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장들, '울며 겨자먹기'식 사표 제출

토요경제

webmaster | 2008-04-16 09:12:02

금융위원회가 산하 공기업 기관장들로부터 일괄 사표를 요구하며 사퇴 압력을 가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공기업 수장들에 대한 본격적인 물갈이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주 주말 김창록 산업은행 총재가 처음으로 사의를 표명한데 이어 금융공기업 수장들의 사표 제출이 꼬리를 물고 있다.

1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김창록 산업은행 총재가 임기를 7개월 앞두고 사의를 표명한데 이어 윤용로 기업은행장도 사표를 제출했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지난해 12월에 취임한 윤 행장이 재신임을 받는 절차를 거치고 있다고 밝혀 다시 유임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산업은행의 새 총재로는 이우철 금융감독원 부원장, 이팔성 전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전 우리증권 대표), 황영기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이에 대해 산은 관계자는 “신임 총재에 대해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마치고 돌아와야 윤곽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사표 제출설이 돌고 있는 박병원 우리금융지주 회장도 이와 관련해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이 밖에 이철휘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한이헌 기술보증기금의 이사장과 김규복 신용보증기금 이사장도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기관장들 ‘울며 겨자먹기’ 사표 제출

최근 금융공기업들은 대표들의 잇따른 사의 표명으로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가뜩이나 신정부 출범과 함께 ‘경제개혁’, ‘금융규제 전면 재검토’ 등 유래 없는 대변화 속에 있는 금융공기업들이 수장들 재신임문제까지 불거지자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특히 CEO 공석이 길어질 경우 업무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는데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기관장이 바뀌는 것은 관치금융의 부활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의표명이 ‘눈치보기’나 ‘울며 겨자먹기’식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사표를 낼 이유가 없는데도 내야 하니 사직서에 뭐라고 쓸지 고민하겠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정부가 지분을 소유했다 하더라도 공모를 통해 발탁된 금융공기업 CEO들은 실제 3년의 임기가 보장된다. 김창록 산은총재는 오는 11월까지, 올해 1월 취임한 이철휘 캠코 사장은 2011년 1월까지, 윤용로 기은장의 경우에는 2010년 12월까지 임기가 남아 있는 상태다.

경제개혁연대는 15일 논평을 내고 "금융공기업 기관장들이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해야 하며 정치논리가 경제논리를 압도하는 상황이 연출 되서는 안 될 것"이라며 "정부는 부적절한 영향력 행사를 중단하고 법률로 정해진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기관장 공석사태'와 관련해 이번 달까지는 금융공기업의 불안정한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사표는 이번 주까지 수리되더라도 재신임까지 확정하려면 다음 달로 넘어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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