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TC, 삼성·LG 세탁기 수출 120만대 초과시 50% 관세

트럼프 대통령에 권고안 전달…최악 면했지만 수출 피해 불가피<br>삼성·LG "ITC 결정 유감, 美 소비자 피해 볼 것"…정부와 대책 논의

여용준

dd0930@sateconomy.co.kr | 2017-11-22 17:09:32

▲ <사진=연합>

[토요경제=여용준 기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세탁기 미국 수출물량에 대해 120만대를 초과할 경우 50%의 관세를 부과하는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권고안을 2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세이프가드를 요청한 미국 세탁기 제조업체 월풀은 당초 삼성과 LG의 모든 세탁기에 대해 일괄적인 50% 관세 부과를 요청했다. 반면 삼성과 LG는 저율관세할당(TRQ)를 통해 145만대를 넘어갈 경우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안을 제시했다. TRQ는 일정 물량에 대해서는 낮은 관세를 매기되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는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수입제한 조치다.


업계에서는 ITC가 양측의 주장을 수용해 절충안을 내놓은 것으로 보고 있다. ITC의 이같은 권고안에 따라 삼성과 LG는 최악의 사태는 피하게 됐지만 1조원대에 달하는 미국 세탁기 수출의 피해는 불가피해졌다.


ITC의 권고안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삼성·LG의 세탁기에 대해 향후 3년간 매년 120만대를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 첫해에는 50%를 부과하고 2년 차에는 45%, 3년 차에는 40% 관세를 부과하는 TRQ를 제시했다.


이와 함께 삼성과 LG가 수출하는 세탁기 중 한국에서 생산하는 제품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세이프가드 조치 대상에서 제외키로 했다.


그러나 120만 대 미만의 물량에 대한 관세를 놓고선 4명의 ITC 위원이 ‘부과하지 말자’는 의견과 ‘20%를 부과하자’는 의견으로 갈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ITC는 세탁기 부품에 대해서도 TRQ를 권고했다. 앞으로 3년간 수입되는 부품에 대해 첫해에는 5만대 분량을 초과하는 물량에 50%의 관세를 부과하고, 이듬해에는 그 물량을 7만대로 늘려 45%의 관세를 부과한다. 마지막 해에는 9만대 초과 물량에 대해 40%의 관세를 부과한다.


국내 가전업계는 ITC의 이같을 결정에 대해 “세탁기 완제품은 적어도 절반가량을 미국 공장에서 생산하는 것으로 돌리고 부품은 100% 현지화하라는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ITC는 이같은 권고안을 조만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출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권고안을 받고 60일 이내에 세이프가드 발동 여부와 최종 수위를 결정하게 된다.


미국 가전매장에 나란히 전시된 삼성·LG전자 세탁기. <사진=연합>

삼성과 LG는 ITC의 이같은 권고안에 대해 최악을 면해 다행이면서도 유감스럽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미국법인 홈페이지에 올린 입장에서 ITC의 권고안에 대해 “오늘 ITC가 월풀의 터무니없는 관세 부과 요구를 적절하게도 기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관세 부과는 (미국) 소비자와 소매업자, 일자리에 파괴적인 충격을 가져올 것”이라며 “작은 관세라도 (제품의) 가격을 올리고, 제품 선택의 폭을 제약하며 삼성전자의 사우스 캐롤라이나 공장에서 생길 일자리를 손상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테네시주에 세탁기 공장을 건설 중인 LG전자는 “세이프가드 발효로 인한 최종적인 피해는 미국 유통과 소비자가 입게 될 것이므로 이번 ITC 권고안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 “권고안이 한국 기업의 미국 내 기반을 약화시키고 결과적으로 현재 건설 중인 현지 공장의 정상적 가동, 미국 내 일자리 창출 등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미국 내 대형 가정용 세탁기 시장의 업체별 점유율은 월풀이 38%로 가장 높고 삼성전자(16%)와 LG전자(13%)가 그 뒤를 잇고 있다.


삼성과 LG가 미국 시장에 판매하는 세탁기는 연간 물량으로는 200만대 이상이며 금액으로는 10억 달러(한화 약 1조1400억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22일 강상천 통상차관보 주재로 대책회의를 열고 세이프가드에 따른 대응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날 회의에는 외교부 수입규제대책반과 삼성·LG전자 등이 참여한다.


산업부는 ITC가 발표한 TRQ 물량이 삼성·LG전자가 제시한 145만대보다 부족한 점이 수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분석하고 할당 물량 내 20% 관세를 부과할 경우 미국 내 소비자 가격 부담이 어느 정도 되는지 논의할 계획이다.


또 부품에 대한 TRQ가 삼성과 LG가 건설 중인 미국 현지 공장 운영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세이프가드 발동 여부를 결정할 내년 2월까지 다방면으로 설득에 나설 계획이며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위반 여부 등을 분석해 제소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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