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재판' 검찰 공소장으로 본 곽영욱 진술 차이는?

토요경제

webmaster@sateconomy.com | 2010-03-16 10:38:11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뇌물수수 혐의 재판이 핵심 증인인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의 '오락가락 진술'로 예측불허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난감한 입장에 빠진 검찰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검찰의 핵심 주장이 담긴 공소장이 재차 관심을 모으고 있다.

16일 이 사건 수사와 공소유지를 전담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권오성)에 따르면 한 전 총리에 대한 검찰의 공소장은 크게 ▲한 전 총리와 곽 전 사장의 관계 ▲곽 전 사장의 인사청탁과 석탄공사 지원 경위 ▲2006년 12월20일 총리공관 오찬에서의 뇌물 전달 ▲뇌물수수 이후 한 전 총리의 인사 개입 등으로 나뉜다.

검찰은 지난해 12월22일 공소를 제기할 당시부터 "이번 공소장에 담긴 사실관계가 이번 수사의 핵심이자 요약본"이라며 "공소장에 담긴 내용 그대로가 검찰의 입장"이라고 누차 강조한 바 있다. 그만큼 해당 공소장의 내용이 이번 재판에 대한 검찰의 기본적이자 뼈대라는 것이다.

◇'사건의 전제' 한 전 총리와 곽 전 사장은 인사청탁이 오갈 만큼 친밀한 사이?

<한 전 총리와 곽 전 사장은 1998년경 곽 전 사장이 부사장으로 재직하던 대한통운이 한 전 총리가 운영하는 여성단체의 행사 경비를 후원하면서 처음 인연을 맺은 후, 곽 전 사장이 대한 통운 사장으로 재직할 때는 물론 퇴직한 후에도 사적인 식사 모임을 갖고 수시로 통화를 하면서, 한 전 총리가 피고인 곽 전 사장 막내아들 결혼식에도 참석하는 등 친분을 유지해왔다.>(공소장 2페이지)

검찰은 피고인인 한 전 총리와 곽 전 사장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을 시작으로 주장을 풀어갔다.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은 두 피고인의 관계에 대해 통상의 공소장보다 구체적으로 두 사람의 관계를 설명했다는 점이다. 통상 공소장의 초입부분은 사건과 관련된 피고인의 과거 직책과 현재 위치 등을 간략히 서술하는 것에 그친다.

이같은 공소장 서술 방식은 한 전 총리와 곽 전 사장의 관계가 검찰 혐의 입증의 전제가 되기 때문이다. 인사청탁과 뇌물이 오가려면 개연성이 확보되야하고, 그를 위해서는 두 사람의 친분관계는 필수적으로 입증돼야 한다.

특히 공소시효 만료로 공소장에 기재되지 않았지만, 둘 사이의 친밀도를 밝히기 위해 검찰은 '1000만원대 골프채 구입', '후원금 100만원 제공' 등의 카드도 꺼냈다.

이와 관련 곽 전 사장은 축의금 부분에 대해 "조사받을 때 그렇게 진술했다"고 밝혔으나, 후원금 100만원 제공 부분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골프채와 관련해서도 "한 전 총리가 골프채를 선물받은 뒤 한 어떻게 가지고 갔느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곽 전 사장은 "모르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다만 곽 전 사장의 부인 김모씨는 "2002년 한 전 총리가 여성부장관 재임시절 곽 전 사장이 골프채 세트를 사 준 일을 알고 있느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남편에게 말을 들어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 측은 결혼 축의금 제공 부분을 인정했지만, "곽 전 총리와 별다른 친분이 없었으며, 골프채를 받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처럼 뇌물 혐의의 전제가 되는 '친밀도' 부분부터 흔들리자 검찰은 골프용품 매장 거래내역서 등을 재판부에 제출하는 등 입증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이외에도 검찰은 '두 사람이 한 전 총리 퇴직 후에도 사적모임을 가지고 수시로 통화했다'는 부분을 입증하기 위해 관련자들의 진술과 통화기록 등을 제시해 이 부분 주장을 입증할 것으로 보인다.

◇'공기업 사장 취업도와 달라'→한 전 총리의 측면지원?

<곽 전 사장은 2005년 6월 대한통운에서 퇴직한 후 다른 공기업 사장으로 일하고자 한 전 총리에게 "놀고 있어 답답하다"라고 말하며, 공기업 등의 사장으로 취업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수차례 했다. 그러던 중 2006년 11월 말경 산업자원부 고위 공무원이 곽 전 사장에게 대한석탄공사 사장으로 응모하라는 전화를 했다.>(공소장 2페이지~3페이지)

검찰의 주장은 '곽 전 사장이 한 전 총리에게 청탁했고, 공소장에 기재되지 않았지만 한 전 총리가 산자부에 모종의 뜻을 전달해 실제 지원이 이뤄졌다'는 구조로 이뤄졌다. 이와 관련 산자부 측 관계자들의 증인심문이 이뤄지지 않은 관계로 한 전 총리의 산자부 지휘, 산자부의 실제 행위 등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주장의 첫 시발점이되는 '곽 전 사장의 청탁여부'는 재판이 시작되자 마자 뒤집어졌다. 곽 전 사장은 15일 열린 4차 공판에서 "대한석탄공사나 남동발전 사장 공모와 관련, 한 전 총리에게 청탁한 일이 있느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없다"고 답했다.

이어 "총리에게 도움을 달라는 취지의 전화를 한 적이 있느냐"는 변호인의 질문에도 "한 전 총리와 통화할 때 지원서를 낸다고 어른에게 보고 드리듯이 이야기를 꺼낸 적은 있다. 총리한테 그런 말을 할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곽 전 사장이 한 전 총리에 청탁을 한 부분이 입증돼야 한 전 총리의 나머지 의혹들을 규명할 수 있는 검찰로서는 답답할 노릇이다. 하지만 검찰은 곽 전 사장 이외에도 이부분을 입증해줄 제3자의 진술과 증거 등을 확보, 향후 공판과정에서 차근히 입증해나간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청탁과 뇌물수수 고리를 밝혀낼 여러 객관적인 증거들을 확보해뒀다"고 밝혀 향후 공판에서 이 부분에 대해 치열한 공방을 예고했다.

◇결국 핵심은 5만달러의 행방

<곽 전 사장은 한 전 총리로부터 2006년 12월20일 국무총리 공관 오찬에 산업자원부 장관 등을 함께 초대한다는 연락을 받고, 한 전 총리가 자신의 공기업 사장 취임을 돕기 위해 산업자원부에 얘기를 해주고 총리공관 오찬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라 판단해 감사의 뜻을 전달하기로 마음먹었다. 한 전 총리는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총리공관 본관 1층 식당에서 곽 전 사장과 산자부 장관, 전 건설교통부 장관 등을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하면서, 산자부 장관에게 곽 전 사장을 잘 부탁한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곽 전 사장은 오찬이 끝난 후, 다른 참석자들이 먼저 나가고 한 전 총리와 둘만 남아 있는 기회에 미리 양복 안 주머니에 넣어간 미화 2만, 3만달러씩이 담긴 편지봉투 2개를 한 전 총리에게 건네주었다.>(공소장 3페이지)

검찰의 주장은 친밀도, 청탁 여부 등에서부터 흔들려 이 부분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앞 부분 공소사실은 향후 공판 과정에서 다른 증인들과 증거자료 제출로 만회할 가능성이 높지만, 결국 핵심인 5만달러에 대한 곽 전 사장의 진술이 묘하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곽 전 사장은 11일 진행된 2차 공판에서 "오찬장에 앉았던 의자에 돈봉투를 두고 나왔다"며 "총리가 봉투를 봤는지, 챙겼는지는 모른다"고 진술했다. 한 전 총리가 돈을 챙길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는지를 묻는 질문에도 "돈을 챙기는데 그렇게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 않는다"면서도 '돈 봉투를 가져가는 것을 봤느냐'는 물음에는 "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출입문 근처에 곽 전 사장이 앉았다고 진술했는데 돈봉투를 의자에 놓고 나갔다면 나가면서 동석인들이 돈봉투를 볼 가능성이 있지 않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는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공소장에 기재된 '건냈다'는 부분은 '공여자와 수수자 사이에 직접적인 행위가 발생해 전달된 사실을 상호 인지했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곽 전 사장은 일방적으로 자리에 남겨두고 갔고 한 전 총리가 이를 인지했는지에 대해서는 모른다는 입장인 것이다.

이에 법조계 안팎에서는 곽 전 사장의 진술로 처음부터 "돈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한 한 전 총리 측의 주장이 힘을 받게 됐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또 한 전 총리가 오찬 자리에서 "곽 전 사장을 잘 부탁한다"고 말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사실관계가 반대인 진술이 나왔다. 오찬에 참석했던 강동석 전 건설교통부 장관은 15일 "한 전 총리가 오찬 중 곽 전 사장과 관련해 공기업 사장 인사 청탁을 한 일이 없다"며 "총리가 (직위가 낮은 사람에게) 무슨 부탁을 하겠느냐"고 말했다.특히 "총리는 공기업 사장 인사권 없어 관여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아울러 "뇌물을 줄 만한 낌새가 있었느냐", "둘(한 전 총리와 곽 전 사장)만 남아 있을 시간적 공백이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전혀 기억이 없다"고 말해 검찰을 난감하게 했다.

이처럼 현재까지 나온 법정 진술로는 검찰의 공소사실이 명백히 입증된 것은 많지 않아 보인다. 물론 검찰은 이같은 진술에 대해 표면적으로 태연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의자에 뒀건 직접 건냈건 그건 중요한게 아니다"며 "어쨋건 협소한 공간에 둘만 남은 상황이었고, 한 전 총리가 봉투를 인지했다는 또 다른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도 "재판을 지켜봐달라. 아직 4번의 기일만 진행된 상황이라 단정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검찰의 주장이 차츰 입증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향후 이 부분 의혹은 당시 오찬이 이뤄졌던 '내실'에 대한 현장검증과 검찰 측 증인심문으로 다시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핵심증인인 곽 전 사장이 이 부분 진술 이후 수차례에 걸쳐 "법정에서 말한 것이 진실"이라고 확언했던 점, 검찰의 강압수사를 강하게 토로했던 점 등을 고려, 현 시점에서 검찰이 수세에 몰린 것은 맞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뇌물수수 이후 한 전 총리는 곽 전 사장에게 전화를 했나?

<(뇌물수수 이후) 곽 전 사장은 산자부에서 대한석탄공사 사장 후보 1순위로 추천됐으나 2007년 1월말경 최종적으로 임명을 받지 못했는데, 그 즈음 한 전 총리로부터 "이번에 석탄공사 사장에는 임명되지 않았으나 곧 다른 공기업 사장으로 가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2007년 3월31일 한국남동발전 사장으로 선임됐다.>(공소장 4페이지)

이 부분 공소장 내용은 아직 공판에서 본격적으로 쟁점화되지 않았다. 곽 전 사장의 석탄공사 사장 1순위 추천과 탈락, 남동발전 사장 임명은 공식적으로 확인돼 논란 거리가 적지만, 이 과정에서 한 전 총리가 실제로 "이번에 석탄공사 사장에는 임명되지 않았으나 곧 다른 공기업 사장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전화했는지 여부는 남은 공판의 또다른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검찰의 핵심 주장인 공소장을 살펴본 결과 현재까지 진행된 공판에서는 검찰의 공소사실이 효과적으로 입증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초반에 승기를 잡은 것으로 판단한 한 전 총리 측은 기세를 몰아 곽 전 사장 진술의 신빙성 등을 끊임없이 들춰낼 것이고, 검찰은 남은 공판에서 다른 증인과 증거들을 통해 큰 그림에서 한 전 총리 혐의를 입증할 것으로 보인다.

한 전 총리의 서울시장 출마로 인해 이번 재판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은 가운데 남은 여러 의혹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 규명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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