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 칼럼] 왜 강아지 목줄인가!

이정선

bellykim@daum.net | 2018-05-04 05:57:29

강아지를 끔찍하게 좋아하는 할머니가 있었다. 할아버지를 먼저 떠나보내고 혼자 사는 할머니였다.

할머니는 아침마다 쌀 한 줌을 쥐고 나와서 동네 벤치에 앉아 새에게 뿌려주는 게 ‘중요한 일과’였다. 그러다가 강아지가 지나가면 쓰다듬어주며 그 주인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곤 했다.

강아지는 낯선 할머니가 쓰다듬는데도 으르렁거리지 않았다. 오히려 꼬리를 흔들었다. 어린아이와 강아지는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알아보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할머니는 강아지를 키우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 이유가 섭섭했다.

“젊었을 때부터 수십 년 동안 키웠지요. 그런데 키우던 ‘아이’가 몇 해 전에 늙어서 죽고 말았어요. 시름시름 앓다가 죽었는데, 하도 애처로워서 한동안 잠도 못 이룰 정도였어요. 다시 한 아이를 구하고 싶었지만, 문제는 내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거지요. 내가 쓰러지고 나면 아이를 키워줄 사람이 없어요. 그러면 그 아이는 꼼짝없이 ‘유기견’ 신세가 될 것 아닌가요.…”

할머니는 강아지를 ‘아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할머니는 강아지를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키우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이 세상을 떠나면 버림받을 것을 걱정해서 키울 수 없다는 얘기였다.

우리나라의 반려동물 시장 규모가 급성장, 2020년에는 5조8000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대기업들도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반려동물에게 ‘균형 잡힌 영양식’을 먹이기 위해 ‘사료’를 직접 조리하는 이른바 ‘펫펨족’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했다. 강아지를 애지중지하려면 돈이 제법 드는 것이다.

하지만 할머니에게는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 자신의 ‘여명’이 문제였다. 할머니가 조금만 더 ‘젊었더라면’ 틀림없이 강아지를 새 식구로 맞아들였을 것이다.

2년쯤 전, 일본의 어떤 기업은 반려동물을 잃은 직원에게 3일 동안의 ‘장례휴가’를 주는 제도를 도입했다는 소식도 있었다. 그래서 강아지는 더 이상 애완견이 아니다. 글자 그대로 ‘반려견’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이 반려견을 데리고 외출을 할 때 ‘목줄’을 채우도록 하고 있다. 목줄 채우지 않은 강아지 주인을 신고하면 포상금을 주는 ‘개파라치’ 제도를 시행한다고 했다가 반발 때문에 취소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왜 목줄인가. 목줄을 채웠다가 낚아채면 강아지는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숨이 탁탁 막힐 것이다. 강아지를 정말로 애지중지하는 사람들은 목줄을 채우지 않는다. 줄을 어깨에 걸쳐주는 ‘어깨줄’로 대신하고 있다.

목줄을 채우는 강아지는 사나워진다는 주장도 있다. 고통이 반복되다 보면 성질이 까칠해진다는 주장이다. 어깨줄을 해주면 그렇지 않다고 했다.

그런데, 이제는 ‘줄’이 없는 ‘전자 목줄’이 생기고 있다. 삼성전자가 며칠 전 미국에서 특허를 얻었다는 목줄이다. ‘가상 개목줄’이라고 했다. 강아지 주인이 스마트폰을 제치는 동작을 하면 ‘원격제어’로 목줄을 잡아당기는 것 같은 힘을 강아지의 목에 전달하는 장치라는 것이다. 강아지가 아프지 않도록 힘을 조절할 수도 있다고 했지만, 강아지로서는 아무래도 껄끄러울 수밖에 없을 듯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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