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21세기에 마르크스를 읽는다

예언자의 사상·행적을 찾아

송현섭

21cshs@sateconomy.co.kr | 2006-10-20 00:00:00

1·2차 세계대전과 1917년 러시아혁명을 통해 구현된 노동자국가의 탄생과 몰락, 파시즘의 등장과 최후 등 격동으로 점철된 지난 세월을 돌이켜 볼 때 가장 두드러지는 인물이 있다. 산업발전과 제국주의가 팽배한 유럽에서 공상적 유토피아를 타파하고 노동계급의 단결을 호소한 근대 공산주의의 창시자로서 마르크스는 가장 많은 비난과 찬사를 받은 사상가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정치적으로든 사상적으로든 마르크스처럼 왜곡된 역사적 인물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사실 마르크스의 행적과 사상은 정칟경제·사회·인류학 등 수많은 사회과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큰 자극을 줬다.

이 책을 읽다보면 그는 때로는 자유분방하고 격렬한 주장을 내뱉는 혁명가의 모습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때로는 당시 유한계급의 일원으로 점잖은 신사처럼 보이기도 한다. 한국 민주화의 결과 스탈린주의 교과서를 탐독한 채 정권을 장악한 386세대가 그를 본다면 아마 머리가 좀 어떻게 된 사람이라고 비난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태동의 시기였던 자본주의 경제에 대한 예리한 분석을 내린 반면 부르주아문화를 즐기는 여유 만만한 인물이었다는 것이 후세 전문가들의 평가이다. 특히 21세기 세계최고의 지성으로 일컫는 학자들이 마르크스를 거론하지 않는 것 자체가 이상할 정도라고 판단된다.

한편 지난 1989년 동독 붕괴와 더불어 동유럽에서 시작된 자본주의 회귀의 역도미노 현상은 1991년 70년 공산당 일당독재를 유지했던 소비에트연방의 해체로 그 막을 내렸다. 당시 우파사상가들은 전세계의 1/3을 붉은 빛으로 물들였던 마르크스가 이제야 영면하게 됐다며 앞다퉈 공산주의 사망선고를 내리며 기세를 드높였다.

그러나 공산당선언이 발표된지도 벌써 100여년이 지난 현재의 관점에서 본다면 과연 마르크스의 분석과 전망에 문제가 있던가하는 의문이 남는다.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미래사회에 대한 깊은 통찰력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자크 아탈리는 그의 저서 마르크스 평전을 통해 이와 같은 의문에 답한다.

아탈리에 따르면 마르크스는 북한을 비롯한 스탈린주의 독재체제와 같이 흔히 알고 있는 경찰국가적 공산주의체제와는 전혀 다른 사회주의 건설을 위한 사상을 주장했다.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마르크스는 생전에도 스스로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니라고 밝혔으며 아탈리의 분석대로 그는 창조적인 인간형이자 창의적 자유인으로서 표상을 대변하고 있다.

21세기의 전반기를 살고 있는 우리는 각종 첨단산업의 발전과정에서 산출되는 많은 혜택을 입고 있는 반면 20%의 인류가 80%의 부를 장악한 2 : 8사회의 양극화를 목도하고 있다. 폭발적인 역동성의 자본주의는 낡은 전통사회체제를 잇따라 전복하며 글로벌체제로 부상했다.

그와 동시에 전세계의 1/3의 절대적 빈곤화와 자본의 집중, 불안정성의 비약적 확산, 상품들에 대한 물신화, 단일 기업에 의한 부의 창출, 불안정의 확산 등 위협요인이 등장했다. 특히 주기적인 공황을 제어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금융과 재정의 역할과 발전을 관찰할 수 있는데 모든 것이 이미 초창기 자본주의를 분석한 마르크스의 예언에 포함돼있다.

아탈리는 명성에 걸맞게 박제가 된 마르크스를 말하지 않으며 현재의 관점에서 그를 분석하는 작업을 훌륭하게 수행한 것 같다. 이미 권력에 눈먼 386의 눈이 아닌 냉철하지만 여유 있는 마음으로 눈에 힘주지 말고 부담 없이 마르크스를 즐겨보기 바란다.

자크 아탈리 지음, 이효숙 옮김, 예담, 2만원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