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왜 대한통운 인수하려 하나?

농산물 유통망 개선…'물류' 핵심사업으로

장해리

healee81@naver.com | 2007-12-24 09:11:41

TFT 구성, 외국계 은행 확보 등 '전력투구'
경제사업부 적자,농협물류 부진…생존 위한 인수
성공시 농산물 판매액의 30%인 물류비용 절약

농협이 농업경제 활성화를 위해 대한통운 인수에 뛰어들었다.


대한통운 인수에 군침을 흘리고 있는 기업은 금호아시아나를 비롯해 한진, STX, CJ, 롯데, 현대 등 줄잡아 10곳 안팎. 지난해 매출 1조1700억원을 기록한 대한통운을 인수하면 단번에 물류 선두업체로 올라설 수 있기 때문에 이들 업체들은 오랜 전부터 인수 작업을 진행해 왔다.


여기에 농협이 농업경제를 살리기 위해 투입 재원에서 자금을 충당키로 하는 등 물류 부문을 핵심 사업으로 선정하면서 현재 대한통운 인수전의 막강한 복병으로 부상했다.


농협은 만년적자를 기록하는 경제사업부를 살리고 이를 위해 올 초 수립한 '비전 2015' 프로젝트와 3년 전 설립한 농협물류의 부진 등을 이유로 인수전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사업부는 소규모 농가를 위해 농산물과 농기자재의 유통을 맡는 사업부문. 농협의 주요 설립 목적에 부합하는 주요 사업부지만 영세한 농업의 유통구조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만약 이번 대한통운 인수전을 성공할 경우 농산물 판매액의 30%에 육박하는 물류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농협 관계자는 "대한통운 인수는 물류사업의 연장선상"이라며 "경제사업 강화를 위한 핵심축으로 물류사업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대한통운 인수, 생존 문제


농협이 대한통운 인수전에 '올인'하는 것은 부진 등을 이기고 살아남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우선 농협의 경제사업부. 농협의 주요 사업부이지만 최근 3년간 영업손실이 3000억원을 훌쩍 넘었다. 2014년 1180억원, 2005년 1206억원, 2006년 707억원 등 적자규모가 최소 수백억원에 달하며 금융회사인 신용사업부가 사업성과를 내지 못하면 전체 사업부의 수익구좌 유지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농협은 올 초 '비전 2015'라는 사업개혁 프로젝트를 수립했다. 향후 10년을 농협경영에 대한 커다란 변화의 시기로 보고 2015년까지 10년간 경제사업 혁신을 위해 총 13조원을 투입해 독자생존이 가능한 사업모형을 만들겠다는 목표다. 이를 통해 경제사업부 등과 같은 구조적 모순을 해결할 방침이다.


2015년은 농협에게 있어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한 각종 투자와 제반시책이 종료되는 해인 동시에 FTA로 인한 쌀의 관세화 유예기간이 종료(2014년)된 이후의 첫 해다. 따라서 10년 안에 혁신을 성공시켜야 한다.


농협의 혁신전력의 핵심에는 농협 산지유통의 확대와 소비자 도소매업 수직 계열화 계획이 포함돼 있다. 유통망을 구축해야 농산물도 제값을 받을 수 있고 대형유통업체와의 경쟁체제 속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계획을 토대로 농협은 지난 2004년 농협물류를 설립하고 하나로마트라는 브랜드로 자체 운영 중인 대형마트를 기존 26개에서 60개로, 슈퍼마켓은 125개에서 500개로 확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최근 물류비용 증대 등으로 예산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뛰어넘는 수준으로 증가해 어려움을 가중되고 있다.


또한 설립 3년째를 맞이하는 농협물류가 브랜드 인지도 등에서 밀려 소비자는 물론 농민에게까지 외면을 받고 있는 것도 문제다.


이 때문에 농협은 물류산업 영업노하우와 네트워크를 가진 기업의 인수를 고려하는 방안이 제기된 것이다.


농협 관계자는 "배추 등 야채값 등락이 심한 것에는 작황뿐 아니라 물류 시스템이 통합되지 않아 제때 상품공급이 안되는 탓도 있다"며 "농협중앙회가 운영하는 물류회사가 이를 통합, 관리하면 적시적소에 상품을 공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시너지 효과 클 것"


농협은 작년 말부터 착실하게 준비한 만큼 대한통운 인수에 상당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농협은 경제기획부 산하에 대한통운 인수 테스크포스(FT)팀을 꾸려 인수선 승리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인수전을 끝마칠 때까지 상시근무 인력으로 동원된 인원은 7~8명에 달한다.


계열사인 NH투자증권을 자문사로 선정해 경제기획부 산하의 전문가들과 기업인수합병 전문인력을 주축으로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기에 인수전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재정자문을 맡을 외국계 투자은행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농협은 대한통운과 겹치는 사업부문이 금호아시아나나 STX 등 다른 후보들에 비해 작다. 따라서 독자적인 사업부문으로 인수 후에도 구조조정이 전혀 필요하지 않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 같은 피인수기업의 고용승계 여부는 인수후보 평가를 위한 비계량요소 기준 중 가장 중요한 항목에 속한다.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 등 금융회사로부터 자금을 차입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가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인수전에 성공할 경우 비전 2015를 위해 마련한 13조원 자금조달 계획 중 일부분을 변경해 자금을 충당할 수 있다. 차입으로 자금을 마련하지 않기 때문에 다시 회수할 가능성도 없고 인수자금 또한 고스란히 대한통운을 위해 투자될 수 있다는 것이다.


농협 관계자는 "농협으로선 후진적인 농산물 유통을 개선하는 데 대한통운의 물류망이 활용 여지가 많다"며 "경쟁사들에 비해 농협과 대한통운의 결합은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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