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곳곳에 악재…업계 붕괴 위기
도매대가 인하율 미진…CJ헬로비전, 협회 탈퇴<br>아이폰X·보편요금제 등 '악재'에 영업손실 확대 우려
여용준
dd0930@sateconomy.co.kr | 2017-11-28 11:59:07
[토요경제=여용준 기자] 알뜰폰 업계가 안팎으로 위기를 겪고 있다. 도매대가 인하 폭이 기대보다 미진한데다 이통사 보편요금제에 따른 후폭풍, 경영난 악화 등이 이어지면서 업계가 통째로 와해될 위기까지 이르고 있다. 여기에 아이폰X의 돌풍으로 가입자 대거 이탈도 불가피한 상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알뜰폰 업계 1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은 최근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에 공문을 통해 탈퇴 의사를 전했다.
가입자 수 86만명으로 업계 1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이 협회를 탈퇴하기로 결정하면서 업계 전반에 큰 파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알뜰폰 협회는 CJ헬로비전 외에 이통사 자회사인 SK텔링크, KT엠모바일, 미디어로그(LG유플러스)와 중소 사업자들이 속해있다.
CJ헬로비전은 탈퇴 이유에 대해 업계 공동 현안에 대한 입장을 결정하면서 이통사 자회사들을 포함해 협회 회원사들과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CJ헬로비전 관계자는 “알뜰폰사업자의 법적 지위 강화 등 정책적 활동을 비롯해 알뜰폰사업자, 선불폰과 3G 중심의 사업자, 통신사 자회사 알뜰폰 등의 사업자 간 입장 차이에서 오는 구조적 한계에 봉착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마무리된 망 도매대가 협의에서 이통사 자회사들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도 탈퇴 결정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도매대가는 알뜰폰이 이통사에 망을 빌리는 대가로 지불하는 금액으로 정부와 망 의무제공 사업자인 SK텔레콤이 매년 협상을 거쳐 결정한다.
알뜰폰 LTE 데이터 요금제의 도매대가는 협회가 요구했던 인하율(10%p)보다 낮은 7.2%포인트가 인하됐는데 이 과정에서 협회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며 나서지 못했다는 것이다.
CJ헬로비전은 그동안 “요금수익에서 알뜰폰 업체가 내는 비율을 50%에서 40%로 인하해야 LTE에서도 알뜰폰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협회의 미온적 태도에 시장상황이 어려워진 것 역시 알뜰폰 업계를 힘들게 하고 있다. 지난 24일 출시된 아이폰X의 열기가 뜨거우면서 가입자 이탈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애플은 알뜰폰 업계에 아이폰을 공급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아이폰X의 흥행은 ‘남의 집 잔치’나 다름없는 것이다.
애플이 아이폰 10주년을 맞아 출시한 아이폰X는 출시 후 첫 이틀동안 무려 10만대가 판매되며 흥행을 이끌었다. 17일부터 진행된 예약판매에서도 매진을 기록하며 돌풍을 예고했다.
아이폰X의 영향으로 이통3사의 번호이동은 24일에 3만1978건, 25일에는 2만7284건을 기록했다. 평소 하루 평균 약 1만5000건이었던 것을 감안한다면 무려 2배 안팎 증가한 것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애플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경쟁으로 이통시장이 주기적으로 활기를 찾고 있지만 알뜰폰 업계에게는 ‘남의 집 잔치’인 셈이다.
알뜰폰이 2011년 출범 후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보편요금제마저 도입되면 대다수 중소업체는 직격탄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는 게 업계의 예상이다.
2013년 이후 알뜰폰 업계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은 점차 늘고 적자폭도 줄어들고 있지만 출범 이후 누적 손실이 3300억원에 이를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업계 전체 매출은 8380억원, 영업손실은 317억원이다. 앞서 2015년에는 매출 6732억원, 영업손실 511억원이었다.
알뜰폰 업체 관계자는 “가입자는 꾸준히 늘어왔지만 업체 간 경쟁이 심해 수년 째 적자에 허덕이는 실정”이라며 “여기에 정부의 통신비 인하 후폭풍까지 덮치면서 줄도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사정이 어려워지자 사업에서 손을 떼는 기업들도 생겨나고 있다. 대형마트인 홈플러스가 지난 14일 알뜰폰 서비스를 오는 30일부로 종료하고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연쇄 폐업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홈플러스는 KT와 LG유플러스 망을 빌려 ‘플러스 모바일’이라는 브랜드로 알뜰폰 사업을 해왔는데 2015년 6월부터 알뜰폰 신규 가입자를 받지 않았다. 홈플러스는 기존 가입자에게는 다른 통신사인 KT와 LG유플러스로 이동을 안내하고 있다.
현재 홈플러스 알뜰폰 가입자 수는 4000여명 정도이며 대부분의 가입자가 다른 통신사로 이동을 마친 상황이다.
대형 유통업체인 홈플러스가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연쇄 폐업의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보편요금제마저 도입될 경우 중소 사업자들은 직격탄을 맞기 때문이다.
알뜰폰협회 관계자는 “추가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우선 사회적 논의기구(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에서 알뜰폰 활성화 방안을 함께 논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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