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SNS시대, 대자보(大字報)로 떠들썩한 나라 대한민국

안녕하지 못한 사회와 나라에서 당신은 안녕하십니까?!

이완재

puryeon@naver.com | 2013-12-17 14:37:12

[토요경제=이완재 편집국장]

“안녕들하십니까?”. 요즘 이 말이 세간에 화제다. 단순한 화제를 넘어 사회적 이슈로 확전되는 분위기다. 대학가에서 시작된 ‘안녕들하십니까’ 열풍이 사회로 확산되며 또다른 갈등을 낳고 있다.

문제의 ‘안녕들하십니까’ 신드롬은 지난 10일 고려대 게시판에 이 대학 재학생이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붙이며 시작됐다. 해당 대자보는 철도 민영화 반대를 이유로 노동자 대거 직위해제와 국정원의 선거개입 의혹 등을 소개하며 현 정부를 성토하고 있다. 이후 서울시내 10여개 대학에 관련 ‘응답 대자보’들이 나붙고, SNS상에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서울을 벗어나 지역으로 또 고등학교로 번지고 있다. 최초 대자보 작성자인 고대생이 과거 진보신당에서 활동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이념공방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보수성향의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약칭 일베)는 관련 대자보에 대한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학생들도 둘로 나뉘어 진보와 보수 이념 논란이 뜨겁다.


대학가에 느닷없이 불어닥친 때 아닌 ‘대자보 열풍’은 그동안 취업전선에만 함몰 돼 정치.사회적으로 무관심하던 대학생들의 현실참여라는 측면에서 반길만한 일이다. 그러나 다분히 감상적이고 비논리적인 접근에서 비롯된 상충과 갈등으로 사회분열과 혼란이라는 역효과도 낳고 있다.


대자보(大字報)는 대학가나 단체에서 자신들의 주장이나 홍보를 위해 큰 글자로 써 붙인 게시물을 뜻한다. 과거에 중국 인민이 특정 견해를 주장하기 위해 붙인 대형게시문에서 유래했다. 한때 이 땅에도 민주화가 한창이던 80~90년대에 대자보 문화가 맹렬하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세상이 바뀌어 컴퓨터와 SNS 세상인 요즘,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매개가 이 아날로그 수단이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어떤 면에선 컴퓨터나 SNS같은 빠른 소통수단으로도 다할 수 없는 소통의 힘이 아직 대자보에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일 것이다. 또 그 이면에는 현 정부 들어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종북몰이, 경제민주화 포기, 낙하산 인사 같은 민주화의 역행과 불통정치에 대한 젊은 대학생들의 저항의지가 또아리 틀고 있음 또한 보여주고 있다. 이번 사태를 보다 면밀하게 예의 주시하고 바라봐야하는 이유다.


대자보로 촉발된 이번 사태는 우리사회 두 가지 시각이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시켜준다. 대학생들의 시국 참여라는, 그래서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건강한 민주사회라는 긍정의 측면과 이것이 이념공방.사회분열로 치닫는 것을 바라보는 불편한 시각이 그것이다.


여기에 대학생들이 현실불만을 토로하고 그것을 공론화 하는 과정에서 싸울 줄만 알았지, 상생과 통합에는 젬병인 기성세대와 닮은꼴을 하고 있는 모습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씁쓸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의 현 주소다.


특정 사회적 이슈에 대해 날선 공방에 멈추지 않고, 그것을 수렴하고 통합하는 성숙한 사회적.제도적 장치마련과 인식형성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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