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카드사, ‘왜 우리만 가지고 그래’
대기업 수수료 압박요구에 '백기'…가맹주에겐 강경 '이중성 논란'
장우진
mavise17@hotmail.com | 2011-12-05 13:32:16
[토요경제 = 장우진 기자] 카드사들은 요즘 ‘수수료 인하’라는 얘기만 나오면 치를 떨 듯하다. 각 가맹점부터 대기업까지 ‘카드 수수료 압박’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은 중소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후 ‘더 이상 수수료 인하는 불가능하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여왔지만 최근 현대자동차 측이 카드사들을 상대로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자 맥없이 백기를 들었다. KB국민카드는 현대차와 연장계약을 하지 않으며 협의를 이어나갔지만 고객들의 불편 등을 이유로 결국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카드사들은 잇따른 수수료 인하에 각종 부가서비스 등을 제한하고 나서 결국 피해자는 ‘고객’이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또 가맹주 등 수수료 인하를 주장한 각 계층에게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다 대기업의 수수료 인하 요구에는 쉽게 꼬리를 내려 ‘카드사의 이중성’도 논란이 되고 있다.
◇현대車, ‘수수료 인하압박’…카드사 ‘백기’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현대자동차가 차 구매시 부과하는 카드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고 나섰다.
최근 여신금융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삼성카드 등 7개 전업카드사에 현대·기아차의 전 차종 구매시 카드 수수료율을 낮추라는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고객이 자동차 구입시 카드결제에 따른 수수료를 △신용카드 1.75%에서 1.7%로, △체크카드는 1.5%에서 1%로 낮추라고 요구했으며, 이에 응하지 않으면 거래를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현대차 측은 “건당 결제금액이 주유소, 종합병원보다 훨씬 많음에도 불구하고 카드사는 더 높은 수수료를 요구하고 있다”며 “체크카드는 금융비용이 전혀 없으므로 수수료를 대폭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 KB국민카드는 이에 응하지 않고 현대차와 공방을 이어나갔지만 결국은 백기를 들었다. KB국민카드로는 지난 4일부터 현대·기아차를 구입할 수 없었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10월이 계약 만기시점이었고, 수수료 인하와 관련해 이견을 보여 계약연장을 하지 않았다”라며 “그러나 고객들의 계속되는 불편에 결국 현대차의 요구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자동차 업체들은 고객들이 신용카드로 결제할 때 카드사에 내는 수수료율을 2005년에 2%, 2007년 1.85%, 2009년 1.75%로 수차례 인하해온 바 있다. 이번에도 KB국민카드를 포함한 7개 카드사들은 현대차의 요구를 수용했다.
이처럼 카드사들이 갖은 불만에도 백기를 든 것은 현대차가 국내 자동차시장의 8할을 장악해 카드사 수익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자동차 부분은 타 부분과 다르게 결제단위가 높고 카드구매 비중이 높아 결국 요구를 받아들일 수 밖에는 없다”며 “대기업의 횡포라는 불만에도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계속되는 수수료 인하 요구
카드사들의 고민은 이 뿐만이 아니다.
최근 중소가맹점에 대한 범위 확대와 수수료율 1.8% 수준 인하에도 불구하고 수수료율 인하 요구가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음식업종을 시작으로 주유업계가 바통을 이어받아 수수료 요구를 주장한데 이어 최근에는 직능단체, 의협, 호텔업까지 번졌다.
특히 이를 주도하고 있는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이하 직능단체)는 지난달 30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2천만 서민과 직능 소상공인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카드가맹점 수수료율 1.5% 일괄인하를 요구하는 동맹휴업을 가졌다. 여기에는 룸살롱, 나이트클럽, 안경업, 학원업 등 업주들로 구성돼 있다.
오호석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 “유흥업을 포함한 대부분 업종을 영세한 자영업자가 운영하고 있지만 대형 가맹점에 비해 높은 카드 수수료를 내고 있다”며 “전면 휴업을 해서라도 어려움을 알리겠다”고 밝혔다.
현재 이들의 카드 수수료는 유흥·사치업 4.50%, 안경점 2.60∼2.80%, 학원 3.00∼3.50%로 되어 있다.
대한의사협회도 의원급 의료기관(동네의원)의 신용카드 수수료율(현재 2.50~2.70%)을 1.50% 인하를 주장하고 있으며, 한국관광호텔협회도 금감원, 여신금융협회 등 관계기관에 ‘호텔업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건의서’를 제출하는 등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고 나섰다.
◇약자에 강하고, 강자에 약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카드사들이 ‘약자에는 강하고 강자에는 약한 모습’이라는 비판도 잇따르고 있다.
그동안 카드가맹주들은 중소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위해 각종 궐기대회와 집회를 개최하는 등 수차례 목소리를 높인 끝에 1.80% 수준의 인하라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당초 1.50%에는 미치지 못해 여전히 볼맨소리가 많지만 카드사들과 힘겨운 전투 끝에 얻어낸 전리품이다.
그 외 주유소업계 및 자영업자들은 여전히 카드사들을 상대로 높은 수수료율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카드사들은 ‘더 이상 인하할 여력이 없다’며 인하불가 방침을 고수해왔다.
그런데 현대차라는 대기업에서 수수료 인하압박을 가해오자 KB국민카드를 제외한 카드사들은 순순히 현대차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다. 물론 ‘대기업의 횡포’라는 불만의 목소리도 높았지만 자영업자들의 요구에 대했던 것과 비교했을때 확연히 차이가 난다.
또 그동안 카드수수료 인하로 인해 각종 부가서비스 등이 제한된 것에 미뤄봤을때 이번 현대차의 수수료 인하 수용에 따른 추가 서비스 제한이 우려돼 결국 마지막 피해자는 ‘고객’이라는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카드사들은 각종 부가서비스를 없애거나 제한하고 나선 것에 이어 부가서비스 혜택을 위한 최소실적으로 월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늘리기로 결정했다.
이에 한 카드사 관계자는 “계속되는 수수료 인하 방침에 수입압박이 상당하다”며 “카드사 입장에서는 결국 부가서비스나 포인트 적립 등에서 제한을 두어 손실을 메꿀수 밖에는 없지 안느냐”고 해명했다.
일각에서는 현대차를 시작으로 다른 대기업들도 수수료 인하요구에 나설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국내 굴지의 기업이 카드사들을 대상으로 선전포고를 한 만큼 내심 수수료 인하 눈치를 보던 기업들도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한 기업관계자는 “수수료 인하와 관련해 내부 논의된 것은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수수료 인하 압박과 자영업자들의 계속되는 인하 주장, 여기에 대기업마저 수수료 인하요구에 나서 카드사들은 ‘수수료 전쟁’에서 외로운 싸움을 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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