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깊은 ‘관피아’에 나라가 '휘청'
여용준
saintdracula@naver.com | 2016-06-08 15:14:54
조선업 위기 '수수방관'
안전 팽개치고 잇속 챙겨
[토요경제신문=여용준 기자] 조선업계 위기가 악화된 것에 대해 속칭 관피아(관료 출신)들의 책임이 불거지고 있다.
또 최근 관리업체 직원이 사망한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 등 허술한 안전관리에 대해서도 속칭 메피아(서울메트로)에 대한 책임이 일면서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최근 업계에서는 조선업 위기 악화에 대해 관료와 정책금융권 출시 전·현직 임원들의 책임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들은 각 국책은행과 조선업체에 ‘낙하산’으로 꽂혀 산업 체질 개선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자리보전만 하다 구조조정 ‘골든타임’을 허비했다는 지적이다.
◇ 사외이사 "나몰라라"…구조조정 골든타임 놓쳐
산피아(산업은행 출신)와 관피아(관료 출신) 낙하산 역사가 가장 오래 된 조선업체는 대우조선해양이다.
대우조선해양은 대우그룹으로부터 분리된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30명의 사외이사가 임명됐다.
이 가운데 산업은행, 정치권 출신은 18명으로 김시형 전 산업은행 총재,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조전혁 전 새누리당 의원 등이 있다.
STX조선해양은 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던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8명의 사외이사가 임명됐다.
이윤우 전 산업은행 총재를 시작으로 정태성 전 수출입은행 경영지원본부장, 고중식 전 금융감독원 국장, 정경채 전 산업은행 부행장이 사외이사에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정·관 출신 사외이사들은 기업 위기 상황에서 제 역할을 전혀 하지 못했다”며 “대우조선해양이 5조원대 부실을 쌓고, STX조선해양이 상장폐지되는 과정에서 사외이사들의 본분인 감시·비판자 역할을 전혀 수행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조선업계 관피아에 대한 노동계 반발도 거세게 일고 있다.
금속노조와 조선노동조합연대는 “정부는 무능하고 부패한 업계의 경영진과 관피아에 대한 책임 추궁은 하지 않은 채 노동자의 일방적인 희생만 강요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지연에 책임이 있는 국책은행 수장도 관피아 출신이 포진해 있다.
금융위원회 출신인 김용환 현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조선·해운업이 멍들어가던 2011년부터 2014년까지 3년 간 수출입은행장을 역임했다.
김 회장 전임인 김동수·신동규·양천식 전 행장은 기획재정부를 거친 관료다. 2011년부터 2년 동안 산업은행 수장이었던 강만수 전 행장 역시 기재부 장관 출신이다.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2013년부터 2년 간 농협금융지주 회장을 맡으며 최근 법정관리에 들어간 STX조선에 실탄을 투입한 적이 있다.
◇ 관료들 잇속 챙길 때 ‘목숨 건 수리’ 계속
지난달 28일 서울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로 수리업체인 은성PSD 소속 김모씨(19)이 목숨을 잃은 가운데 ‘메피아’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서울메트로의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하청업체인 은성PSD에는 서울메트로 출신 직원들이 평균 연봉 4100만원을 받으며 근무하고 있었다.
서울메트로와 은성PSD의 계약에 따르면 서울메트로 출신을 최우선으로 채용하도록 하고 있다.
2011년 ‘외부위탁 협약서’ 6조 4항은 “소요 인력 가운데 서울메트로에서 옮긴 직원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에 대해서 신규채용을 할 수 있다”고 정했으며 8조 1항은 은성PSD가 서울메트로의 전출 직원을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하는 것은 물론, 우선 배치해야 한다고 정했다.
또 이들은 ‘선택적 복지비’라는 명목으로 연간 3000~4000여만원의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는 사이 서울메트로의 지난해 스크린도어 고장건수는 2716건으로 같은 기간 5~8호선을 담당하는 서울도시철도의 272건에 10배에 달한다.
서울메트로의 스크린도어 수는 9536개로 서울도시철도공사의 1만128개보다 적다. 서울메트로는 하청업체 직원 183명이 스크린도어를 관리하고 있고 서울도시철도는 자사 직원 405명이 직접 관리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와 관련해 8일 기자회견을 열고 “메피아를 철두철미하게 없애겠다”도 전했다.
박 시장은 “안전은 누구나 누려야 할 권리이고 누구에게나 평등해야 함에도 위험조차도 불평등·불공정한 현실”이라며 “그 동안 관행과 당연시 했던 것들, 안전불감증을 버리고 '안전에서 1%가 100%다'라는 마음으로 행동하겠다”고 밝혔다.
◇ ‘관피아 방지법’ 유명무실…대책마련 절실
이같은 관피아를 막기 위해 지난해 3월 31일부터 일명 ‘관피아 방지법’으로 불리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시행하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공무원이 퇴직일부터 3년간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 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나 대학, 병원 등 비영리법인에 재취업할 수 없다.
그러나 인사혁신처가 2015년 한해 퇴직공직자 취업심사 운용내역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538명의 퇴직공직자가 심사를 요청해 112명이 취업제한 결정을 받았다.
취업제한율은 20.8%로 10명중 2명 정도만이 취업제한 결정을 받은 것이다.
2013년 9.3%에 그쳤던 취업제한율은 2014년 19.6%로 크게 높아진 뒤 2015년 다시 소폭 상승했다. 취업제한 결정을 받은 공직자수는 2014년 51명에서 지난해 112명으로 두배 가량 늘어났지만 여전히 10명중 8명은 심사를 통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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