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떨어진 소셜커머스, '상품권깡' 나서나
각종 상품권 '수십억원대'…단속근거도 없어 소비자피해 우려
전성운
zeztto@sateconomy.co.kr | 2011-11-28 13:42:30
[토요경제 = 전성운 기자] 소셜커머스 업체 T사는 최근 40만원의 신세계 백화점 상품권을 11% 할인해 35만6천원에 판매하는 ‘딜(Deal)’을 진행했다. 그동안 많은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문화상품권·편의점상품권 등을 판매해 왔었지만 이번 딜은 그 이상의 규모다. 5만원권 8장으로 구성된 40만원의 상품권을 5620세트 판매했고 그 총액은 액면가 기준 20억에 달한다. 그러나 T사는 이 상품권을 일괄 배송 하지 않고 4회에 걸쳐 나눠서 배송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업계와 전문가들은 “이는 현금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고객들을 상대로한 ‘상품권깡’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현금 부족 압박에 계속 시달리면서 1~2억 가량의 문화상품권등을 '깡 처리'해 왔지만 갈수록 규모가 커지고 있다”며 “상황이 점점 악화되고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소셜커머스 광풍이 점차 잦아들고 있는 형국이다. 한때 수백개까지 난립했던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빅4(티켓몬스터·쿠팡·그루폰코리아·위메이크프라이스)를 중심으로 인수·합병되거나 사라지면서 정리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미국 그루폰의 기업공개 이 후 소셜커머스도 ‘벤쳐’가 아닌 하나의 유통산업으로 인정받은 것”이라며 “소셜커머스 산업이 이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 안정기에 들어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는 소셜커머스의 시장 규모가 커진 것이 아닌 그저 제살깎기 식 경쟁으로 인한 것”이라며 “서서히 붕괴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 소셜커머스, 최고 인기는 ‘상품권’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너도나도 ‘상품권’판매에 나서고 있다. 적게는 ‘편의점상품권’과 ‘문화상품권’으로 1~2억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고 대형업체의 경우 ‘주유상품권’이나 ‘백화점상품권’으로 매출 수십억을 기록하기도 했다.
중형 소셜커머스 업체 H사는 ‘문화상품권’과 ‘편의점 상품권’을 주력으로 1~2억원 어치씩 수차례에 걸쳐 판매해 수억의 매출을 올렸다. H사 계자는 “문화상품권과 편의점상품권의 경우 일상생활에서 활용성이 매우 높아 많은 사람들이 구매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품권 판매 열풍이 대형업체까지 번지고 있다. 국내 소셜커머스 빅4중 하나인 T사는 최근 ‘주유상품권’을 판매해 86억의 매출을 올렸다고 홍보했다. 이 업체는 “단일품목으로 세계 소셜커머스 거래액 사상 4위”라며 자축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른 대형업체인 G사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G사는 신세계백화점 상품권을 액면가로 20억원어치 판매했고 이 상품 역시 곧바로 ‘완판’되었다. 여기에 질세라 T사도 다시 20억원의 신세계백화점 상품권 판매에 나섰다.
◇ ‘현금 부족’과 ‘연말 실적’의 합작품
이렇게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상품권’판매에 열심인 것은 표면적으로는 당연히 고객들에게 좋은 상품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속내를 까보면 좀 더 복잡한 사정이 있다.
상품권은 법적으로 ‘무기명 유가증권’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환금성’이 높은 상품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급전’을 구하기 위해 ‘상품권깡’을 시도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상품권의 경우 대부분 고정적인 ‘할인율’을 가지고 있다. 액면가 만원의 백화점상품권의 경우 시중에서 약 4~5% 할인된 가격에 구매가 가능하다. 그러나 최근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제공하는 상품권들은 10%이상의 할인된 가격이다. 이 때문에 상품권의 ‘출처’에 의심의 눈을 보낼 수밖에 없다.
가장 최근에 진행된 T사의 ‘신세계백화점 상품권’의 경우 5만원권 8장, 총 40만원의 상품권을 11% 할인된 35만6천원에 판매했다. T사는 이러한 할인율이 가능한 이유에 대해 정확히 밝히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조금만 살펴보면 어떤 ‘꼼수’가 숨어있음을 짐작케 한다. 이 상품은 즉시 40만원권 모두 소비자에게 배송되는 것이 아닌 딜 완료 후 약 15일 가량 후부터 5만원권 2장, 10만원씩 총 4개월에 걸쳐 고객들에게 지급된다.
고객들이 4개월에 걸쳐 받는 것과 달리 업체는 즉시 20억 가까운 현금 확보가 가능해진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소셜커머스 업체의 상품권 딜은 사실상 ‘어음’에 가깝다”며 “고객들은 일시불로 업체에 지불하고 4개월에 걸쳐 상품권으로 상환 받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업체들이 ‘현금 유동성’에 문제가 생겨 ‘급전’을 마련하기 위해 고객들을 대상으로 ‘상품권깡’이라는 초강수를 동원했다는 시나리오도 그려볼 수 있다. 시중에서 백화점 상품권이 4% 할인율로 팔리고 있는 것을 고객들에게 11%에 팔면 7%를 손해보고 파는 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입장에서는 급하게 현금이 필요할 때 대출을 통한다면 7%보다 훨씬 높은 이자를 지불해야 하는 것에 비해 4개월에 걸쳐서 7%의 이자만 지급하면 되는 ‘상품권깡’은 월등히 매력적인 조건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연말을 앞두고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실적’을 부풀리기 위함이라는 주장도 있다.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아직도 죽기 살기로 덩치를 키워야만 하는 형국이기에 수억에서 수십억단위인 ‘상품권’ 딜은 포기하기 힘든 유혹이라는 설명이다.
T사는 지난 ‘주유상품권’도 3~6개월 분할 지급으로 판매한 바 있는데 이를 두고 일부 네티즌들은 “드디어 돌려막기가 시작되는 건가”라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상태다.
◇ 어느새 ‘중계업’에서 ‘판매업’으로
진짜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이러한 행위가 대부분 ‘중계행위’가 아닌 ‘상품권 재판매’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T사는 신세계백화점 상품권을 ‘구매’해 ‘재판매’했다고 알려왔다. 이에 한 법률전문가는 “소셜커머스 업체의 이러한 상품권 재판매 행위는 ‘유사수신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상품권 재판매업의 경우 기타금융업에 해당하기 때문에 일반 통신판매업자가 재판매 하는 행위는 문제의 소지가 있다”며 “이를 분할지급 하는 것 역시 ‘유사수신행위에관한법률’에 위배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현재로선 마땅한 법적 처벌 근거가 없는 ‘법적 공백’에 해당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경찰과 금융 당국 역시 “실제적으로 ‘상품권’을 이용한 현금융통행위가 발생했다 하더라도 마땅한 처벌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체들이 ‘상품권깡’을 하는 것은 기업의 안정성을 해치는 행위이고 결과적으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당국의 감시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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