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행진 인천공항 비정규직 앞에선 ‘저공비행’

[심층진단] 세계 탑 공항 인천공항의 두 얼굴…'乙의 고통' 회피, 사회적책임은 어디로?

김세헌

betterman89@gmail.com | 2013-12-23 09:57:47

[토요경제=김세헌기자] 인천국제공항공사(인천공항공사) 협력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최근 무기한 파업을 선포하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2001년 개항 이래 정규직·비정규직 노조를 통틀어 처음으로 생긴 일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는 인천공항공사 측과 고용·임금에 대해 단체협상을 진행했지만 마땅한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결국 파업 결정을 내렸다.


세계적인 여행전문지 글로벌트래블러가 ‘세계 최고 공항은 어느 공항?’이라는 설문에 가장 많은 응답자들이 ‘인천공항’을 처음으로 머리에 떠올렸고 한다. 이에 인천공항은 이 매체가 선정하는 ‘세계 최고 공항상’을 8년 연속 수상했다.


▲ 하늘에서 내려다 본 인천국제공항 전경.

인천공항공사는 이에 대해 “정부와 상주기관, 업체, 공항 종사자 모두가 합심해 이룬 값진 성과”라고 밝혔지만, ‘공로자’ 대부분은 협력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다. 이들은 지난 7일을 시작으로 19일 현재 13일째 무기한파업을 벌이고 있다. 이들의 파업은 최근 철도파업과 시기적으로 맞물려 알려지면서 점차 세간의 관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 세계 일등공항 신화의 주역 ‘비정규직’…복지개선은 ‘정체’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 노조가 개항 후 처음으로 파업을 본격화 한 것은 지난달 1일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가 단계적 파업을 선포하면서부터다. 노조는 당시 고용 안정을 비롯해 임금 인상·착취 구조개선, 교대제 개편, 인력 충원, 노조 활동 보장 등을 요구했다.


인천공항지역지부에 따르면, 노조는 지난 3월부터 14개 협력업체 사용자들과 집단교섭을 진행한데 이어 7월부터는 업체별 교섭에 나섰다. 하지만 인천국제공항의 태도에는 변함이 없었다. 특히 개항 후 첫 파업 사태에도 공항공사 측은 대화를 거부하면서 오히려 형사처벌 등을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인천공항공사에 소속된 6600여명의 직원 가운데 6000여명이 비정규직이다. 노동전문가들은 이러한 이유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인천국제공항이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인천공항공사 측은 노조원의 고용이나 처우는 사용자인 각 용역업체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공항공사는 하청업체와 도급계약을 맺은 독립 회사인 만큼 노조원 처우 등에 관여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부당노동행위는 정치권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민주당 을지로(乙을지키는길)위원회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은 올해로 세계공항서비스 평가에서 8년 연속 1위를 차지했지만, 공항에서 일하는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5년을 일해도 10년을 일해도 업체가 바뀔 때마다 심각한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임금조건과 노동조건도 신입사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인천공항공사 측은 국회의원들이 최근 현장순회 중 작업현장에서 만난 노동자들을 따로 불러 만남내용을 취조하는가 하면 공사 사장, 임원진과 간담회를 진행하기 위해 공항공사 청사로 입장하는 국회의원들에게 방문증을 목에 걸고 출입하게 했다. 보좌진의 출입을 통제했으며 출입구 주변에 위력시위라도 하듯이 직원들을 배치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을지로위 측은 “공항공사는 이번 파업사태를 대화로 원만히 해결해나가기보다는 노조파괴시나리오에 따라 노조지도부를 경찰에 고발하고 불법행위를 자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이번 현장방문에서 보인 공항공사의 행태와 공사 측의 하청업체 노동자들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인권유린, 노예노동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며 “향후 공사 사장과 임원진을 국회에 불러 공사 측의 불법행위를 조사하고 책임을 엄중히 묻겠다”고 밝혔다.


◇ “인천공항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더 이익” 주장 ‘탄력’


지난해 개항 이후 ‘사상최대 매출’을 기록한 인천공항 면세점은 비정규직 비율도 최고인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5년간 6조여원의 매출을 올린 인천공항 면세점들의 90% 이상이 비정규직인 것이다.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주당 박수현 의원에 따르면, 인천공항 면세점 4곳의 비정규직 비율은 평균 95.7%다. 업체별로는 롯데DF글로벌의 비정규직 비율이 가장 높았다. 546명의 직원 중 정규직은 단 2명뿐으로 99.6%가 비정규직이었다.


이어 신라면세점이 1567명의 직원 중 95.8%가 업체 파견직을 포함한 비정규직이었고, 롯데면세점이 1135명의 직원 중 94.6%가 비정규직이었다. 올해로 계약이 종료되는 관광사의 비정규직 비율은 93%였다.


인천공항 면세점 직원 3706명 중 정규직은 단 160여명(4.3%)에 불과했다. 특히 93.7%에 달하는 3473명은 입점업체 파견직으로 나타나 고용의 질이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자들의 매출은 1조9462억 원으로 사상최대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인천공항공사도 임대료 수익으로 6122억 원을 거둬들였다.


이와 관련해 면세점을 통해 매년 수천억 원의 임대료 수입을 얻고 있는 만큼 인천공항공사 측이 면세점 업자와 계약할 때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중점 요구사항이 ‘용역업체 변경 시 전원 재고용’이라는 점에서 인천공항공사가 공기업으로서 그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현재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인천공항공사 측이 직접 고용할 경우 편의 측면에서 더 이득이라는 내용의 연구 보고서를 발표된 바 있어 노조원들에게 힘이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 보고서를 발표했던 고려대학교 김성희 교수(경제학)는 지난 11일 파업현장을 찾았다.


김 교수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에 대한 정부경영 평가가 좋은 점과 높은 성과급은 간접고용을 통한 인건비 절감에 의존한 성과라는 지적이다.


인천공항공사가 2008년 말 발생한 경제위기를 이유로 경기침체, 항공수요 급감 등 경영여건의 급격한 악화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 2009년부터 추진한 것이 바로 아웃소싱 효율화 정책이다.


아웃소싱은 인건비 절감이라는 이점이 있을지라도 실제로 아웃소싱으로 낭비되는 비용이 더 크다. 정규직은 하청업체를 관리하고 하청업체가 비정규직 노동자를 관리하며 중첩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본연의 업무로 돌리면 효율성이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노조가 파업을 할 경우 사측이나 정부는 큰 손실을 이유로 과장 왜곡하기가 일반적인데, 반면 인천공항공사는 파업효과가 없다고 은폐 왜곡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인천공항공사가 6000여명에 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현실을 덮기 위해 오히려 파업효과가 없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김 교수의 설명이다.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노조원들이 무기한 파업을 벌이고 있다. 노조는 전체직원의 87%를 차지하는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 안정과 정규직화 등을 위한 대화를 인천공항공사 측에 요구하고 있다. 사진은 최근 공항여객터미널에서 가진 파업선언 모습.

◇ 노조 “고용안정 최우선” 대화촉구 vs 인천공항 “용역업체 소관” 일색


사실 그동안 인천공항공사가 비정규직 6000명의 처우에 인색하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매년 수천억원대의 당기순이익을 나타내고 있는 공사의 경영현황을 보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입장에서는 ‘아쉽다’는 말이 절로 나올 상황인 것이다.


특히 인천공항공사는 용역업체에 대한 제대로 된 감독을 하지 않고 있다. 지난 2010년에는 환경미화 관련 용역업체에 소속된 노동자 500여명이 노동부 진정과 노동조합 가입을 통해 총 10여억원에 해당하는 체불임금을 용역업체로부터 받는 사례도 있었다.


또한 2004년부터 국정감사와 감사원 감사를 통해 직접고용이 요구된 폭발물 처리반의 경우에는 아예 공사 소속 팀장과 조장이 용역업체에 소속된 조원들에게 직접 업무지시를 하고 팀체제로 운영하는 등 불법파견으로 운영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초에는 인천공항 세관 전자택 업무 노동자 31명에 대한 무더기 해고로 인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에 따르면, 인천공항 세관과 하청계약을 맺은 K사는 지난 2011년 12월 31일 노동자 31명에게 계약해지를 알리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사실상 해고 통보 뒤에는 K사 사장이 직접 작업 현장에 나와 근무를 서고 있던 노동자를 현장 밖으로 쫓아냈다. 이에 인천공항 세관 전자택 부착업무가 일시적으로 진행되지 못했다.


인원이 모자라 임시아르바이트를 현장에 투입했는가 하면, 수일째 근무를 해온 숙련 노동자들은 체력적으로 지쳐 제대로 업무를 보지 못했다. 당시 전자태그를 부착하는 50명 중 남아 있던 29명은 퇴근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수일째 연속근무를 했다.


노조 관계자는 “당시 해당 업체가 2011년도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수차례에 걸쳐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며 “아무런 얘기도 없다가 12월 31일 밤 문자로 계약해지 통보를 하고, 1월 1일 새벽에 현장에 들어와 우리를 쫓아낸 사장과 어떻게 대화할 수 있었겠느냐”고 설명했다.


현재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고용보장과 임금중간착취 근절과 결정구조 개선, 노조활동 보장 등을 촉구하며 5개 지회가 파업 중이다.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조성덕 지부장은 “인천공항에 뼈를 묻겠다는 마음으로, 공항노동자라는 자부심을 갖고 일해 왔다”며 “현 상황에서 무엇보다 고용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담보돼야 하는 고용안정이 최우선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현재 무기한 파업을 진행중인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조는 철도파업에 나선 철도노동조합과 함께 연대투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18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열린 연대 집회에는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조와 철도노조 조합원들이 모였으며, 21일에는 민노총 산하 인천지역 노동조합들과의 대규모 연대투쟁이 전개된다.


노조는 “13년간 착취로 쌓아온 성과에 아랑곳 없이 ‘사직서는 업체에 제출하라’는 인천공항공사가 언제까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기만할 수 있을지 지켜보겠다”며 노숙농성에 들어간 상태다. 최근 집단 사직서를 제출한 것과 관련해서는 인천공항공사 측으로부터 ‘자신들은 우리들의 사용자가 아니니 사직서는 하청업체에 전달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팩스로 받았다고 밝혔다.


노조는 인천공항 내에서 선전전을 이어가는 한편 공항교통센터에서 노숙 농성을 벌이고 있다. 파업에 참가한 인원은 600∼700명으로 이들은 주로 환경미화나 여객터미널 시설유지·보수 업무를 하는 노동자다. 노사는 파업 돌입 후 용역업체를 거쳐 두 차례 접촉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천공항공사 측은 “비정규직 노조원의 사용자가 각 용역업체이므로 노조원의 고용이나 처우와 관련한 사항에 관여할 수 없다”는 일관된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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