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책임회피용 ‘대국민담화’ 고심

거듭되는 요구에도 ‘사회 부조리’만 강조

김형규

fight@sateconomy.co.kr | 2014-05-17 15:12:45

[토요경제=김형규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대국민담화를 예고한 가운데 담화에 담길 구체적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이번 담화를 통해 인적쇄신 의지를 놓고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월호 참사 수습과정에서 드러난 정부의 무능한 재난 대응에 연줄로 얽힌 공직 사회의 부조리에 대한 국민적 시선이 곱지 않은 만큼 대대적인 변혁 의지를 담아야 하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인적쇄신’의 의지를 갖고 대국민담화를 통해 악화된 민심을 수습할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이번 세월호 사고로 드러난 정부의 무능을 과거 정부에서부터 쌓여온 ‘적폐’, 공무원의 ‘안일주의’, 관민유착의 ‘관피아’ 등으로만 돌리는 것에 머물 경우 국민들의 공감을 얻기는커녕 오히려 민심 이반을 더욱 부채질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들이 박 대통령에게 요구하는 것은 바로 박 대통령이 자신의 책임문제를 받아들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박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무회의 석상에서 또 지난 6일에는 석가탄신일 법요식 등에서 대국민사과를 했음에도 국민들이 미흡하게 여긴 것이 바로 이것이다.


박 대통령이 세월호 침몰사고와 관련해 첫 공식언급을 한 지난 4월 2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자신과 청와대의 책임문제는 쏙 뺀 채 세월호 선사와 선장, 정부의 무사안일과 잘못된 관행을 질타해 여론을 급속하게 악화시켰다. 악화된 여론은 곧바로 박 대통령의 국정지지도 하락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무회의 석상에서 “국민 여러분께 죄송스럽고 마음이 무겁다”며 사과했지만 “저는 과거로부터 겹겹이 쌓여온 잘못된 적폐들을 바로잡지 못하고 이런 일이 일어난 것에 대해 너무도 한스럽다”고 말해 모든 문제를 과거 정부의 ‘적폐’로 돌리는 박 대통령의 인식이 국민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박 대통령, 사과는 했지만 책임은 회피

국민들이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박 대통령에게 바라는 지점과 박 대통령 스스로가 바라보는 지점 간의 현격한 차이를 재차 확인하며 여론은 계속 악화됐다. 박 대통령이 비록 ‘사과’했지만 ‘잘못’을 인전하고 이를 시정하겠다는 것이 아닌 ‘과거의 적폐’에 모든 책임을 돌린 것에 또 다시 ‘불통’을 절감한 것이다.


박 대통령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이 당일 “사과가 아니다”며 반발한 것도 여기서 비롯됐다. 심지어 청와대조차도 박 대통령의 입장과 보조를 맞췄다.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은 청와대가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라고 책임회피성 발언을 한 것은 박 대통령의 기본 인식 연장성으로 이해되는 상황으로 나아갔다.


이와 같이 국무회의 사과가 민심을 수습하기보다는 악화시키는 길로 접어들자 청와대가 ‘추가적인 사과는 없을 것’이란 발표를 했지만 성난 민심의 강도를 직감한 박 대통령은 석탄일 법요식에서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할 대통령으로서 어린 학생들과 가족을 갑자기 잃은 유가족들께 무엇이라 위로를 드려야할지 죄송스럽고 마음이 무겁다”며 국정책임자로서의 사과 수위를 높였다.


하지만 이날 역시 박 대통령은 국민의 마음을 여는데 실패했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사회 곳곳에 깊이 뿌리박힌 부조리와 적폐”를 또다시 강조하면서 잘못된 관행들을 척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정작 국민들은 원하는 말을 들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국민인 정작 원하는 답인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과오 인정’이라는 표현은 나타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박 대통령의 사과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가라앉지 않자 지난 주말부터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를 예고했고 일요일인 지난 11일에는 수석비서관회의, 13일에는 ‘세월호 국무회의’를 개최해 담화내용을 채워나가는 상황으로 진전됐다.

대국민담화, ‘박 대통령의 책임 인정’ 여부가 핵심

지금까지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는 주요 내용을 보면 공직사회 개혁과 재난관리시스템 정비에 많은 비중이 할애돼 있는 것으로 보여 지난달 있은 수석비서관회의나 국무회의 사과의 복사판이 될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감을 들게 한다.

박 대통령은 지난 14일 개원 60주년을 맞은 대한민국학술원 기념식에서도 비슷한 기조를 보였다. 박 대통령은 이번 세월호 사고의 근본문제로 “우리 사회 전반의 의식 수준과 국민 안전시스템”을 들며 “물질주의와 편의주의, 이로 인한 비정상인 제도와 관행”에 초점을 맞췄다.


여전히 핵심이 될 박 대통령과 정부의 책임문제에 대한 구체적이고 분명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이러한 기조는 곧 있을 대국민담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 자신의 국정운영에 대한 반성이 선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가안전처’ 신설이나 공직개혁, 국민통합 호소 등의 내용이 담길 경우 이는 ‘정치적 수사’에 그칠 것이며 국민들의 비판여론을 잠재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즉 지난 1년 3개월의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는 ‘아무런 잘못’이 없고 모든 문제는 공직사회의 적폐와 ‘사회의 안전불감증’에 있다는 식의 ‘공동책임론’에 입각할 경우 국민들은 더 큰 절망에 빠질 수 있다. 세월호 사건에서 무능을 드러낸 당사자가 ‘박근혜 정부’이고 이러한 ‘수첩 내각’을 만든 근본책임이 엄연히 박 대통령에 있음을 외면한 것이기 때문이다.


청해진해운 및 세모그룹 유병언 회장을 엄벌에 처하고 문제점이 드러난 해양경찰을 문책하고, 정부부처를 과감하게 개편한다 해도 박 대통령 자신과 청와대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다. 이것이 다름 아닌 ‘신상필벌의 원칙’을 흐리는 과거의 적폐를 또 쌓은 것이 될 공산이 크다.


따라서 이번 담화는 과연 박 대통령이 자신의 책임을 국민들 앞에 인정하고 이를 시정하는 모습을 보이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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