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돈장사 쉽지 않다"
자격요건 엄격·기존시장 캐피탈社 장악…‘경쟁 버거워’
장우진
mavise17@hotmail.com | 2011-11-28 13:34:19
[토요경제 = 장우진 기자] 금융위원회가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내달 8일까지 입법예고하면서 저축은행들은 내년부터 할부금융 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 저축은행들은 이를 통해 신차·중고차 할부시장 등에 진출하면서 새로운 수익창출로를 개척할 예정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저축은행에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할부금융업 진출이 필요한 대형저축은행의 경우 대부분 그 자격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기존 캐피탈사들이 이미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인프라 구축에도 여의치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다. 또 지난해부터 카드사들과 은행들도 시장에 뛰어들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일각에서는 저축은행들이 할부금융 시장에 진출한다고 해도 시장변동에 큰 파장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저축은행들은 당분간 힘든 싸움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내년부터 할부시장 진출…‘자격요건 까다롭네’
금융위는 저축은행의 할부금융 진출을 풀어주는 내용이 포함된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을 내달 8일까지 입법예고하고 규제개혁위원회, 법제처 등의 심사를 거쳐 내년 상반기 중 시행하기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재무건전성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상호저축은행은 할부금융업을 겸영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라며 “저축은행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저축은행들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이 막힌 상황에서 내년부터 새로운 시장이 열리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금융위가 정한 시장진입을 위한 충족요건을 부합하기는 쉽지 않아 현실적으로 혜택받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할부금융업 영위를 위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 10% 이상, 고정이하여신비율 8% 이하, 최근 경영진단 평가결과 종합등급 2등급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지난 9월 기준 저축은행 BIS비율을 살펴보면 HK(9.53%), 솔로몬(9.51%), 한국(9.28%), 현대스위스(8.29%) 저축은행 등 주요 대형 저축은행들은 현재 진출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이들 저축은행은 현재 기업금융 파트를 중심으로 할부금융시장에 대한 분석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PF 대출이 막히면서 할부금융업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것이다. 저축은행들은 PF대출을 대신하기 위해 일반 소비자 금융으로 체질개선에 나선만큼 인프라 구축을 통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목표다.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지금은 일반 소비자 금융(가계대출 등)으로 주력을 바꾼 상황이지만 부동산PF를 대신할 만한 것이 없었다”면서 “할부금융시장 진출에 기대감을 갖고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존 시장 ‘탄탄’, 넘어설 수 있나
그러나 BIS비율 충족 등으로 시장에 진출한다 해도 성과를 만들어 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할부금융 시장의 80% 이상은 자동차 할부금융인데 이 곳에는 이미 현대캐피탈, 아주캐피탈 등 기존 캐필타사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부터는 카드사들과 은행들이 시장에 뛰어든 것도 저축은행들에게는 고민거리이다.
즉 영업망·자금조달 등 인프라 구축이 중요한데 기존 캐피탈사들은 이미 갖춰진 인프라를 통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보다 차별화된 서비스 구축에 나서 저축은행들의 경쟁할 틈을 주지 않겠다는 의지다.
금융위는 저축은행들이 신차 할부시장은 힘들지라도 중고차 할부시장에서 만큼은 충분한 여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이같은 할부금융업을 추진했지만 저축은행들은 중고차 시장도 여의치 않다고 토로하고 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신차(할부금융) 시장은 물론 중고차 시장도 경쟁이 치열해 이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노하우와 함께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며 “중소형 저축은행들이 진출하기는 버거울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캐피탈 관계자도 “자동차 제조사 또는 딜러사들과 오랜시간 협업해 왔고, 이것이 할부금융의 인프라이자 자산”이라며 “저축은행이 시장에 뛰어들어도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시장공략을 위한 획기적 대안을 마련하면 되지 않느냐는 지적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기존 캐피탈사들이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보다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 등을 통해 차별화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실례로 현대캐피탈은 단순히 돈을 나눠서 받는 할부의 개념이 아니라 ‘재이용 고객 우대 프로그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서비스 제공에 나섰다.
이는 현대캐피탈 신차할부를 이용해 현대·기아차를 구매했고, 신차할부 계약확정 시점부터 5년이 지나지 않았다면 신차할부 재이용시 우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 차량 방문점검 서비스 등도 제공한다. 즉, 기존 고객 인프라 없이는 불가능한 서비스인 것이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아직 인프라와 노하우가 부족한 저축은행들이 이 시장에 진입을 하게 돼도, 뭔가 차별화 포인트 없이 단순 할부금융만으로 승부한다면 당분간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축은행, ‘그래도 희망은 있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할부금융 시장진출이라는 조치를 내렸지만 단기간내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새로운 수익루트 창출이라는 기대를 갖고 본격 경쟁 체제를 위해 준비에 나섰다.
저축은행들이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소식도 있다. 최근 러시앤캐시 등 대부업체들이 규정위반으로 영업정지 위기에 놓이고, 이에 금감원은 중소 대부업체에 대해 일제 점검에 나설 예정으로 대부업체 고객들의 대거 연쇄이동이 예상된다.
현재 러시앤캐시·산와머니 등 현재 적발당한 4개 대부업체의 대출규모가 3조5000억원이 넘고 이용자수도 115만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금융당국 규제강화로 은행들의 대출도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저축은행들은 기회를 맞이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솔로몬, 현대스위스, 신라 저축은행 등 상위권 저축은행들이 공격적으로 서민대출에 나서고 있는 것과 맞물리면서 서민대출의 중심축으로 다시 부상할 계기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사업포트폴리오에서 서민대출 비중을 절반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서민금융이라는 저축은행 본연의 기능을 회복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도 “은행 및 서민금융회사들의 서민대출 취급 증대를 통해 대부이용자의 자금수요를 흡수할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이라며 “최근 영업정지 등으로 신뢰도가 떨어진 저축은행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한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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