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임신 이유로 자퇴 강요 인권침해"

토요경제

webmaster@sateconomy.com | 2010-03-16 13:01:33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여고생이 임신했다는 이유로 고교자퇴를 강요한 학교 측의 행위는 인권침해라고 판정하고, 학교장에게 당사자 학생을 재입학시켜 학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할 것을 권고했다고 16일 밝혔다.

해당 교육청 교육감에게는 피진정인에 대해 경고 조치와 재학 중 임신한 학생이 학업을 계속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시행할 것도 함께 권고했다.

그런데 인권위에 진정한지가 거의 1년이 지나 A씨의 딸은 현재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원하는 학과에 수시전형으로 합격, 100일된 딸을 키우며 학업에 열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정인 A씨(46)는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딸이 임신을 하게 됐고 이 사실을 안 학교측이 자퇴를 강요해 어쩔 수 없이 자퇴했다"며 지난해 4월28일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해당 학교 보건교사는 지난해 4월13일 입덧으로 괴로워하는 딸을 우연히 발견하고 담임교사와 이를 의논했다.

이튿날 담임교사와 3학년 부장교사는 A씨를 학교로 불러 "임신한 상태로 학교에 등교하는 것을 허용할 수는 없다. 교장 선생님이 아시면 당장 퇴학이다"라며 의사결정을 독촉했다.

동석한 피해자의 남자친구가 항의하자 학교측은 "미성년자를 임신시켰으니 (남자친구를) 형사고발할 수도 있다. 여학생이 임신한 행위는 징계(퇴학)감이다"라고 생활규정을 제시했다.

해당 학교는 '불미스런 행동으로 학교의 명예를 훼손한 학생 또는 불건전한 이성교제로 풍기를 문란하게 한 학생'에 대해서는 퇴학조치 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A씨는 결국 자퇴원을 제출했고 학교측은 같은 해 4월17일자로 A씨의 딸을 자퇴처리 했다.

인권위는 "임신을 했다는 이유로 자퇴를 강요당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이는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4호에 정한 임신.출산을 이유로 한 교육시설 이용에 있어 차별행위"라고 주장했다.

또 "학습권은 아동의 성장과 발달, 인격완성을 위해 필요한 학습을 할 고유의 권리이며 기본권적 인권 중에서도 핵심적인 기본권"이라면서 "그간 징계나 은폐의 대상으로 여겨져 왔던 청소년 미혼모에게도 교육받을 권리는 예외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더욱이 임신을 이유로 공부를 중단하면 일생을 통해 실업상태에 놓일 가능성이 높아 청소년 미혼모 당사자는 물론 그 자녀까지 빈곤의 악순환에 굴레에 빠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인권위의 재입학 허용 권고에 대해 학교 측은 이를 수용했으나 이미 대학에 진학해 본인이 다시 고교를 다니기를 원하지 않는 한 실효성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결정은 고등학교 때 미혼모가 됐다는 그 이유로 자퇴를 강요해서는 안된다는 인권위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인권위의 결정이 고교에 여학생들의 임신을 허용하도록 권고한 것으로 비춰져 보수단체나 학부모단체 쪽에서 청소년 자녀들의 성문란을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시비가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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