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분노' 담아내는 SNS

SNS를 막아도 행동하는 젊음을 막을 순 없다

전성운

zeztto@sateconomy.co.kr | 2011-12-12 11:18:01

지금 전 세계는 혁명 붐이다. 한 청년의 분신자살에서 촉발된 튀니지 혁명, 1%의 기득권에 맞선 월가 점령 시위 등 전 세계의 민중들이 일어서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서울 시장 재보선선거, 반FTA 시위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사건의 중심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로 대변되는 SNS의 ‘다층적으로 구성된 연결고리’가 만들어낸 ‘전파력’은 세상을 뒤흔들 정도다. 아니 실제로 세상을 뒤흔들고 있다.


▲ 미국 뉴욕에서 시작된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시위대는 SNS로 무장, 트위터·페이스북·유튜브를 통해 현장을 생중계 하며 ‘공감대’형성과 ‘행동’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북아프리카 튀니지에서 23년을 집권하던 자인 엘아비딘 벤알리 대통령이 반정부시위에 무릎을 꿇고 국외로 탈출했다.


튀니지의 인구 4만명의 소도시 시디 부지드에 거주하는 한 청년의 분신에서 시작된 시위는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망을 타고 전국으로 확산돼 결국 독재정권을 몰아냈다.


튀니지 국민들은 이를 ‘자스민 혁명’이라 불렀고 그 배경엔 SNS가 있었다. 튀니지 인구 1040만 명 중 60%가 25세 이하의 젊은이로 인터넷 사용자는 350만 명 이상, 페이스북 사용자는 200만 명이 넘는다.


이 사건은 아랍권 전체를 들끓게 만들었다. 이집트의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도 ‘혁명’에 밀려 쫓겨났다. 1981년부터 장기 독재해온 무바라크도 과거 박정희 정권시절의 대한민국처럼 강력한 언론탄압과 비상사태법 이라는 이름의 계엄령을 선포해 이집트를 지배하고 있었다.


국민들의 분노는 한계에 도달, 마침내 대규모 반정부시위가 발생했다. 이집트 정부는 시위에 도움을 준 SNS와 인터넷 접속을 전면 차단하는 초강수를 뒀다. 그러나 이집트인들은 전 세계인의 도움을 받아 다양한 방법으로 차단을 우회, 국제적 통신을 시도했고 결국 무바라크 또한 쫓겨났다.


미국 월스트리트를 중심으로 한 ‘반 월가 시위’또한 마찬가지다. ‘우리는 99%이다’라며 ‘탐욕스런’ 월가 금융권 1%에 반대해 일어선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시위는 페이스북과 트위터등을 통해 순식간에 확산됐다.


미 공화당은 여기에 맞불시위를 하거나 공권력을 동원하는 노력을 했지만 분노한 국민들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시위대는 SNS로 무장했고 최근 유럽 발 글로벌 경제위기를 계기로 ‘월가점령’ 시위는 유럽과 전 세계로 확산됐다. 그리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의 당선에는 SNS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박원순 시장을 당선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수행했던 팟캐스트의 ‘나는 꼼수다’도 SNS를 통해 유명세를 탔고, 20~30대는 SNS를 중심으로 ‘투표독려’에 나서 청년층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박원순 시장이 결국 당선됐다.


최근 반 FTA시위에서도 이러한 경향은 두드러진다. 최근 일련의 반 FTA시위 또한 SNS를 통해 일정과 장소를 전파해 수만명의 시위대를 운집시키는 등 반FTA 여론 형성에 결정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 트위터·페이스북 막강한 전파력 지녀


이렇듯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의 ‘독재자’들이 바로 직접적으로 경계하고 있는 대상이 바로 SNS다. 최근 한국에서는 정부와 여당이 직접 SNS를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이유 또한 이 때문이다.


이렇듯 정보전달이라는 측면에서 SNS의 위력은 무시무시하다. 이는 SNS가 기존의 블로그나 여타 다른 서비스와 같은 차별성이다.


기존의 어떠한 언론, 매채도 트위터보다 빠르게 정보를 전달하지는 못했다. 트위터는 한사람이 한명에게 트윗을 하기만 해도 그 사람이 수만명의 팔로워를 가지고 있다면 순식간에 수만명에게 전파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또한 페이스북은 ‘공감’을 형성하는데 주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트위터보다 장문의 메시지를 담은 내용을 전달 할 수 있고 이것이 지인들이 이것에 반응을 보이면 그 지인들의 지인들에게도 노출된다. 이러한 방식으로 형성된 ‘공감대’는 결국 사용자들이 ‘함께’ 행동에 나설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SNS를 중심으로 어떤 정보가 빠르게 수십, 수백만의 사용자들에게 전파되는 것만으로는 직접 행동의 계기가 되지는 않는다. 여기에 필요한 것이 ‘공감’이다. 즉, 비판적 여론이 형성돼 사람들이 ‘공감대’를 형성해야 행동에 나서게 된다는 것이다.


최근 일련의 ‘혁명’에서 SNS의 위치를 높게 평가하는 사람들은 “중동의 자스민 혁명, 남유럽의 시위, 미국 월가 시위에서 SNS는 그 위력을 충분히 발휘했다”고 평가한다.


고려대 김윤태 교수는 <프레시안> 칼럼에서 “올해 봄에 마드리드 시청 앞 광장에서 만난 천막을 치고 농성을 하는 분노에 찬 대학생들은 노트북,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하고 있었다”며 “최근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the Wall Street)'는 구호로 시위가 벌어진 뉴욕에서도 스마트폰, 태블릿 등 전자통신기기들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고 설명했다.


월가점령 시위는 페이스북, 트위터를 이용해 빠르게 전 세계에 생방송으로 전달되었다. 시위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SNS에 익숙한 청년층이었다.


◇ SNS는 도구일 뿐, 가슴을 읽어라


그러나 일각에서는 SNS는 단지 ‘도구’일뿐 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이집트 민주화운동을 촉발한 청년단체 ‘4월 6일 청년행동’의 공동창설자 아흐메드 마헤르 이브라힘 엘탄타위는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는 하나의 수단이자 도구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집트의 민주화는 민주주의를 열망해온 수준 높은 시민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소셜 미디어가 이집트 혁명에 미친 역할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SNS 혁명’이라는 표현은 지나치게 기술의 역할을 과대평가한다는 주장이다.


김 교수도 “튀니지 사람들은 자신들의 혁명을 ‘자스민 혁명’이라고 부른다. 자신들의 꽃인 자스민을 손에 들고 시위에 참가하기 때문이다”라며 “SNS 혁명이라는 용어는 서방 언론의 작품이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혁명이 촉발한 계기는 SNS가 아니라 일자리 부족과 높은 청년 실업률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실업이 심각한 상황이다. 미국의 실업률은 2007년 4.6%에서 2011년 8월 9.1%로 상승한 반면, 고용률은 2007년 63%에서 2011년 8월 58.2%로 낮아졌다”고 전했다.


그는 “지하철과 버스에 몸을 실은 수많은 젊은이들은 SNS를 통해 그저 그런 오락과 소일거리를 찾고 있지만 언제 그들이 스마트폰을 들고 거리와 투표장으로 몰려나올지 알 수 없다”고 말한다.


대학 등록금은 치솟고 일자리는 찾기 힘든 현실 속에서 젊은이들의 분노가 커져만 가기 때문이다. 그는 “물론 세상을 바꾸려는 열정과 행동이 없다면 누구도 튀니지 거리, 마드리드 광장, 월스트리트에 모이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 젊은이들의 손에 있는 기계를 보지 말고 그들의 가슴을 읽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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