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훈 농협은행장 내정자, 풀어야 할 과제 '산적'

영업력 강화, 해외진출, 디지털 혁신 등<br>농협 내 지역갈등 해소 '선봉장'은 부담

유승열

ysy@sateconomy.co.kr | 2017-12-27 15:49:15

<사진=Toyo Economy>

[토요경제=유승열 기자] 이대훈 전 농협상호금융 대표(사진)가 차기 NH농협은행장 내정자로 결정됐다. 금융권은 이대훈 내정자 앞에 과제가 산적하다는 점에서 그의 행보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영업력 강화는 물론 해외진출, 디지털 혁신 등에 박차를 가하는 동시에 농협 내 퍼져 있는 지역 갈등을 해소하는데 앞장서야 하기 때문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름녀 농협금융지주는 26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를 열고 이대훈 전 농협상호금융 대표를 차기 농협은행장 최종 후보로 결정했다.


농협금융 임추위는 내년 농협은행이 영업을 잘해서 비약하는 한 해가 돼야 한다는데 공감하고 마케팅과 개인금융, 기업금융 등에서 잘할 수 있다는 판단에 이 행장 내정자를 추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농협맨'이자 은행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1985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한 이후 2004년부터 농협은행 경기도청출장소장, 서수원지점장을 지낸 후 2012년 말 프로젝트금융부장, 2014년 말 경기영업본부장, 2016년 서울영업본부장을 역임하고 올초 농협상호금융 대표를 맡는 등 초고속 승진을 이어간 인물이다.


그러나 내년부터 농협은행을 이끌어야 할 이 내정자에게는 숙제가 산적하다.


우선 고객·수익 중심 경영의 내실화다.


이를 위해서는 본원사업의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 농협은행은 자산·부채 포트폴리오의 전략적 운용으로 순이자마진(NIM)을 제고하고, 현장·마케팅 중심 경영 강화로 펀드, 방카, 신탁, 퇴직연금 등 핵심수수료 증대를 추진할 방침이다.


특히 수도권 영업기반을 강화해야 한다. 농협은행은 국내 인프라가 최고 수준이지만 영업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 내정자가 과거 서울 및 경기영업본부장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 만큼 취임 후 수도권 지역 영업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고객중심 자산관리서비스 강화에도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농협금융은 WM(자산관리) 경쟁력 강화를 위해 내년 WM기획팀을 신설하고, 자회사 투자상품 점검·개선 추진, 복합점포 채널전략 수립 및 관리, WM사업 활성화 등의 역할을 수행하기로 했다.


농협은행은 WM연금부에 WM사업단을 신설해 고액자산가에 대한 부동산, 회계, 세무 등 자산관리 컨설팅 기능을 강화해 나간다.


해외진출도 급선무다. 다른 시중은행과 비교시 농협은행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빈약하다는 점에서 해외진출을 서둘러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수익을 거둬야 하는 것이다. 농협은행은 시작이 느린 만큼 농협 본연의 강점을 바탕으로 해외 농업 관련 기관들과 연계해 빠른 진출을 꾀하고 있다.


이와 관련 농협금융은 중국 진출의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12일 중국공소집단유한공사(이하 공소그룹)와 금융사업 협력에 관한 2016년 1월 5일자 양해각서(MOU, 효력기간 2년)를 갱신했다. 또 중외합자은행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데 합의했다.


디지탈 혁신 가속화도 안고 가야 한다. 농협은행은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프로젝트를 지난 7월에 착수해 맞춤형 상품추천, 고객이탈 예측 등에 활용할 예정이며, 금융지주 계열사와 융합을 통한 시너지 사업도 발굴할 계획이다.

아울러 내부 업무 전반의 표준화와 품질 향상을 위해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를 통해 수기 업무나 반복 업무처리를 자동화하고 인공지능(AI) 기반 챗봇 서비스도 도입해 콜센터의 전화응대, 내부 업무 문의 등에 활용될 예정이다.

무엇보다 농협 내 지역갈등을 해소하는 것이 임무로 꼽힌다.


현재 농협은 호남 출신의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이 불법적인 선거활동을 펼쳐 당선됐고, 이후 호남 출신들을 인사, 승진시켜 자신의 세력을 넓히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22일 김병원 회장이 법원으로부터 공공단체 위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으면서 김 회장의 입지는 좌불안석이라는 평가다.

이에 김 회장이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택한 방법이 이대훈 행장 내정자로 알려졌다. 전남 해남 출신의 고태순 농협캐피탈 사장을 밀었지만, 경기 출신의 이대훈 전 대표를 선임해 내부 분위기를 진정시키고 고룬 인사를 펼치는 점을 인식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 22일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이 내정자가 신청한 재취업심사 결과를 발표할 때까지 임추위를 미뤄왔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에서도 영업통에 분류되는 이 내정자가 은행 성장에 가속도를 붙일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면서도 "인사가 알려진대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김병원 회장의 노림수도 소화해야 한다는 점을 보면 지역색 논란을 잠재우는 것이 가장 우선과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대훈 농협은행 내정자는 이날 이사회, 주주총회에서 차기 행장으로 확정되면 29일 취임해 공식일정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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