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박계' 유승민 의원, 새누리당 원내사령탑 차지
신임 정책위의장에 원유철 의원…'친박' 이주영-홍문종 쓴잔 들이켜
송현섭
21cshs@naver.com | 2015-02-02 16:34:19
[토요경제=송현섭 기자] 당초 박빙의 판세가 예상됐던 새누리당 원내 지도부 경선에서 '비박계' 유승민 의원이 낙승을 거둬 원내사령탑을 차지했다.
2일 새누리당에 따르면 신임 국무총리로 내정된 이완구 전 원내대표와 주호영 전 정책위의장의 뒤를 이어 차기 원내대표·정책위의장 경선에서 유승민 의원이 원내대표, 원유철 의원이 정책위의장으로 각각 당선됐다.
이는 유승민-원유철 조가 '친박계'로 분류되는 이주영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4선의 당내 중진 홍문종 의원을 여유 있게 따돌린 점에서 당내 여론이 친박에 등을 돌린 것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이날 열린 의원총회에서 집권 3년차 당청관계를 고려한 원내대표·정책위의장간 경쟁은 치열한 선거전으로 이어져 각 캠프는 막판 당내 표심 잡기에 총력을 경주했다.
결과적으로 새누리당 의원 149명이 투표한 가운데 유·원 의원은 84표를 획득해 65표를 얻는 이·홍 의원을 상당한 표차로 제쳤다. 더욱이 친박계는 정치인 출신 국무위원까지 나서는 등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으나 대세를 거스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따라서 이번 4번째 도전에서도 이주영 의원은 또다시 고배를 마실 수밖에 없었다.
◇ 대통령 지지도 하락 겹쳐 친박 고민 커져
우선 이번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은 '비박 대 친박'구도로 전개되면서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 하락을 반등시킬 계기로 주목돼왔다. 그러나 당초 '박심'이 반영돼 친박계의 승리를 예상했던 것과 달리 당심은 비박계를 선택해 앞으로 여당 지도부가 내년에 치러지는 차기 총선을 앞두고 청와대와 선긋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현 당내 세력구도를 감안하면 이번 경선은 친박계와 비박계간 박빙의 판세가 예측됐는데, 이 의원에 대한 지지와 함께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물밑 지원소문이 나돌면서 일각에선 이 의원이 승기를 잡았다는 성급한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막상 결과는 유·원 의원이 상대편인 이·홍 의원을 19표로 제쳤는데 친박계는 작년 5월 국회의장 선거에서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정의화 의장에 패한 뒤, 7월 전당대회에서 서청원 최고위원이 김무성 대표에 패한데 이어 잇따라 쓴잔을 마시게 된 것이다.
◇ 유승민, 네거티브 李캠프에 반격 '주효'
이날 투표에 앞서 진행된 공개 토론회에서 기호 2번 이주영 의원은 기호 1번 유승민 의원을 겨냥해 파상적인 네거티브 공세를 펼쳤다. 그러나 유 의원은 이 의원을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정면 돌파에 나서 의총에 참석한 현역 의원들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특히 "당청관계가 '콩가루 집안'이 될 것"이란 이 의원의 공세에 맞서 유 의원은 "선거운동기간 쓴 소리를 진짜 많이 했다"며 "원내대표가 되면 그 쓴 소리를 후배한테 하지 말고 대통령에게 해달라"고 보기 좋게 받아 넘겼다.
유 의원은 또 "3년동안 세어보니 3∼4번밖에 쓴 소리 안 했는데 그 것으로 '콩가루 집안'이라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반문하면서 "작년에 (세월호 사고 수습 등) 고생을 너무 많이 했다. 야구에서도 투수가 너무 오래 던지면 바꿔줘야 한다"고 뼈 있는 한 마디를 던졌다.
아울러 유 의원은 친박계가 현역 의원출신 국무위원들까지 나서 이 의원을 지지한다는 점을 의식해 "국무위원들도 투표한다고 들었는데 박심·당심 여러 말이 있지만 우리가 제일 두려운 것은 민심"이라며 청와대나 친박계의 선거 개입을 우회적으로 공격했다.
유 의원은 또 "대통령에게 한결같이 자리를 지키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면서 "대통령 비서실장과 수석, 장관들과도 매일 통화하고 만나겠다"고 단언했다.
◇ 김무성·이완구 '중립'…친박 거물급 모두 투표
특히 이번 경선이 치러진 의총장에는 예상대로 비박과 친박 등 양 진영에서 거물급들이 총 출동해 눈길을 끌었다.
우선 김무성 대표는 의총 인사말을 통해 "철저히 중립을 지키겠다"며 "나와 이완구 전 원내대표는 투표하지 않는 것이 도리인 것 같아 투표를 안 하겠다"고 공언했고, 김 대표와 이 전 원내대표는 실제로 투표에 불참했다. 여당 원내대표에서 국무총리 후보자가 된 이완구 전 원내대표는 의총장에서 의원들에게 인사하며 오는 9∼10일 양일간 열릴 인사청문회에서 협조를 당부하는 모습이 엿보였다.
반면 7선의 최다선 여당 의원으로 친박계 좌장격인 서청원 최고위원과 황우여·최경환·김희정 등 친박계 현역의원 출신 국무위원들은 어김없이 의총장에서 투표권을 행사했다. 심지어 정치자금법과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박상은 의원까지 의총장에 나와 투표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다.
따라서 야당은 물론 당정청관계 등 여권 내 의사소통 강화 등을 당면과제로 내세운 유승민 신임 원내대표의 승리가 향후 정국방향과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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