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료 개편 백지화 논란 '후끈'
靑 "종합논의 거쳐 처리방침" 해명불구 반대여론 들끓어
송현섭
21cshs@naver.com | 2015-02-01 14:47:59
[토요경제=송현섭 기자] 정부가 연말정산 파동으로 부각된 서민증세를 둘러싼 논란에 떠밀려 눈치를 보다 건강보험료 부과체제 개선을 사실상 중단키로 결정한데 대해 반대여론이 들끓고 있다. 특히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연일 백지화는 아니고 당정협의를 거쳐 종합적으로 논의한 뒤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물론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기획단에서조차 전혀 납득할 수 없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고령화와 건보체제의 구조적 모순이 결합돼 내년부터 적자로 반전되는 재정상황에서 정부의 '떠넘기기'식 대응에 국민들의 눈총이 이어지고 있다. - <편집자 주>
박근혜 정부의 주요 당면과제 중 하나였던 건강보험료 부과체제 개선이 사실상 백지화되면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우선 새정치민주연합은 내년 건보공단 재정이 1조원이상 적자가 발생한다며 당장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개선하지 않으면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문희상 새정연 비대위원장은 "건강보험료 개선안은 각계 전문가들이 국세청 자료까지 총망라해 준비하고 불공정한 부분을 개선하려는 것"이었는데 "지금 백지화하는 것은 부과체계 아닌 부자들의 건강보험료를 서민의 지갑에서 털어 채우겠다는 정부의 발상 자체가 문제"라고 비판했다.
우윤근 원내대표 역시 "생활고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송파 세모녀는 다달이 5만원을 냈다"며 "퇴임한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조차 개편의 필요성을 인정한 만큼 정부는 원칙대로 진행하라"고 촉구했다. 따라서 야당은 기형적이고 불평등한 건보료를 개선하라며 박 대통령이 자산가 45만명의 눈치를 보느라 일반 가입자 600만명의 피해를 보는 상황에서도, '조변석개(朝變夕改)'하는 모습을 보여줄 경우 국민의 분노가 커질 것이라고 경고해 주목된다.
◇ 靑 "백지화는 아냐" 옹색한 변명 일관
상황이 여의치 않자 청와대는 가입자간 형평과 공정성 시비가 많은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 작업이 백지화된 것이 아니라며 곧바로 진화에 나섰다. 실제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건보료 개편이 백지화된 것은 아니다"라며 "당정협의를 통해 종합적인 논의를 거쳐 처리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이는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건보료 개편작업 중단 논란에 대해 "백지화가 아니고 충분한 시간을 두고 검토해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발언이후 연속적인 해명에 나선 것이다. 특히 연말정산 논란이 근로자들의 조세저항을 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비난세례를 받자 여론을 의식해 오락가락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청와대는 고소득자에게 보험료 부담을 가중시키는 대신 저소득층의 부담을 줄여주는 방향은 유지하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당정이 건보료 개편을 논의할 계획이라며 백지화가 아니라는 옹색한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 이를 반증하듯 청와대 관계자는 "어떤 정책이든 잘 실행될 수 있을지 챙겨 봐야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하며 "추진단이 건의한 여러 안건이 있는데 정확하게 예측대로 움직이는지 검증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 "연말정산 문제도 생각보다 많이 토해내야 한다는 문제가 있었지 않았느냐"면서 "현행 건보료 개편안은 2011년도 자료를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최신자료로 시뮬레이션을 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청와대는 여당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이 새로 선임된 뒤 당정회의에서 이 문제가 종합적으로 논의된 다음 처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또 정책이 실제로 적용됐을 때 예상치 못한 문제가 없는 것이 가장 좋지만 한계가 있기 때문에 반복해서 체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건보료 개편작업 중지에 대한 책임은 회피로 일관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판단했다"면서 "기본적인 입장은 모든 정책이 불필요한 마찰 없이 순탄하게 개혁이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라고만 못 박았다
◇ 이규식 "민원이 연간 6000만건인데…"
이에 대해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기획단을 이끌고 있는 이규식 연세대 보건경제학 명예교수는 논의를 보류하겠다는 정부방침을 강력 비판했다. 기획단은 앞서 현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인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을 위해 지난 2013년 학계와 노동계, 경영자단체 등 전문가를 포함한 16명의 위원으로 구성됐다.
총 11회에 걸친 전체회의와 10회에 이르는 소위원회 회의 등을 통해 기획단은 소득중심으로 부과체제를 개편하자는 큰 틀을 마련했다. 구체적으로는 직장가입자의 보수 이외 소득에 대해서도 건보료 부과를 확대하고, 지역가입자 건보료 산정기준에서 성별 또는 연령, 자동차 보유 등을 제외하는 내용의 기본 개편방향을 마련했다.
특히 이 단장은 "1년에 민원이 6000만개이상 나온다면 더 이상 이야기할 것이 없는 것 아니냐"면서 "이것을 그만두겠다는 것은 황당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복지부가 지난달 28일 건보료 인상으로 불만을 갖게 되는 국민들을 납득시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할 시간과 논리가 필요하다면서 갑자기 무기한 추진 보류를 결정했다.
이에 대해 이 단장은 "복지부 장관의 회견이 나온 뒤에야 보류됐다는 사실을 알았다"면서 "사전에 들은 적도 없었고 보류하겠다는 분위기도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현 정부의 정책이 해 놓으면 다음날 바뀌어버린다"며 일례로 연말정산에 문제가 있다고 하면 당장 뒤집어엎은 뒤 다시 돌려주겠다고 하는 식"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건보료 소득기준 따라 부과해야
정치권과 사회계에 따르면 건강보험료 부과체제 개선은 무엇보다 고소득자의 부담을 늘리는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는데 방점이 찍히고 있다. 저소득 일반국민의 부담을 늘리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고 부과기준의 공정성에도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이에 대해 이 단장은 "국민 대부분이 이미 건보료 부과체계가 모순이 많다는 점을 알고 있고 또 개편해야 한다는 것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면서 "연간 민원이 6000만개이상 되는 것을 안 고치겠다고 버티면 안 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특히 복지부의 보류결정에 대해 개편안이 확정되면 건보료 부담이 커지는 고소득 직장인 등이 반발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 단장은 "(건보료 부과체제 개편)보류의 배경에 무엇이 있는지 정치인들이 판단할 일"이라면서 "그저 황당한 일이다. 기획단에서 분명한 의견을 내야 한다는 견해가 있는 분들도 있어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당초 복지부가 기획단 논의에서 거론된 소득기준 개편방향에 부정적이었다는 의혹에 대해 "기획단장의 입장에서 언급하기는 부적절하다"고 언급을 회피하며 "기획단이 도출해낸 개편방향은 기획단 내부에서 치열하게 토론을 거쳐 도출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건보료 부과체제 개편논의는 당정청관계에서 여권 정치인들의 이해타산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지만, 고소득자의 눈치만 본다는 비난은 피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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