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한 통상임금 기준, 드디어 정리되나

법 판례 불구 20년 넘게 개정 '지지부진'…김동연 부총리 "법 개정하겠다"<br>경영·노동계 개정요구 '한 목소리'…방향 서로 달라 향후 갈등 예상

여용준

dd0930@sateconomy.co.kr | 2017-09-01 15:24:00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

[토요경제=여용준 기자] 자동차업계는 물론 산업계와 노동계 전체를 떠들썩하게 했던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소송이 1심에서 노조 측의 승리로 끝이 났다. 이번 판결로 통상임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경영계와 노동계 모두 통상임금 관련 법 개정을 촉구하고 나서 갈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일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불필요한 노사갈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업장 지도를 강화하고 임금체계 개편을 지원할 계획”이라며 “통상임금의 법적 범위를 명확히 하도록 근로기준법의 조속한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행 법에 따르면 통상임금의 정의와 적용 범위는 근로기준법 시행령 6조에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소정근로 또는 총근로에 대해 지급하기로 정해진 시간급금액, 임금금액, 주급금액, 월급금액 또는 도급금액’라고 정의된 것이 전부다.


실질적인 구속력을 가진 고용노동부 예규에는 ‘소정근로시간에 대하여 근로자에게 지급하기로 한 기본급과 정기적, 일률적으로 임금산정기간에 지급하기로 정하여진 고정성 수당’이라고 정의돼있다.


이 정의는 1995년 강원도 삼척군 의료보험조합 사건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흔들리게 됐다. 당시 대법원은 ‘모든 임금은 노동의 대가’라며 통상임금의 정의와 다른 판결을 내린다.


당시 법원은 ‘지급주기 1개월’로 해석됐던 정기성 요건을 깨고 1개월이 넘어도 일정기준을 만족하는 사람에게 일률적으로 지급되고, 업적, 근무시간 등 조건에 구애받지 않고 고정적으로 지급되면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또 2012년 금아리무진 소송 당시 대법원은 이 회사 정기상여금에 대해 지급조건에 제한이 없어 고정성까지 만족한다고 판단하면서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첫 판결이 내려졌다. 이후 전국적으로 유사한 소송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이같은 판례가 등장하기 시작했지만 고용노동부 예규인 ‘통상임금 산정지침’은 1988년 이후 개정되지 않았다. 앞선 판례들이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이같은 이유로 경영계와 노동계 모두 혼란을 빚은 것이다.


경영계와 노동계의 근로기준법 개정 요구와 김 부총리의 법 개정 발언으로 30년간 통상임금 산정지침의 개정이 이뤄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단 경영계와 노동계가 요구하는 부분이 다른 만큼 앞으로도 이에 대한 갈등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로 이뤄진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지난달 31일 기아차 통상임근 판결 직후 낸 성명에서 “통상임금 문제의 근원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는 통상임금을 ‘1임금산정기간에 지급되는 임금’으로 규정한 현행 고용노동부의 행정지침(고용노동부예규 제47호, 2012.9.25시행)대로 법제화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반면 노조 측은 “법 판례를 무시한 통상임금 행정지침을 바로잡아 통상임금 문제로 노사간 갈등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삼척군 의료보험조합과 금아리무진 소송 당시 판례를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