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냄새 나는 배우’ 명품 조연 김경룡
끊임없는 노력으로 ‘명품 조연’ 반열 올라
김형규
fight@sateconomy.com | 2014-10-10 17:58:11
이 영화에서 칠성학교 교장은 아끼는 고양이 ‘나비’가 돼지에 물려 죽게 되자 이에 격분해 돼지에 되갚음을 하려 하지만 결국 돼지에 물려 좀비가 되고 만다. 그 돼지가 변종바이러스에 감염된 돼지였던 것이다.
바로 여기서 교장으로 분해 국내 영화 최초로 사람에서 좀비가 된 이가 김경룡이다.
김경룡. 이름은 익숙하지 않지만 얼굴을 보면 누구나 ‘아~!’하고 무릎을 치게 만드는 이미 브라운관과 은막을 통해 정든 배우가 바로 김경룡이다. 토요경제에서는 ‘사람냄새’ 나는 명품 조연 김경룡을 만났다.
기자가 김경룡을 만나기로 한 곳은 강서구의 허름한 소주집. 다짜고짜 소주부터 시켜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고, 우선 인터뷰 후에 한 잔을 기울이기로 약속을 하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Q. 반갑다. 최근 영화 <좀비스쿨>이 개봉했는데.
A. 국내 최초의 본격적인 좀비 영화다. 이 영화에서 나는 국내 최초로 사람에서 좀비가 된 인물을 연기했다. 영화를 찍으면서 롤모델을 찾기 힘들었다. 그래서 <새벽의 저주>, <28주후>, <웜바디스>와 같은 좀비영화를 보며 좀비에 대해 연구했다.
‘날카로운 인상에 깡마른 체형’…연기에는 부적격
Q. 얼굴은 많이 익숙한데 이름은 많이 낯설다. 연기를 처음 시작한 게 언제인지.
A. 처음 연기를 접한 것은 고등학교 때였다. 당시 연극반에서 ‘조명디자인’을 맡고 있었는데 부천에 있는 대학교 소극장을 빌려 연극을 준비하던 중 주인공을 맡은 친구가 갑작스레 맹장염에 걸려 내가 주인공을 맡게 됐다. 어쩌면 이때가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된 것 같다.
Q. 무대장치를 맡다가 연기를 한다는 것이 가능한가?
A. 대본을 외운 사람이 주인공 외에 나밖에 없었다. 깡마른 체구에 날카로운 인상을 가졌던 나는 연기를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3일을 연습한 후에 무대에 올랐는데 그 때 나에게 잠재되어 있던 ‘끼’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것을 방출할 수 있었다.
Q. 그 이후에 연기를 계속 하게 되었나?
A.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연극영화과에 진학해 본격적인 연기를 배워보고 싶었지만 아버지의 반대로 영문과에 입학하게 됐다. 하지만 대학에는 연극동아리가 있었다. 조명에 대한 공부도 본격적으로 하게 됐다. 3년간 독학을 해서 전기관련 자격증까지 딸 정도였다. 또한 연기와 연출에 대해서도 많이 공부를 한 것 같다.
Q. TV에서 본 게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이미 익숙한 배우가 됐다.
A. 연극은 86년 <관객모독>으로 데뷔를 했다. 이후 연극을 줄곧 해왔다. 하지만 여느 연극배우가 그렇듯 나의 연기생활은 굶주림 그 자체였다. 한 동안은 연극계를 떠나 방황을 하기도 했고, IMF때는 이일 저일 가리지 않고 하기도 했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항상 연기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그래서 다시 연극 무대에 발을 들이게 됐다.
그러다 2001년 영화 <이것이 법이다>에서 노숙자 역할로 데뷔를 하게 됐고, 2002년에는 <공공의 적>에서 사채업자 역을 맡았다. 그 때를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신 것 같다. 브라운관을 통해 첫 선을 보인 것은 지난 06~07년 MBC에서 방영했던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이다. 극중 박민영의 아버지로 나와 이중간첩 역할(강철봉 역)을 했다. 이때 처음 뵈었던 이순재 선생님과 나문희 선생님에게 많은 조언과 칭찬을 들으며 배우에 대한 자신감이 들기 시작했다. 특히, 나문희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배우는 배역에 따른 소리가 있어야 한다”는 가르침이 가슴에 와 닿았다.
‘코믹이지만 진지한, 무섭지만 편안한 연기’
Q. 시트콤에 캐스팅 된 배경이 남다르다던데
A. 당시 김병욱 PD가 배우 캐스팅을 하면서 ‘코믹하지만 코미디는 아닌, 무섭지만 무섭지 않은’ 사람을 찾고 있었다고 했다. 그때 조감독이 나를 떠올렸다고 했다. 그래서 운 좋게 브라운관에 데뷔를 할 수 있었다.
Q. 연극무대로 데뷔를 했다. 지금도 대학로를 찾는지
A. 대학로는 나의 고향 같은 곳이다. 물론 내가 처음 공연한 곳은 당시 신촌이었지만 지금은 대학로가 그곳을 대신하고 있다. 나에게는 그 때의 기억을 더듬을 수 있게 하는 참으로 인간적으로 다가오는 곳이 대학로이다. 지금도 가끔 대학로를 찾는다. 후배들의 공연을 보고 연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그곳에서 연기자로서의 ‘초심’을 다시 찾을 수 있어 좋다.
Q. 연기를 하면서 고마운 사람이 있다면?
A. 누가 뭐래도 힘들 때 항상 옆에서 묵묵히 기다려준 아내를 꼽고 싶다. 또한, 함께 연기를 하면서 동고동락한 분들을 꼽고 싶다. 선·후배를 떠나서 함께 호흡을 맞춘 분들, 또 힘들게 뒤에서 연기를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준 스텝들에게 항상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Q. 취미가 있다면?
A. 주말마다 야구를 하러 다닌다. 아니 주말이 아니어도 시간만 되면 야구를 하는 것 같다. 야구와 연기의 공통점은 팀웍이라고 생각한다. 한 사람만 잘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모든 사람이 주연이고 조연이다. 그런 점에서 야구를 좋아하게 됐다.
Q. 앞으로의 포부와 연기자로서의 계획은?
A. 우선 현재 상영 중인 영화 <좀비스쿨>와 케이블채널 투니버스에서 방영 중인 어린이드라마 <벼락맞은 문방구2>가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연기자로서는 “무대 위에서 연기하다가 죽고 싶다”는 상투적인 말보다는 그저 ‘사람냄새 나는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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