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규제산업에서 '관치'는 빠질 수 없다

유승열

ysy@sateconomy.co.kr | 2017-11-16 17:40:50

[토요경제=유승열 기자] 금융산업은 공적 성격을 취하고 있다. 은행은 고객이 맡긴 돈으로 대출과 투자를 통해 이익을 창출하고, 보험사는 고객이 낸 보험료로 사업을 해 수익을 얻는다. 증권은 고객의 돈으로 투자를 한다.


때문에 금융산업은 언제나 정부와 금융당국의 규제 속에서 사업을 영위해야 했다. 금융사가 입은 피해가 고스란히 고객에게 돌아가는 탓에 금융당국이 소비자권익보호를 최우선으로 외치며 금융사들의 목줄을 쥐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금융산업이 규제산업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이처럼 정부 및 당국의 '통치' 하에 산업을 하다보니 윗선의 지시에 많이 휘둘릴 수밖에 없었다. 지난 박근혜 정부 당시만 보더라도 더 많은 세금을 걷기 위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도입, 청년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돈을 대라는 '청년희망펀드', 직원들이 너무 많은 돈을 받는다며 도입하려 했던 '성과연봉제'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새 정부 들어 금융권에도 '희망의 빛'이 비춰졌다. 적폐청산으로 금융산업은 자율경쟁체제 속에서 더욱 깨끗해질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금융 홀대론'이었다. "금융도 신경쓴다"며 정부와 당국이 관심을 보이자 나타난 것은 적폐를 청산하는 '신적폐'였다. 채용비리로 얼룩진 우리은행에 다시 예금보험공사가 임추위 참여여부 및 낙하산 가능성, 금융협회장으로 '올드보이'들이 출현하자 '신적폐', '관치금융'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이곳저곳에서 터지고 있다.


때문에 결국 금융산업에 관치를 뗄 수는 없다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이같은 상황이 비단 정부와 당국만의 잘못일까.


금융권에 부는 채용비리 문제는 자율경쟁시장을 약속한 가운데 일어난 일이다. 당국이 '코치'가 아닌 '심판'의 입장에서 지켜보고 있었지만, 금융사들은 여전히 윗선의 부탁을 들어주며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일각에서는 관피아(관료+마피아)가 좋다고 얘기한다. 관료 출신은 대관업무에 탁월하고, 업무를 잘 모르니 일하기가 편하다. 반면 민간 출신은 업무를 너무 잘 알고 있어서 모시기 불편하다는 것이다.


이정도면 '규제산업'이라는 이유로 볼멘소리를 냈던 금융권은 결국 관치에 길들여져 스스로 관치금융을 자처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금융사들은 아직도 외친다. 시장자율체제에서 건전한 성장을,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단단함을, 고객과 주주들을 위한 기업으로서의 행동을. 하지만 진정으로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금융사들의 인식부터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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