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유럽 경제위기 이제는 동유럽?
헝가리, IMF·EU 구제금융 지원 요청
최양수
webmaster@sateconomy.co.kr | 2011-11-28 13:53:35
[토요경제=최양수 기자] 남유럽에서 시작된 유럽발 재정위기 도미노가 동유럽을 향해 번지고 있다.
헝가리의 구제금융 지원 요청으로 유로존 위기가 동유럽권까지 확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21일 헝가리는 포린트화 가치가 급락하고 국채 금리가 급등하자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연합(EU)에 구제금융 지원 요청을 했다.
헝가리 정부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예방적 성격의 지원을 요청했다고 밝혔지만 세계 경제는 유럽발 경제위기가 세계 시장을 뒤덮는 것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동유럽 경제위기 우려 ‘현실화’
IMF와 EU는 지난 21일 헝가리로부터 구제금융 지원 요청을 받았으며 이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제전문가들은 “헝가리의 구제금융 요청은 포린트화 가치가 급락하고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이뤄졌다”며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의 불똥이 동유럽까지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와 EU 집행위원회는 이날 발표문을 통해 “헝가리 정부 당국이 경제 위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예방적 차원에서 IMF와 EU 집행위원회에 금융지원이 가능한지를 요청해왔다”고 밝혔다.
IMF는 “부다페스트에 있는 IMF 팀이 워싱턴으로 돌아와 IMF 집행이사회 등과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U 집행위원회는 “EU 회원국·IMF와 헝가리 요청을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가 신용등급이 ‘정크’ 전 단계인 헝가리는 “경제 주권을 해치지 않으면서 투자자들의 신뢰회복과 경제성장을 위해 IMF 등으로부터 ‘안전망’을 요청하고 새로운 유형의 협력에 관한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는 긴축 조치가 아니라 헝가리 경제 성장을 지원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또한 “내년 1, 2월 IMF와 협상을 타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머르토니 야노쉬 헝가리 외무장관은 “우리가 원하는 것은 IMF의 신축적 신용공여(FLC)”라고 밝혔다.
이번 구제금융 지원 요청에서 헝가리가 원하는 것은 FLC다.
FLC는 건전한 기초여건과 정책들을 지닌 국가에 제공하는 금융지원 프로그램이다.
경제 주권 제한 등 요구조건이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에 대해 헝가리가 요구한 방향대로 IMF가 ‘조건 없는 지원’을 수락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헝가리 은행산업, 서유럽 자본 비중 높아 위기 직면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피치 역시 지난 12일 헝가리 정부 정책 실패와 경제 악화로 인해 국가신용등급을 ‘투자 부적격’ 단계로 하향 조정할 수 있다고 경고해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자극했다.
그리고 미 유럽위원회(EC)는 헝가리에 대해 내년 1월까지 외화차입 대출과 관련된 대책을 내놓으라고 압박하고 있다.
헝가리의 국채금리(10년물 기준)는 지난 한 달 새 1%포인트 이상 급등했다.
구제금융 지원 요청을 신청한 지난 21일 헝가리 국채금리는 8.39%에서 거래됐다.
포린트화 역시 곤두박질쳤다. 유로당 포린트화 환율은 지난 10월 24일 295.03포린트였던 것이 지난 14일 316.05포린트까지 올라갔다.
현재 헝가리 은행권은 정부의 성장촉진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면서 경기둔화 위험, 대출자산 부실 위험, 외화대출 조기상환 프로그램 등에 직면해 국가빚이 쌓이고 있다.
특히 헝가리의 은행산업에서 오스트리아, 독일, 이탈리아 등 서유럽 국가들의 은행 자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위기 상황에 쉽게 노출돼 있다.
하지만 유로존 위기로 EU 내 서유럽 은행들이 내년 6월까지 자본을 대폭 확충해야 하는 만큼 이들 은행이 헝가리 자회사에 자본을 추가 투입할 여력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연쇄적으로 헝가리 은행산업이 위기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더불어 헝가리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비율은 지난 6월 75%에서 3개월 만에 7%포인트 상승한 82%를 기록했다.
이는 재정위기국인 그리스(142%), 이탈리아(119%)보다는 낮고 프랑스(81%)와 독일(83%) 등과 비슷한 수준이다.
헝가리는 지난 2008년 디폴트(채무불이행)를 피하기 위해 IMF로부터 EU회원국 가운데 처음으로 200억 유로의 구제기금을 받았지만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IMF와의 계약을 같은 해 폐지하고 대형 은행에 추가 세금을 부과하는 강경책을 펼쳐왔다.
하지만 최근 유로존 채무 위기로 갈수록 재정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헝가리의 구제금융 지원 요청으로 인해 유로존 채무위기 심화 등에 대한 우려로 세계 경기는 하락세를 보였다.
◇헝가리에 이어 다음 재정 위기 국가는?
유로존의 위기 상황을 살펴보면 그리스를 시작으로 이탈리아, 포르투갈, 아일랜드, 스페인 등 남유럽으로 퍼지면서 이들 PIIGS(포르투갈·아일랜드·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 국가의 정권 붕괴 도미노를 가져왔다.
헝가리의 구제금융 지원 요청은 남유럽의 재정위기가 동유럽까지 나타날 수 있다는 가정을 현실로 나타나게 한 사건이다.
시장전문가들은 “헝가리가 유로존 재정위기에 굴복한, 동유럽 첫 번째 국가가 됐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애널리스트의 전망에 의하면 “헝가리 금융 지원 신청은 동유럽에서 위기가 시작되고 있다는 신호탄이다”고 밝혔다.
더불어 “서유럽 국가의 신용 경색은 동유럽 국가들의 부채 상환 능력을 떨어뜨리고 헝가리를 넘어 우크라이나와 발칸반도까지 위기를 전이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로화 구조적 변화 없으면 세계 경제 공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근본적으로 유로존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했다.
유로존 자체의 재조정에 대해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유럽의 재정 위기 상황에 대해 ‘뉴 유럽’이 이루어져야한다”고 주장하며 “EU 조약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유로화는 스페인과 이탈리아에 대한 금융 시장 압박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머지않아 구조적으로 변화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보고서에서 “머지않아 유로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라며 “그러나 유로권 자체가 깨질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밝혔다.
또한 “금융 시장 압박이 가중되면 독일과 프랑스가 지금의 예상을 뛰어넘어 재정동맹 구축에 극적으로 조기 합의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전망했다.
또한 워런 버핏도 CNBC인터뷰에서 “유로존 시스템이 중대한 결함을 지닌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그 결함은 단순히 말로써 고쳐지지 않을 것”이라며 “유로존은 좀 더 긴밀히 함께 하거나 재조정이 있어야만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이번 위기에서 살아남을 것인지 의구심이 들며 유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유로존 정상들이 긴급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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