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빠지는 ‘월가 점령’, 시위대 강제 해산
집회 장기화 ‘온건파’·‘강경파’ 다른 행보
최양수
webmaster@sateconomy.co.kr | 2011-11-22 09:37:05
[토요경제=최양수 기자]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경찰이 주코티 공원을 약 2개월간 점거해온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street)’ 시위대에 대한 해산 작전에 돌입했다. 이를 통해 시위대는 반(反)월가(街) 시위의 성지를 빼앗겼다. 반월가 시위는 지난 9월 17일 금융자본의 부패와 탐욕에 항의하며 주코티 공원에 캠프를 설치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1% 부자들’의 목소리가 아닌 ‘99% 일반 시민들’의 목소리를 내며 시위를 했으며 글로벌 현상으로 확산됐다. 하지만 대규모 경찰력에 의해 강제 해산된 현재 반월가 시위의 움직임을 짚어본다.
◇반월가 시위대 강제 해산…시위 성지 빼앗겨
뉴욕 경찰이 지난 15일 오전 주코티 공원에서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대를 강제 해산시켰다. 이번 강제 해산 작전은 시위 장기화로 위생 상태가 악화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해산 작전에 앞서 철거가 이뤄질 것이라고 예고하는 전단을 배포했다.
시위대는 성명을 통해 “전국 각지, 전 세계로 퍼져 나간 ‘99% 운동’의 탄생지이자 지난 2개월간 반월가 시위대의 보금자리였던 주코티 공원에서 시위대가 대규모 경찰력에 의해 쫓겨나고 있다”고 밝혔다.
시위대는 “이날 새벽 1시정도에 경찰 수 백 명이 공원을 둘러쌌다”며 “이들은 시위대를 내쫓기 위해 동원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시 당국으로부터 공원을 나가면 다시 돌아올 수는 있으나 침낭이나 텐트와 같은 물품들을 소지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덧붙였다.
폴 브라운 뉴욕 경찰 대변인은 “이날 공원에 모인 인파가 많지 않았고 퇴거 공고문을 나눠주자 시위대 대부분이 열을 지어 공원 밖으로 나갔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 대부분이 차분한 상태를 유지했지만 경찰의 조치에 저항한 15명이 체포됐고 퇴거를 거부하는 일부 무리가 공원에 아직 남아 있다고 상황을 밝혔다.
뉴욕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은 “시위대가 일시적으로 떠난 것”이라며 “주코티 공원에서 텐트와 방수포를 치웠다”고 밝혔다.
또한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는 지난 14일 경찰이 시위대가 모인 시청 앞 광장을 봉쇄, 농성장에 있는 100여개 텐트를 철거하고 시위대 32명을 체포했다. 그리고 솔트레이크시티와 덴버, 포틀랜드 지역에서도 시위대 퇴거 조치가 이뤄졌다.
◇시위 동조 세력 확산…구조적 모순 한목소리 외쳐
리먼 사태 이후 금융 기관에 대한 공적 자금 지원이 대대적으로 이루어졌지만 여전히 주택 압류, 고실업률, 빈부격차 등 사회적인 문제 커져갔다. 이에 1%의 부자들의 목소리가 아닌 99% 일반 시민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지난 9월 17일부터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 시위가 시작됐다. 금융자본의 부패와 탐욕에 항의하며 주코티 공원에 캠프를 설치해 전 세계 시위대 본부로 자리 잡았다.
처음 반월가 시위는 당초 금융위기를 불러온 월스트리트 금융인들의 책임을 추궁하며 시작됐다. 이 시위가 시작될 때만 해도 청년 백수나 실직자, 또는 경제적 빈곤으로 인한 일부 불만을 가진 사람들의 화풀이 정도로만 치부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시위 규모는 커지고, 동조 세력이 늘어나면서 미국의 구조적 모순을 한꺼번에 분출시키는 사회현상이 됐다. 타락한 금융자본주의를 비판하고자 시작된 시위대는 기존 질서를 무너뜨리고 빈곤층을 해방시키기를 원하는 모습으로 확대됐다.
시위 참석자들은 탐욕에 찌든 금융자본주의와 지금의 사회 시스템이 이대로 가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상위 1%가 부(富)를 독점하는 시스템은 사라져야 한다는데 목적을 뒀다. 그 공감대가 퍼지면서 시위는 글로벌 사회현상으로 확산됐다.
전세계 90여개 국, 1000여개 도시에서 반월가 시위에 동조하는 시위가 열렸을 정도로 이에 동조하는 세력은 확대됐다. 시위는 미국을 비롯해 영국과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일본, 한국 등 전 세계 곳곳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열렸다. 세계 곳곳에서는 심각한 경제 위기를 야기한 은행가와 재정가, 정치인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시위가 급속히 확산되자 일부 전문가들은 반월가 시위가 더욱 불타오르면서 미국 정치권과 금융권을 압박할 것이라는 전망을 했다. 이들은 “미국 금융제도에 대한 불신과 분노가 반월가 시위대에 의해 드러났다”며 “결국 미국의 미래에 불안정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미국 맥클린 그룹의 리처드 워트리치 상무이사는 “미국은 현재 자본주의와 큰 정부의 역할 등 미국 경제가 맞닥뜨리고 있는 거대한 이념적 논쟁의 한가운데 있다”고 말했다.
워트리치는 “시위대가 남길 유산에 대해 논하기는 여전히 너무 이르다”면서도 “사회적 움직임이 미국의 미래에 영향력을 끼친다는 것을 증명할 지도 모른다”고 내다봤다.
시카고대 부스 경영대학원 루이지 징갈레스 교수는 “시위는 대중적인 봉기나 대중적인 불만의 형태를 이끄는 모든 근원적인 공격의 조짐”이라며 “반월가 시위대는 포퓰리즘의 조직화된 형태”라고 분석했다.
징갈레스 교수는 “반월가 시위의 포퓰리즘은 주로 역사에서 착취의 영합과 건설적인 변화, 둘 모두와 관련된 엘리트들에 반대하는 대중에 의한 움직임”이라며 “시위대 배후의 정서는 잠재적으로 확대되는 영향력의 움직임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징갈레스 교수는 은행권과 정부에 대한 대중적 신뢰의 하락을 주목했다. 그는 “시위대가 주요 목표를 월가로 정한 이유는 정부와 대기업 간 협력에 대한 적대감의 표현”이라며 “시위대는 기본적으로 납세자들이 개인의 이익을 돕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G20 재무장관들은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문제를 고칠 행동 가능한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 사무총장은 “여느 때와 같이 자국의 경제문제만을 바라봐선 매우 중대한 국제 경제위기에 아무런 답을 줄 수 없다”면서 “시위자들이 월가에서부터 분노를 표출하며 전 세계에 매우 자명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온건파·강경파 분열…강경파 과격 행동, 정부와 마찰 우려
뉴욕 반월가 시위에서 ‘온건파’에는 음악이 함께 따라 다닌다. 시위가 처음 시작된 뉴욕 증권거래소 인근 주코티 공원에 가면 누군가가 드럼을 치거나 기타를 연주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정신을 재무장하기 위한 아마추어 음악가의 연주일 수도 있고 영국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그래험 내쉬나 미국의 데이비드 크로스비가 들려주는 진정한 음악일 수도 있다.
‘음악’과 ‘뮤지션’이라는 단어는 뉴욕 시위에서 처음 나온 말이 아니다. 미국 독립 혁명, 남북전쟁, 여성 참정권 운동, 노동 운동, 베트남전 반대 시위, 시민 권리 운동 때 ‘음악’은 늘 시위의 일부분이었다.
하버드대 출신의 엘리트 기타리스트 톰 모렐로는 “모든 성공한 사회진보 운동은 훌륭한 사운드트랙을 갖고 있다”며 “월가 점령 시위의 사운드트랙은 운동의 방향처럼 풀뿌리 민주주의와 민주주의를 연상시킨다”고 밝혔다. 또한 “반월가 시위의 구호처럼 이번 운동은 엄청난 부자가 아닌 나머지 99%의 시민이 주도하는 시위다. 여러 세대의 각기 다른 스타일의 뮤지션들이 반월가 시위에 대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제적 불평등에 항의하기 위한 반월가 시위가 음악을 통한 평화적인 시위의 모습을 보이는 ‘온건파’가 있는 반면 건물 파손, 항구 점거 등 과격 행동을 보이는 ‘강경파’도 있다. 캘리포니아주(州) 오클랜드에서는 지난 10월 25일 진압경찰의 최루탄에 맞아 이라크전 참전 해병 스콧 올슨(24)이 중태에 빠진 이후 건물 파손과 폭력 행위 등을 동반하는 거친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붐비는 항구 중 한 곳인 오클랜드항 당국은 지난 2일 발표한 성명에서 “수 천 명의 시위대가 시내에서 행진을 마친 뒤 항구로 몰려들 것으로 예고돼 모든 직원들을 귀가시키고 업무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성명에 따르면 오클랜드항의 항만·해운 업무 재개는 무기한 연기될 예정이다. 오클랜드항에서는 와인과 쌀, 과일, 견과류 등을 비롯해 전자기기와 의류, 현대와 토요타 등에서 생산된 차량 등이 수입된다.
이날 늦은 오후 3000여명의 시위대는 오클랜드항에 모여 “‘자본의 흐름’이 중단되길 바란다”고 외치며 5시간여 동안 농성을 벌였다. 시위대는 항구를 점거하고 모든 출구를 가로막았다.
이밖에도 필라델피아, 뉴욕, 보스턴 등에서 열린 반월가 시위도 폭력적으로 비화됨에 따라 공권력을 투입해 시위대를 해산할 것을 주문하고 있는 정부와의 마찰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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