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최저임금 개선 필요"…노동계 "취지 훼손" 반발

재계 "산입범위에 상여금·복리후생비 포함시켜야"<br>노동계 "사측에 악용될 소지 많아…저임금 근로자 피해"

여용준

dd0930@sateconomy.co.kr | 2017-11-24 17:15:04

김영배 경총 부회장(왼쪽)과 한국노총 노동자들 모습. <사진=연합>

[토요경제=여용준 기자]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두고 재계와 노동계 간의 갈등이 다시 커지고 있다.


재계에서는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노동계는 최저임금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김영배 경영자총협회(경총) 부회장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선이 필요하다”며 한 목소리를 냈다.


김 부회장은 지난 23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조찬 포럼에서 “우리나라는 정기상여금 등 근로자들이 지급을 보장받는 임금의 상당 부분을 최저임금 준수 여부를 판단하는 산입범위에 포함하지 않는 불합리한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정기상여금과 각종 수당을 포함해 근로자에게 4000만원이 넘는 연봉을 지급하는 기업들도 최저임금 위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이어 “저임금 근로자의 최저생계 보장을 위한 최저임금제로 대기업 고임금 근로자가 더 큰 혜택을 보는 경우가 초래되고 있다”며 “이는 최저임금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고, 우리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심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부회장은 “이 상태에서 내년 최저임금이 계획대로 16.4% 인상되면 모든 산업에 엄청난 파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정기상여금, 숙식비 등 근로자가 받는 임금과 금품은 모두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돼야 한다”며 “이 문제가 이번 정기국회에서 해결되도록 경총은 최선을 다해 경영계 입장을 국회에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도 최저임금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박 회장은 “현재 근로자들이 고정적으로 받는 정기상여금이나 교통비 같은 각종 수당을 최저임금 준수의 판단 기준인 산입범위에서 제외하고 있는 현실에서,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넓히지 않은 채 무리하게 최저임금 금액을 인상하는 것은 기업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최저임금에 대한 경제계 입장을 설명하기 위해 지난 23일 국회를 방문했다. 박 회장이 최저임금과 관련해 행보가 바빠진데에는 최저임금 인상안 시행이 한달 앞으로 다가온데다 다음달 9일 종료되는 이번 국회에서 관련법 개정안의 통과 여부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행 최저임금엔 상여금과 숙식비가 제외돼 있어 최저임금을 조금만 올려도 전체 임금 상승폭이 커진다.


박 회장은 이와 관련해 “최저임금 인상 취지는 임금이 낮은 이들의 임금을 올리자는 것인데 소득이 높은 사람에게까지 한정된 자원이 돌아가게 된다”며 “실제로 받는 실질임금을 따져 모자라는 사람에게만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노동계에서는 재계의 이러한 주장을 “어떻게 해서든 임금을 올려주지 않으려는 재계의 꼼수”라며 비난하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최저임금에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넣으면 저임금 근로자의 안정적 생계를 보장하자는 최저임금 제도의 취지를 훼손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최저임금 산입 범위 조정과 공공 부문 임금체계 개편은 국정과제에 없는 내용”이라며 “최저임금 산입 범위 개편은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재계에서 주장한 연봉 4000만원도 최저임금 대상이라는 주장은 과장된 것이라고 반발했다. 강훈종 한국노총 대변인은 “경총 등이 주장하는 4000만원 최저임금은 매우 과장된 사례”라면서 “사례에서 적용된 월평균 근무시간은 240시간 이상으로 늘리는 등 적절치 않은 사례로 문제는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역시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와 관련해 편법과 불법으로 악용할 소지가 있다고 반발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지금도 현장에서는 임금총액은 그대로 두고 기존에 지급하던 상여금, 식대 등을 기본급화해 임금 구성 항목만 사용자 임의로 변경해 최저임금만 맞춰 주는 탈법적 행위가 비일비재하게 벌어진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이와 관련해 지난 22일 전국 16개 광역시·도에 있는 노동법률지원센터, 노동상담소, 노동센터, 법률원 등 41개 기관을 최저임금 위반 신고센터(1577-2260)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신고센터를 통해 최저임금 위반 등 각종 불법행위 신고를 접수하고 권리 찾기 활동을 지원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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