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케미칼 가습기살균제 사건’ 공정위 엉터리 처분 논란
회사 분할 사실 모른 채 실질적 책임 ‘SK디스커버리’ 늑장 고발…신뢰도 하락 오점
이경화
icekhl@sateconomy.co.kr | 2018-02-26 16:20:35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12일 “소비자정책의 주무기관으로서 공정위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막중한 소임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점에 대해 통렬히 반성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사진=공정거래위원회>
[토요경제=이경화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처분한 가습기살균제 기만·허위광고 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지적을 받고 뒤늦게 SK케미칼 외에 SK디스커버리를 추가 고발하는 해프닝을 벌여 논란을 빚고 있다. 기존 문제가 된 SK케미칼이 회사분할 절차를 밟았으나 공정위가 이를 모르고 SK케미칼만을 제재한 탓이다. 가습기살균제 사태 처리과정에서 과거 한차례 무혐의 처분을 내려 피해자에게 상처를 준 데 이어 가해기업이 고발대상에서 누락되는 일까지 발생하며 공정위 신뢰도에 치명타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6일 공정위는 해명자료를 내놓고 구 SK케미칼의 인적분할 이후 존속법인인 SK디스커버리도 28일 전원회의에서 피심인으로 추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12일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하면서 표시광고법을 위반한 혐의로 SK케미칼에 39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 요청했다. 공정위는 SK케미칼이 2002년 10월부터 2013년 4월 2일까지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하는 과정에서 제품 라벨에 독성물질이 포함된 사실을 빠뜨렸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문제의 가습기살균제를 만들었던 SK케미칼은 지난해 12월 1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며 인적분할을 했고 사명을 SK디스커버리로 바꿨다. SK케미칼 사명은 신설되는 회사가 물려받아 지난달 5일 주식시장에 상장까지 했다. 공정위가 책임이 있는 SK디스커버리는 내버려두고 이름만 같은 신설법인인 SK케미칼에 처분을 내린 것이다. 인민호 공정위 소비자안전정보과장은 “SK케미칼이 SK디스커버리와 신설 SK케미칼로 분할됐지만 피심인측이 이를 공정위에 알리지 않았으며 공정위도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검찰이 고발요청서를 반려했으며 이 때문에 검찰의 수사가 늦어졌다는 언론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인 과장은 “고발요청서 자체가 검찰 입장에서 늦게 도착한 것은 사실이지만 검찰이 고발요청서를 반려한 것은 아니고 추가 고발 요청을 한 것”이라며 “현재 검찰도 공정위의 고발요청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고 있어 문제는 없다”고 해명했다. 이에 따라 신설법인 SK케미칼에 대한 고발은 그대로 유지된다. 이 회사는 생활화학부문을 영위하고 있는 사업자로 구 SK케미칼의 법적 책임을 실질적으로 부담하는 사업자라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이번 일로 공정위 안팎에선 공정위의 대외신뢰도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더구나 가습기살균제 사건은 과거 공정위가 조사 후 사실상 무혐의인 심의절차 종료 결정을 내린 바 있어 논란의 소지가 있다. 경제검찰로 불리는 공정위가 기본적인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고 행정 실수를 저지르면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입히는 상황이 됐다는 비판도 흘러나온다. 무엇보다 김상조 위원장이 가습기살균제 사건처리 평가 태스크포스까지 구성하고 두 차례 허리를 숙이며 “통렬히 반성한다”고 밝힌 가운데 나온 실수여서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도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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