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창업 79년 이래 첫 '총수 구속' 불명예
여용준
saintdracula@naver.com | 2017-02-17 15:08:43
[토요경제=여용준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그룹 창업 79년만에 총수로서는 처음 구속되는 불명예를 맞게 됐다.
삼성 측은 “유죄판결 아니다”라며 재판 준비에 나서면서도 사장단을 중심으로 한 비상경영체제를 준비하고 있다. 또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특검 기간 연장 가능성이 커지면서 SK·롯데·CJ 등 수사선상에 올랐던 기업들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 특검, 보강수사 끝에 ‘구속’…삼성 “당황스럽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17일 오전 법원의 영장을 발부받아 이 부회장을 구속했다.
지난달 19일 한 차례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4주간 보강수사를 거쳐 영장을 재청구한 끝에 결국 이 부회장의 신병을 확보했다. 핵심 관계자였던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의 영장은 기각됐다.
영장을 심사한 한정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는 “새롭게 구성된 범죄혐의 사실과 추가로 수집된 증거자료 등을 종합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라고 발부 사유를 밝혔다.
박 사장에 대해서는 “피의자의 지위와 권한 범위, 실질적 역할 등에 비추어 볼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증) 등 5가지다.
삼성은 앞으로 계열사 사장단을 중심으로 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할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M&A나 대규모 투자사업 계획 수립에는 당분간 제동이 걸리게 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7차례 M&A를 통해 AI, 전장사업 등 신규사업 분야에 진출한 바 있다.
특히 전장사업 기업인 하만(Harman)이나 개방형 AI 플랫폼 기업인 비브랩스(VIV Laps) 등의 인수는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설 정도로 비중이 큰 편이다.
당장 17일 미국 코네티컷주 스탬포드에서 열리는 하만 임시주주총회에도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이사회에서 주주 50%의 지지를 얻어야 삼성전자와 합병이 최종 확정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하만을 80억 달러(9조300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삼성은 이를 통해 앞으로 자율주행차를 포함해 전장 부문을 ‘미래 먹거리’로 삼아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임원인사나 조직개편, 신입사원 공채 등 모든 일정의 무기한 연기가 불가피해졌다.
매년 3월 중순 이뤄졌던 신입사원 공채 일정은 오리무중 상태에 빠져들었고 매년 12월 1일 이뤄졌던 임직원 인사는 두 달 가까이 미뤄진 상태다.
삼성 관계자는 “상상하고 싶지도 않았던 일이 현실로 벌어졌다”며 “무혐의를 입증하는 게 우선이고, 다른 문제는 논의선 상에 올리지도 못하는 분위기”라고 토로했다.
◇ 수사기간 연장 논의 ‘탄력’…기업들 ‘다시 긴장모드’
한편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특검의 수사 기간 연장이 힘을 받게 됐다.
현행 특검법에 따르면 수사기간은 1회에 한해 최대 30일 연장할 수 있다. 박영수 특검팀의 수사 종료 기간은 오는 28일까지다.
특검은 지난 15일 “현재로써는 수사 기간을 고려했을 때 다른 대기업 수사는 진행하기 다소 불가능해 보이는 게 사실”이라며 “현재는 다른 대기업에 대한 공식적인 수사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사실상 SK와 롯데·CJ 등 뇌물공여 의혹을 받고 있는 다른 대기업에 대한 수사가 어렵다는 입장이었으나 수사 기간이 연장될 경우 이들에 대한 수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법원이 삼성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204억원까지 모두 뇌물로 간주했다면 다른 출연 기업도 수사의 칼날을 쉽게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기업은 총 53곳으로 출연금 규모는 77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와 CJ는 각각 최태원 회장과 이재현 회장의 사면을 바라고 자금을 제공하거나 정부 시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SK는 “2015년 8월 최 회장이 사면 받을 당시에는 미르·K스포츠재단은 언급되지도 않은 상황이라 전혀 연관이 없다”는 입장이다.
CJ는 “CJ가 현 정부 최대의 피해자로서 4년 내내 검찰, 국세청, 공정위의 수사와 고발, 재판으로 제대로 된 경영활동을 못 했는데 현 정부에서 사면받았다는 이유만으로 또 눈치를 봐야되는 상황이 생길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서울시내 면세점 특허 관련 특혜를 의혹을 받는 롯데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롯데는 최 씨 측 재단에 70억원을 추가로 송금했다가 검찰의 압수수색 직전에 돌려받은 것에 대해 월드타워 면세점 등 현안에서 선처를 바라고 자금을 제공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롯데 관계자는 이 회장 구속과 관련해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상황에 더 부담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먼저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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