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는 도끼에 발등…유한킴벌리 ‘대리점 뒤통수’ 논란
135억 담합 주도하고 ‘리니언시’로 대리점에 처벌 떠넘겨…비난 여론에 “과징금 대납 고려”
이경화
icekhl@sateconomy.co.kr | 2018-05-10 18:17:58
[토요경제=이경화 기자] 상생을 강조하던 유한킴벌리가 뒤로는 대리점을 상대로 이른바 뒤통수를 친 것으로 드러나며 공분을 사고 있다. 유한킴벌리는 총 135억 원에 이르는 담합을 주도하고서도 자진 신고자 감면 제도인 리니언시를 통해 본사만 면죄부를 받았다. 대신 처벌은 대리점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리점 대부분은 위법 사실인지를 모르고 가담했다가 적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앞서 유한킴벌리는 2005~2014년 자사 23개 대리점과 함께 135억 원대 정부입찰 담합을 벌인 사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조달청 등 14개 정부와 공공기관이 발주한 마스크 등 41건의 위생용품 입찰에 참여하면서 가격을 공유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 공정위는 유한킴벌리 본사에 2억1100만원, 대리점들에는 총 3억9400만원의 과징금을 각각 부과했다.
그러나 유한킴벌리 본사가 실제 납부하게 될 과징금은 0원, 종업원 수가 10명 전후인 영세한 대리점들만 과징금 수천만 원씩을 내게 된 것으로 확인됐다. 유한킴벌리가 리니언시 제도를 이용해 빠져나간 탓이다. 리니언시는 담합 가담자가 자수하면 제재를 면제해주는 제도로 가장 먼저 담합 사실을 스스로 신고하는 기업에 과징금과 검찰고발이 100% 면제된다. 사실상 본사의 제안을 거부할 수 없는 대리점만이 위법 사실인지조차 모른 채 처벌을 받게 된 셈이다.
대리점 한 관계자는 “본사가 정보를 준 것으로만 알았지 위법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뿐더러 본사가 스스로 신고해 자신만 처벌에서 쏙 빠져나갔다는 사실도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리점 관계자는 “핵심적으로 움직인 것은 본사 직원이었고 우리는 법률에 무지했다”며 한탄했다. 이에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대리점의 뒤통수를 치는 신종 갑을 문제며 불법행위에 대한 과징금과 오명을 떠넘긴 부도덕한 행위”라고 맹비난했다.
유한킴벌리 측은 이러한 처벌 떠넘기기 의혹과 관련해 대리점 과징금을 대납하는 방안을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해당 행위의 위법성을 인식한 후 즉시 신고했을 뿐이고 개별 대리점의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과징금 대납을 포함한 여러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최대 사업자의 자진 신고 자체를 두고 논란의 불씨는 당분간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담합 유도자나 시장 최대 사업자의 경우 자진 신고 면제 혜택을 주지 말아야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리니언시 결정에 소비자 참여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리니언시 제도의 취지와 국민의 알 권리 사이에서 고심 중”이라며 “최근 불공정 위법 행위에 대한 실무자 개인 고발을 강화하려고 하는 만큼 공정위 차원의 리니언시 관련 원칙을 정할 예정에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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