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신세계 손잡다' 왜?
상품개발부터 운영전략까지…시장경쟁력 극대화
토요경제
webmaster | 2008-02-04 12:51:06
제조업체 뿐 아니라 유통업체 상품까지 전 영역 개발
풀무원, 후발업체 밀려 점유율 하락 '승부수 던졌나?'
대형마트 1위 신세계 이마트가 풀무원과 손잡고 상품개발부터 운영전략까지 전방위 협력 관계를 맺기로 하면서 관련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지난 30일 신세계 이마트(대표 이경상)와 풀무원(사장 남승우)은 '조인트 비즈니스 플랜(JBP)' 조인식을 갖고, 글로벌 소비 시장에서 양사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공동의 노력을 펼치기로 했다.
JBP란 1980년대 미국 월마트와 3M, 코카콜라, 네슬레, 존슨앤존슨 등과 함께 선보인 제휴 방법으로 국내엔 처음으로 도입된다. 제품 출시 이전에 유통회사가 제조회사가 공동으로 소비 환경을 분석하고, 시장에 대한 공동 전략을 추진해 최적의 비용 구조를 구축하는 '업체간 제휴' 방식이다.
이에 반해 주요 식품업체들은 이번 제휴에 의외라는 입장이다. 식품업계는 "풀무원이 일종의 승부수를 던진 것 같다"며 염려 섞인 반응이다.
이마트-풀무원 손잡다
신세계 이마트와 풀무원은 제품 출시 전에 공동으로 시장을 분석하고 전략을 짜는 JBP를 체결했다.
시장에 대한 양사의 공동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상품개발 전략과 상품 카테고리별 운영 전략을 공유하는 등 협력을 통해 서로의 시장 경쟁력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상품 개발단계부터 이마트의 계산대와 사이버 모니터, 매장 내에서 취득한 고객들의 니즈를 파악해 풀무원과 공유,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개발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게 된다.
또 JBP를 통해 개발된 상품의 판매 매장도 기존 상품보다 넓게 편성해 상품 판매력도 강화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판매 과정에서 얻어지는 매출이나 재고, 고객 반응 등 다양한 정보를 풀무원과 공유해, 상품의 생산 효율 향상에 도움을 줄 예정이다.
이마트와 풀무원은 이번 JBP를 통한 첫 상품 개발 컨셉트를 최근 소비 환경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LOW 4 상품'(저칼로리, 저염, 저지방, 저가 상품)에 초점을 맞춰 상품 개발에 역량을 모을 것이라고 전했다.
상품군도 제조업체 브랜드(NB) 상품뿐만 아니라 365상품과 유통업체 자체브랜드(PL) 상품까지 전 영역에 걸쳐 개발해 경쟁사와 구분되는 차별화 상품 카테고리를 창출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경품 증정 등 일회적이고 일시적인 매출 증대 효과 중심의 프로모션을 자제하는 대신, 요리 강연회나 풀무원 유기농 농장 등의 산지 방문 형식의 고객 체험 행사나 마일리지와 같은 장기적 효과가 기대되는 프로모션을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소비자 중심의 상품과 마케팅을 통해 양 사는 시장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이를 바탕으로 올 한해 이마트에서의 풀무원 매출을 지난해보다 최고 2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한편 이번 양사간의 JBP 제휴는 유통업체와 제조업체간 기존의 패러다임을 넘어서는 새로운 상생의 모델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기존의 유통업체와 제조업체 사이의 제휴가 주로 PL 출시 등 유통업체의 주도하에 이뤄졌다면, 이번에 JBP는 PL에서 NB에 이르는 모든 상품군을 대상으로 이마트와 풀무원 사이에 포괄적인 협력이 이뤄진다는 점이 특징이다.
식품업계 "의외다"
신세계 이마트와 풀무원의 전격적인 제휴에 대해 CJ제일제당, 대상, 동원F&B 등 주요 식품대기업들은 일단 ‘의외’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여기에 업계가 지적하는 내용을 들여다보면 상황이 그리 간단치는 않아 보인다.
국내 신선식품 1위 브랜드력을 가지고 있는 풀무원이 영업과 마케팅 정보를 유통업체와 모두 공유하면서까지 이마트와 제휴를 한 것에 대해 '일종의 승부수를 던진 것 같다'는 해석을 내놨다.
최근 식품업계를 둘러싼 치열한 경쟁이 풀무원의 선택을 강요했을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내 포장두부시장에서 70% 이상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했던 풀무원이 후발주자인 CJ제일제당과 종가집 등의 추격에 밀려 최근 50%선대까지 점유율이 추락했다.
식품업계간 경쟁뿐만 아니라 대형마트 간 경쟁에까지 휘말린 풀무원이 두부 한 모를 더 끼워줄 수밖에 없는 무한 판촉경쟁에 내몰려 수익성 악화로까지 이어지자, 아예 1위 대형마트인 이마트와 손잡는 게 더 낳을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더구나 이마트와 손잡을 경우 안정적인 매출을 기대할 수 있는데다 경쟁업체에 비해 매장 내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는 반대급부까지 따라오는 점이 풀무원에게 매력적인 제휴 포인트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풀무원의 모험이 반드시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다는 게 식품업계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다양한 상품을 공동개발하기로 했지만, 이마트는 결국 PL브랜드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데 그동안 풀무원이 쌓아온 1등 신선식품 브랜드 이미지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두부나 냉장 면에서는 탁월한 성취를 이룬 풀무원이지만, 기타 제품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개발 노하우가 많이 쌓이지 않아 추가개발비를 투여해야 하는 어려움도 지적됐다. 풀무원의 이마트PL 브랜드가 기존 내셔널 브랜드의 명성을 깎아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염려스러운 건 중소 신선식품업체 제품이 이마트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할 경우 퇴출될 가능성이 크다”며 관련 중소업체의 일부 피해 가능성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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