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라덴 사살 1주년…테러와의 전쟁은 ‘진행형’
‘알카에다 조직 글로벌화' 세계 곳곳서 활개
이준혁
immasat@naver.com | 2012-05-04 17:01:52
5월2일은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이 사살된 지 1주년 되는 날이다. 파키스탄 정부는 최근 자국 내 머물고 있던 빈 라덴의 유가족들을 사우디아라비아로 추방하면서 관계를 청산했다. 하지만 빈 라덴의 유혼(幽魂)에 시달리는 미국은 어느 나라보다 더 긴장한 모습이다.
빈 라덴 사살 이후 알카에다 세력이 약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에 대한 보복 테러 가능성이 여전치 적지 않게 예상되고 있다. 게다가 알카에다 조직도 글로벌화 되며 세계 곳곳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
오랜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피로감에 시달린 미국은 중동에서의 탈출을 선언했지만 해당 지역의 정정 불안이 계속되는 가운데 미군 코란 소각, 민간인 살해 등 잇단 악재로 탈중동 출구 전략 마련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빈 라덴 사살 1주년을 계기로 ‘알카에다는 약화되고 세계는 안전해졌는가’라는 질문을 가지고 진행 중인 대테러 전쟁의 현주소를 직시해야 한다.
◇ 美-아프간 전략협력협정 체결…오바마, 극비리 카불 방문
버락 오바마 미국대통령은 지난 1일 신속하고도 은밀하게 아프가니스탄으로 날아가 이날 밤 미군철수 후에 아프간 정부와의 장기적인 협력을 다짐하는 전략협력협정을 체결했다. 오사마 빈 라덴의 사살 1주년 기념일을 하루 앞두기도 한 이날 그는 미군들에게 “지평선상에 광명이 비친다”고 말했다.
그는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이 배석한 이 자리에서 “우리는 이제 전쟁을 평화로 대체하고 있다”고 선언했다. 오바마는 미국이 가장 장기적인 전쟁을 벌이고 있는 현장에 군대의 최고 통수권자이자 올 대선의 후보로 날아갔으며 그 두 가지 역할은 명확히 구분되지 않았다.
그는 아프간에 감으로써 그가 2009년에 집권한 이후 이라크 전쟁을 종결짓고 아프간 전쟁에서 미국의 역할을 질서 있게 마무리 짓는 모습을 보여준 셈이다. 여기다 라덴의 사살 1주년도 겹쳐 공화당 측은 그것을 너무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 알카에다는 ‘죽지 않아’
지난해 5월2일 미국은 세계 최강의 자존심을 무너뜨렸던 9ㆍ11 테러의 주모자인 빈 라덴 사살 작전에 성공한다. 사건을 확인해주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이 방송으로 국민들에게 전해지자 미국민들은 길거리로 뛰쳐나와 밤새 USA를 외치며 승리를 자축했다.
하지만 미국민의 바람과 달리 파키스탄에 본부를 둔 알카에다 중앙조직은 약화됐을지 모르지만 알카에다 지도자들에 의해 조직은 전반 이슬람세계의 무장세력과 적극 제휴하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27일 리언 파네타 미 국방장관은 “빈 라덴 사살이 알카에다를 붕괴시킨 ‘특효약(silver bullet)’은 못 됐더라도 다시는 9ㆍ11테러와 같은 수준의 테러를 저지르지 못할 정도로 알카에다의 테러 역량이 약화됐다”고 말했다.
테러 전문가들은 알카에다가 9ㆍ11과 같은 대규모 테러를 실행할 능력은 사실상 약화됐지만 알카에다는 여전히 빈 라덴을 사살한 미국에 대한 보복을 계획 중이고, 세계 곳곳에 상당한 테러 감행 실력을 갖추고 있는 알카에다 조직이 산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미군 특수부대 자문인 세스 존스는 “알카에다가 붕괴 직전이라는 말은 희망 사항일 뿐”이라며 “그들은 전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추세이며 예멘 등에 있는 조직들의 공격은 오히려 늘고 있다”고 말했다.
예멘의 아라비아반도 알카에다 지부(AQAP), 파키스탄의 라시카르-에-타이바, 아프간 동부의 하카니, 소말리아의 알샤바브 등 해외의 알카에다 분파들이 미국에 위협하는 새로운 세력으로 부상했다.
이 가운데 예멘 남부의 일부 지역을 장악한 AQAP는 가장 강력한 지부로 평가받고 있고, 지난 2009년 성탄절에 미국 디트로이트행 비행기를 폭파시키려다 실패했고, 2010년에는 시카고에 폭탄물 우편물을 배달하는 사건을 벌이기도 했다. 지난 2월 소말리아의 알샤바브는 공공연하게 알카에다 본부와 공식 합병을 선언하기도 했다.
이라크, 아라비아 반도, 소말리아 등 지역 분파 지도자들은 빈 라덴에 이은 알카에다 지도자인 아이만 알자와히리에게 충성을 맹세했고, 납치와 마약 등 범죄 활동을 통해 자금을 축적했다. 일부에서는 이들이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 붕괴로 인해 유출되고 있는 무기를 대량 구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 아랍의 봄, 테러를 약화시켰나?
중동 지역의 이슬람 과격 세력은 자신들의 종교와 존재 자체를 억압하는 자국의 독재정권, 이를 지지하는 미국 등 서방 세력을 적으로 규정짓고 있다. 이는 이슬람권을 테러의 온상으로 만드는 구조적인 문제이다.
이런 관점에 입각해 보면 지난해 초부터 중동 지역 일부 국가에서 일어난 ‘아랍의 봄’으로 불리는 민주화 운동은 테러 약화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아랍의 봄 이후 독재정권이 붕괴되고 독재자가 척결돼 일부 국가에 민주주의 방식으로 정부가 구성할 수 있었고 이로 인해 과격세력이 테러 활동을 감행할 명분이 점차 사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전문 저널인 ‘포린 폴리시’는 지난달 30일 ‘알카에다를 다시 생각한다’의 특집기사에서는 아랍의 봄의 대테러 효과를 부정하는 주장을 펼쳤다. 포린 폴리시는 “초기 알카에다의 폭력적 지하드(테러 방식)는 무슬림 민중들의 공감을 얻지 못했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시리아와 예멘을 시작으로 아랍 전반 세계에 걸쳐 아랍의 봄의 효과는 점차 약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 미국 중동정책 출구 전략 진퇴양난
지난해 빈 라덴의 사망을 계기로 미국은 오는 2014년 아프간에서의 철군 계획을 밝히면서 미군이 참전한 전쟁 중 가장 오랜 전쟁인 아프간 전쟁을 마무리하기로 결정했다. 빈 라덴 사살이 미국의 국가안보전략마저 바꿔놓은 것이다. 장기간 지속된 전쟁 피로감으로 미국은 이번 사건을 철군의 명분으로 삼았던 것이다.
미국은 안보전략 중심 지역을 중동에서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으로 옮겼고, 대테러 안보 중심에서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는 아시아 외교 중심으로 외교 전략을 수정했다. 하지만 아프간의 불안한 정세, 테러 조직의 산발적인 공격으로 테러 세력이 여전한 사실은 미군의 아프간 철군 명분을 애매하게 만들어 놓았다.
이 가운데 미군의 시신 소변 사건, 코란 소각사건, 민간인 총격 사건 등 연이은 악재와 비난 여론으로 미군의 철군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이 철군 시기를 원래대로 유지하든 앞당기든 탈중동 출구 정책을 예정대로 이행하기에는 어려움이 예상된다.
10년여 동안 9월11일마다 테러의 공포를 떠올려야 했고, 이젠 빈라덴 ‘기일’마저 상기해야 하는 미국은 ‘테러 노이로제’라는 단어가 나올 정도로 테러의 고통을 받고 있다. 이 가운데 알카에다와 탈레반의 합병설, 이란과 손잡을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어 미국을 포함한 세계는 아직도 테러와의 전쟁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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