 2~4%에 이르는 6억원 이하 주택에 대한 취득세율을 미국(1%), 영국(2%)수준으로 인하하는 ‘지방세법 개정안’,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달라고 청했다. 또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안전한 범위 내에서 허용해 달라고도 했다.
입법 지연으로 2조3000억원 규모의 합작투자에 차질을 빚고 있는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 등 투자 활성화 입법도 건의했다. 재계와 정치권은 경제현안 입법을 논의하는 실무협의체 운영에도 뜻을 모았다.
대한상의는 특히 기업 부동산의 양도소득 30% 추가과세 폐지(법인세법)를 촉구했다. 생존을 위한 기업의 보유자산 매각이 증가하고 있지만 토지 양도시 일반법인세(10~22%) 외에 추가과세(30%)와 지방소득세(4~5.2%)까지 납부해야 해 자산매각의 실효성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양도소득 추가과세 배제 허용범위를 현재의 워크아웃(재무구조개선)이나 파산선고 등에서 유동성 확보를 위한 기업의 자산매각 등으로 확대해 구조조정을 촉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상의는 또 건설경기 회복을 위한 ‘분양가상한제 신축운영’(주택법)과 ‘개발부담금 한시감면’(개발이익환수법)도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요청했다.
대한상의는 분양가상한제와 관련해 “현실적으로도 분양가가 높으면 미분양을 초래한다는 공감대가 정착된 만큼 규제를 풀어서 어려움에 처한 건설사들이 활로를 찾을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건의했다.
개발부담금 한시감면에 대해서는 “개발사업에 따른 이익을 환수하기 위해 부과되는 개발부담금은 재산세, 종부세, 양도세 등 부동산세와 세원이 같아 이중과세 소지가 있고, 분양가를 높여 부담이 결국 서민에게 전가된다”며 “한시적으로라도 부담금을 감면해 개발을 촉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연내처리 불투명…입법요구 관철 장기화 예상
재계가 국회 계류 중인 경제활성화 법안들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고 있지만, 이들 법안이 연내에 처리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부여당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시도하고 있는 주요 15개 경제활성화법안 중점처리에 대해 민주당이 사실상 거부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여당이 경제활성화라고 주장하는 법안들 대부분이 재벌특혜 법안”이라며 “재벌과 부유층 특혜로는 더 이상 경제를 제대로 살릴 수 없고 그것은 민생경제 활성화가 될 수도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러면서 “(민주당은) 절대로 재벌과 대기업을 적대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국민 경제를 이끌어가는 우호적 관계가 돼야 한다. 민주당이 주창하는 경제민주화와 을(乙지)키는 자영업자, 노동자와 상생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지속가능한 경제생태계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최저임금과 통상임금 문제에 대한 재계의 인식 전환 등 재계의 입법요구가 관철되기 위해선 재계가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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