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 칼럼] 민주당 원내대표의 ‘남 탓’

이정선

jslee@sateconomy.co.kr | 2018-07-16 05:59:48

옛날, 진(晉)나라 때 이리(李離)라는 관리가 있었다. 일을 공정하게 처리하고 빈틈없기로 소문난 관리였다. 이리는 억울한 사람에게 누명을 씌우지 않았다. 못된 사람을 풀어주지도 않았다.

하지만, 사람에게는 실수가 있는 법이라고 했다. 어느 날 부하의 잘못된 보고를 그대로 믿고 어떤 사람에게 사형 판결을 내리고 말았다.

이리는 뒤늦게 자기가 잘못 판결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리는 즉시 스스로를 구속시켰다. 결박을 짓게 하더니 제 발로 걸어서 감옥에 들어갔다. 그리고는 자기 자신에게 사형언도까지 내렸다.

임금 문공(文公)이 깜짝 놀랐다. 이리의 판결을 덮으려고 했다.

“관직에는 귀천이 있고 죄에는 경중이 있다고 했다. 이번 판결은 아랫사람의 잘못이다. 결코 그대의 잘못이 아니다. 그대에게는 죄가 없다.”

그러나 이리는 단호했다. 뜻을 굽히지 않았다.

“나는 한 부서의 책임자이지만 부하에게 자리를 내준 적이 없습니다. 많은 녹봉을 받았지만 부하에게 나누어준 적도 없습니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부하에게 죄를 미루는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문공이 다시 말했다.

“그대가 죄를 인정한다면 나 역시 죄가 없다고 할 수 없지 않은가.”

신하가 ‘내 탓’을 하자, 임금 역시 ‘자기 탓’을 한 것이다. 문공은 그러면서 이리에게 사면령을 내렸다.

이리는 그러나 임금의 명령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스스로 칼 위에 엎드려 목숨을 끊고 말았다.

여기에서 ‘서사불이(誓死不二)’라는 말이 나왔다. 죽어도 결심을 바꾸지 않는다는 얘기다.

보도에 따르면,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홍영표 원내대표가 연거푸 ‘남 탓’이었다.

홍 원내대표는 최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고용 부진은 지난 정부 10년 간 생산인구 감소, 제조업의 일자리 창출 능력 악화 등 구조적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며 “소득주도성장 때문에 고용 쇼크가 발생했다는 지적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이에 앞서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산업구조 개선에 소홀한 채 사회간접자본에만 집중해 제조업이 쇠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고도 했다. 고용 악화 이유를 ‘앞 정부 탓’으로 돌리고 있었다.

더 있었다. 한국여성경제포럼 강연에서는 “삼성그룹이 1∙2∙3차 협력업체들을 쥐어짜고, 쥐어짜서 오늘의 세계 1위를 만들었다”면서 “삼성이 작년에 60조 원의 순이익을 냈는데 여기서 20조 원만 풀면 200만 명한테 1000만 원씩을 더 줄 수 있다”고 했다.

지나친 발언이라는 성토가 나오자, 홍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재벌과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 부와 빈곤의 양극화 문제를 말하면서 삼성을 예로 들었더니 일부 언론에서 과민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해명하고 있었다. “삼성이 협력업체를 쥐어짰다는 표현만을 일부 언론에서 자극적으로 재생산하고 있다”며 “실제로 협력업체가 얼마나 벼랑 끝에 몰려있는지도 주목해 달라”고도 했다. ‘일부 언론 탓’이었다.

‘네 탓’은 상대방을 자극하고 기분을 상하도록 만들 수 있다. 그러면 상대방은 적으로 변할 수도 있다. 반면 ‘내 탓’은 상대방의 기분을 풀어줘서 ‘내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내 탓’ 소리를 별로 듣지 못하며 살고 있다. 들리는 것은 주로 ‘남의 탓’이다.

임금도, 신하도 ‘내 탓’을 한 진나라는 강대국으로 떠오를 수 있었다. 임금 문공이 춘추시대에 패권을 잡은 소위 ‘춘추 5패(春秋五覇)’의 한 사람으로 부상한 것이다. ‘춘추 5패’는 오늘날로 말하자면 ‘G5’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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