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녹십자 생명 인수 '현대생명 부활?'

김희일

heuyil@hanmail.net | 2011-11-21 13:48:21

[토요경제 = 김희일 기자] 현대차그룹의 계열사로 재탄생되는 녹십자생명이 과연 새로운 성장의 발판을 만들 수 있을것인가? 아니면, 과거 부실금융의 대명사로 인식되면서 대한생명으로 편입된 ‘현대생명’의 부활이라는 전철을 다시 밟게 될 것인가?
녹십자생명을 새롭게 인수한 현대차 그룹에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녹십자생명보험이 현대차그룹으로 인수되면서 청사진 마련작업이 한창이다. 지난 1일부터 녹십자생명이 현대차그룹의 실사단을 맞아 대대적인 실사를 받고 있는 것. 실사단 규모는 약 30~40명 선.

실사작업은 11월말까지 한 달간 진행 된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 10월 24일 금융당국에 주주승인 신청을 냈다. 금융당국은 녹십자생명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지금까지 진행중이다.
금융권은 녹십자생명의 향방을 주목하고 있다. 생명보험시장 안에서 1% 규모의 미미한 생명보험사가 대기업의 그룹사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지를 주시하고 있다. 또한 인수된 녹십자생명의 임직원이 과중한 업무와 치열한 사내 경쟁 및 호락호락하지 않은 기업 문화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를 예의 주시한다.
녹십자생명노조는 "1989년 6월 설립된 대신생명이 2003년 녹십자에 자산부채이전 방식으로 인수돼 녹십자생명으로 재탄생돼 새로운 기업문화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같은 기업문화가 현대차그룹의 계열사로 편입되면서 사라지고 이제는 현대차그룹에 걸맞은 새로운 조직문화속에 융화하게 됐다"며 "그룹의 일원으로써 녹십자생명 시절에는 일찍이 상상할 수 없었던 치열한 업무 경쟁 속으로 직원들이 뛰어 들게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남성 직장인과 구직자가 삼성그룹 다음으로 입사를 선호하는 기업이다. 높은 연봉 때문이다.
정작, 높은 연봉 수준만큼 업무량과 성과 경쟁도 치열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특히, 자동차 산업이 갖는 복잡한 조직구조와 수시로 펼치는 인사 때문에 임직원들의 긴장도가 높은 회사로 알려져 있다.
반면, 녹십자생명은 현재 생보업계 하위권(23개사 중 17위)이다. 13회차 설계사 등록정착률(28.1%)과 13회차 계약유지율(70%)이 모두 업계 평균(각 34.8% 및 77.3%)에 못미치는 효율성마저 떨어진 회사다.
영업조직인 설계사도 내부 통계상 재적수 1300여명, 가동(영업활동 중 설계사)인력 700여명, 실동(이익을 가져오는 설계사)인력 400여명에 불과 한 작은 규모의 회사다.
현대차그룹은 녹십자생명을 인수하면서 금융사업 영역의 확대와 계열사 간 시너지 증진을 계획하고 있다. 효율성이 떨어지는 녹십자생명이 생산성면에서 개선을 가져올지 주목되는 이유다.
녹십자생명관계자는 “녹십자생명이 현대자동차그룹으로 편입되면 향후 인사태풍과 함께 직원들의 업무 부담이 클 것으로 예상 된다”고 밝혔다. 한국 기업 문화는 전통적으로 가족중심주의, 빠른 성과중심주의, 관계중심주의의 특성을 지닌다. 삼성, 현대차, LG, SK 등 선두 4대 그룹도 대표적인 이같은 성향 기업이다.

이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고유 문화인 ‘추진력’과 ‘남성적 기업문화’, ‘기업 총수의 카리스마’와 ‘리더십’, ‘시스템 경영’, ‘글로벌 경영안목’등이 향후 인수한 녹십자생명에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녹십자생명을 인수한 현대차그룹에 대해 금융권 일각에선 우려의 시각을 보이고 있다.
보험은 특성상 장기산업으로 1~2년 만에 성과를 보기가 힘든 산업이다. 정부의 규제도 지나칠 정도로 심해 새로운 사업을 펼치는 데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이 와중에 현대차그룹이 그룹이 가지는 특성상 오랜기간 간직한 단기 성과위주의 ‘제조업 마인드’란 잣대로 녹십자생명을 바라보고 실질적 성과를 기대한다면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것.
뿐만아니다. 기존 녹십자생명 소속의 모든 직원에 대한 고용보장 문제도 현대차그룹이 극복해야 할 문제다.

현재, 녹십자생명의 임직원 모두는 '좌불안석'에 앉아있다. 현재 녹십자생명 전체 임직원 수는 400여명. 이중 140여명이 차장급으로 남성위주의 조직 구성 속에 인사마저 오랜기간 정체 됐던 것.
녹십자생명 관계자는 “지금 회사가 현대차그룹으로 매각이 확정돼 실사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벌써부터 일부 임원들의 경우 남은 임기를 임금으로 보장받았다는 설이 나돌고 있다”며 “직원의 고용승계에 대한 결정권이 현대차그룹에 있는 만큼 최종 결정이 나오는 실사단계 이후까지 직원들의 좌불안석은 계속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녹십자생명 인수 배경에는 금융부문의 포트폴리오 재완성에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현대차그룹이 금융계열사로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현대커머셜, HMC투자증권 등 4개사를 가지고 있지만 금융포트폴리오상 여신전문금융업과 금융투자업에 국한됐다는 것.
이번에 현대차그룹이 녹십자생명을 인수하면서 생명보험업으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가 확대됐다는 논리다. 금융부문에 대한 역량 강화와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수 있게 됐다는 것.
하지만, 생명보험업계에 신규로 진출하는 현대차그룹으로선 과거의 우를 범치 않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과제도 안고 있다. 금융권 일각에선 부실금융사의 전형을 보이며 역사속으로 사라진 '현대생명'이 10년만에 부활했다는 시각이 존재하는 탓.
현행, 보험업법상 시행령 제 10조4항에 따르면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 또는 금융관련법령에 따라 인허가 또는 등록 취소된 금융기관의 대주주 또는 그 특수관계인에 대해선 대주주의 자격을 주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금감원 허창언 보험감독국장은 "부실금융이라도 부실책임관련 이행기준이 따로 마련 돼 있어 이를 이행하는 경우 문제가 없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이어 그는 "부실 기관인 현대생명을 대한생명에 매각하는 과정에서나 향후 현대해상이 자회사로 현대 하이카를 만드는 과정에서 현대그룹의 사업 확장엔 하등의 문제가 없었다"며“이는 현대측이 부실책임을 어떤 형태로든지 이행 했다는 것을 내포한다”고 설명했다.
경제개혁연대 역시, 현대차그룹의 녹십자생명 인수는 지배구조의 위험성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차그룹에 인수된 녹십자생명도 향후 계열사와 그 임직원들을 상대로 외형 확대에 나서 ‘일감 몰아주기식’ 논란에 봉착할 가능성도 크다고 우려했다.
뿐만아니라, 현대차그룹의 지분구조상 편법적인 부의 상속 논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녹십자생명의 인수 주체 중 하나인 현대커머셜이 일찍이 정명이? 정태영 부부가 기아차와 현대위아로부터 지분을 매입 총 50%의 지분으로 계열사의 회사기회를 유용했다는 지적을 받았는 데 만일, 녹십자생명이 그룹 물량을 기반으로 급성장 한다면 회사의 기회유용 여부가 다시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
현대차그룹의 아킬레스건인 현대글로비스 관련 일감몰아주기와 회사기회 유용 논란이 녹십자생명 인수후에도 똑같이 반복될지,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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