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인하 추진, ‘복지부 멋대로’
일괄 약가인하 개편안 발표…제약사 핵심 요구사항 반영 안돼
장우진
mavise17@hotmail.com | 2011-11-01 17:08:23
[토요경제 = 장우진 기자] 정부가 일괄 약가인하와 관련해 제약업계의 피해규모를 최소화하기 위한 개편방안을 발표했지만 제약업계의 불만은 계속되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달 31일 ‘8·12 일괄 약가인하’ 발표 이후 꾸준히 제기된 제약업계의 불만에 업계와 1박2일 마라톤 회의를 갖는 등 업계의 의견수렴에 나섰다. 그러나 이는 예상대로 ‘참고’만 됐을 뿐 제약업계의 핵심 요구사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약가인하 개편안을 통해 약제비 절감액이 기존 2조1000억원에서 1조7000억원으로 4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제약업게는 약가인하 시행에 따른 구조조정 등을 포함하면 실제 피해규모는 훨씬 더 클 것이라는 주장이다.
무엇보다 마라톤 회의에서 요구했던 연구개발(R&D) 등과 관련해서는 업계의 의견이 형식적으로만 수용됐을뿐 실효성이 없다는 불만이다.
이에 제약업계는 성명서 발표·법정소송 준비 등 쉽게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인하율 17%→14%…1000여개 품목 줄어
복지부는 일관 약가인하와 관련해 일부 개편방안을 발표하고 입법예고했다.
내년 3월까지 모든 건강보험 적용 의약품의 가격이 오리지널 가격의 53.55% 수준으로 일괄인하되고 계단식 약가 산정방식도 폐지된다.
이번 약가고시는 지난 8월 발표한 약가인하 방안의 큰 틀에서 제약업계의 피해를 최소와 하고, 의약품의 안정적 공급과 신약 연구개발(R&D) 촉진을 위한 사항을 최대한 반영,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고 제약 산업의 발전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복지부는 설명했다.
복지부는 우선 기존에 동일 성분 의약품임에도 건강보험에 등재한 순서에 따라 약품 가격을 차등 결정하던 ‘계단식 약가 산정방식’을 폐지하고 동일 성분 의약품에 대해 동일한 보험 상한가를 부여하기로 했다.
현재 특허 만료된 오리지널 약값은 원가의 80%, 첫 복제약은 원가의 68%로 책정하도록 돼있는 것을 53.55%로 낮추기로 한 기존의 방침은 여전히 고수된다. 복제약 등재 후 1년간 약품의 안정적 공급과 빠른 제네릭 등재를 유도하기 위해 상한선을 특허만료 이전 신약 가격의 59.5∼70%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한 것도 유효하다.
단 건강보험에 등재된 1만4410개 의약품 가운데 8776개 품목 가격에 대해 평균 17% 인하방침은 7500개 품목 14% 인하계획으로 완화시켰다.
이를 통해 약가절감 효과는 기존 2조1000억원에서 1조7000억원(국민부담 5000억원, 건보지출 1조2000억원)으로 4000억원 절감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복지부는 전망했다.
또 의약품의 안정적 공급 차원에서는 단독등재 의약품, 퇴장방지 의약품, 기초수액제 등 약가 인하로 공급 차질이 우려돼 인하대상에서 제외돼는 필수의약품은 기존 3659개에서 약 4700개 품목으로 확대됐다. 같은 성분을 3개사 이하가 생산하고 있는 경우 약가를 높게 책정키로 했다.
이번 고시안은 다음달 1일 입법예고한 뒤 12월10일까지 의견수렴을 거쳐 연내 고시내용을 확정, 내년 1월 중 시행된다. 이에 따른 기등재약 인하 고시는 3월에 시행되고 실제 약가는 4월부터 인하된다.
◇‘알맹이 없는 개편안’…핵심 요구사항 반영안돼
그러나 제약협회는 이 같은 개편안에 대해 ‘실질적 알맹이는 없다’고 주장했다.
복지부가 추산한 1조7000억원 약가절감 효과는 제약업계 입장에서는 피해규모다.
제약업계는 1조7000억원 절감액에 대해 겉으로 드러나는 수치일 뿐 약가인하에 따른 품목정리 등을 계산하면 그 규모는 훨씬 클 것이라는 지적했다.
복지부는 기존 약가인하 방침으로 2조1000억원의 절감액을 추산했지만 제약업계는 약 3조원 수준으로 전망한 바 있다.
또 지난달 11~12일 양일간 개최된 복지부-제약업계간 마라톤 회의에서 제약업계의 핵심요구사항이었던 연구개발(R&D) 펀드에 대해서도 결국 ‘참고’ 수준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제약업계는 신약개발 지원을 위해 약가인하를 통한 절감액을 R&D펀드로 활용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정책을 요구했다. 정부는 ‘글로벌 제약사 육성’을 취지로 일정규모 이상 신약 연구개발 투자실적과 역량을 갖춘 제약사를 대상으로 집중 지원할 계획이지만 제약사들은 약가인하로 인해 약가가 반토막(53.55%) 나는 상황에서 R&D 투자 여력이 없는 만큼 펀드활용을 통해 투자액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복지부는 이번 일괄 약가인하 정책이 약가거품 제거와 보험재정 안정을 위한 것으로 절감액을 제약사 보상으로 사용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단 기존 바이오펀드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밝혔다.
또 53.55%로 정한 인하폭을 완화시켜 줄 것과 약가인하는 2014년 이후 단계적 시행에 대한 요구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제약협회는 ‘기등재목록정비사업’이 끝나는 2014년 이후 조정을 통해 제약사들의 신약개발 여력 등 단기적 일괄인하에 따른 후폭풍을 방지할 것을 요구했으나 이에 대한 개편안은 없었다.
◇제약협회, 법정 소송으로 강경 대응할 것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지난 마라톤 회의 후 ‘복지부가 참고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해 의견이 얼마나 수렴될지 모르겠다’고 우려를 표한바 있다. 그리고 이같은 우려는 현실이 됐다는 주장이다.
제약협회 이경호 회장은 지난달 28일 임채민 보건복지부 장관을 만나 제약업계의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결국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이에 제약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복지부가 발표한 일괄 약가인하 입안예고 내용에 제약산업의 미래가 심히 걱정된다고 말했다.
제약협회는 “약가인하 피해자인 제약기업의 건의와 고용불안에 휩싸일 8만 제약인과 가족, 관련업계의 호소가 어느 곳에도 반영되지 않아 유감”이라며 “약가인하 규모, 유예기간, 단계적 인하가 전혀 고려되지 않아 제약업계가 미래를 준비하고 대비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복지부는 우리나라 약가 및 약제비가 낮은지 높은지, 높다면 얼마나 높은지조차 제시하지 않았고, 모든 약가를 53.5% 인하해야 하는 근거조차 충분치 않다”며 “이처럼 무차별적 일괄 약가인하 정책에 정면으로 반대해 이로 인해 발생되는 문제는 전적으로 복지부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제약협회는 법적대응을 통해 복지부의 조치를 무효화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제약협회는 이번 약가인하 저지를 위해 헌법소원 및 행정소송를 진행중이며 이미 법조계와 의견을 교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번 입안예고에 대한 법적대응을 통해 제약업계 요구의 정당성을 입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복지부는 이번 약가인하 입안예고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최희주 건강보험정책국장은 “이번 약가인하 개편안은 큰 틀을 유지하면서 제약업계의 요구를 수용하려고 노력했다”며 “내부 검토결과 법적인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돼 문제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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