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중소상인만 잡는 ‘전안법’…뭐가 문제 길래
대표적 독소조항 '대상 가리지 않는 KC인증 의무화' 개정 못해
송현섭
21cshs00@sateconomy.co.kr | 2017-12-27 15:01:46
[토요경제=송현섭 기자] 올 연말로 일몰시한이 만료돼 내년부터 발효되는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 때문에 영세·중소상인들이 직격탄을 맞을 위기에 처했다.
27일 정치권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 법은 전기용품과 생활용품의 제조·유통 등에 대해 공급자의 적합성 확인서인 ‘KC(Korea Certificate)’인증을 취득하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이는 가습기 살균제 연쇄사망 사건 등을 계기로 생활용품 안전관리제도를 정비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고, 기존 전기·생활용품에 적용되던 개별법들을 단일법으로 통합하면서 제정됐다.
그러나 문제는 종전 전기용품 안전관리제도를 원용해 생활용품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의 비용을 들여 KC인증을 받도록 하고, 만약 인증을 획득하지 못하면 물품 공급자들이 벌금·과태료 등 제재를 받도록 규정한데서 촉발됐다.
현행 전안법에 따르면 전기·생활용품 공급자가 KC인증 의무를 지키지 않을 경우 3년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이하 벌금, 500만원이하 과태료 부과 등 제재조치를 받게 된다.
독소조항은 가방이나 양말·의류 등 소비자의 신체에 접촉하게 되는 생활용품도 난방 전열기기를 비롯한 전기용품 안전과 같은 기준을 적용해 무차별적 인증을 요구한데서 확인되고 있다.
이후 정부와 정치권은 입법취지는 맞지만 비판여론에 밀려 올해부터 시행하려던 일정대신 대안입법을 전제로 1년간 시행을 유예하는 일몰조항을 뒀으나, 막상 시한이 다가오는데도 여야 대립으로 국회가 공전되면서 본회의에서 법 개정안을 처리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상황이 이쯤 되자 청와대 홈페이지에서 전안법 폐지 청원운동이 시작됐고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24일까지 참여자가 20만명이 넘어 청와대가 공식답변을 내놔야 하는 요건을 충족시켰다.
법 시행에 강력 반발하는 영세·중소상인의 직접행동도 이어져 소상공인연합회 최승재 회장은 지난 26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전안법 개정안 본회의 통과를 위한 1인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최 회장은 “전안법의 합리적 개정을 위해 소비자단체와 학계, 유관업계를 포함해 많은 토론·간담회를 가졌다”며 “연내 개정안 통과를 위해 성명과 회견은 물론 지난 18일 ‘전안법 개정안의 국회통과를 위한 긴급간담회’에도 참가하는 등 노력을 기울여왔다”고 밝혔다.
그는 또 “개정안이 국회 산자위를 거쳐 법사위까지 통과됐지만 지난 22일 본회의가 무산돼 기대가 무위로 돌아갔다”며 “수많은 소상공인들과 청년작가들이 범법자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형편으로 내몰리고 있는 만큼 국회가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개정안은 안전관리 유형에 준수대상 생활용품을 추가 신설해 의무 KC인증 범위를 대폭 축소하고, 구매대행·병행수입업자에 예외를 적용하는 대신 구매자에 고지토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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