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진퇴양난’

“영리병원 위한 꼼수” 비판 여론 확산

전성운

zeztto@sateconomy.co.kr | 2012-04-27 18:51:06

정부는 지난 17일 경제자유구역내 외국의료기관 개설을 위한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정부는 “경제자유구역 내에 거주 외국인들을 위한 환경 조성과 외국 투자 활성화를 위해 외국의료기관 설립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인천 송도 영리병원 추진이 가시화 될 전망이다. 그러나 사회 각계각층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 인천시는 현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입장에 처했다.


지식경제부는 “해외병원의 외국의료기관 운영 참여 의무화 등의 내용을 담은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지난 17일 밝혔다. 이번 시행령 개정은 사실상 ‘영리병원’을 위한 것으로 향후 인천 송도 경제자유구역에 600병상 규모의 외국의료기관이 설립 추진이 가시화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지경부 홍석우 장관은 “조만간 인천 송도와 같은 경제자유구역에 해외 유명병원과 연계된 국제병원이 들어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 무상의료국민연대 회원들과 의료민영화저지범국민운동본부 회원들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시행령 즉각폐지’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시행령 개정, 영리병원 위한 ‘꼼수’
이에 대해 통합진보당은 “이번 개정은 국민건강보험제도에 불균형을 초래하고, 의료의 공공성을 훼손하는 영리병원을 확산시키는 등의 독소조항이 포함돼 있다”며 “영리병원은 외부의 자본을 끌어들여 병원을 설립·운영하고, 거둬들인 이윤을 자본가들에 배분하는 의료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영리 병원 천국인 미국을 보면 한국에 비해 위내시경은 25배, 맹장 수술비는 30배가 비싸다”며 “영리병원 설립은 외국인 관광객 유치라는 표면적인 목표보다 대기업의 이익을 불려주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들은 “국민의 건강 생명과 직결된 문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중대 사안으로 시행령 개정안으로 국무회의 통과하는 것은 행정 독재나 다름없다”며 “경제위기 시기에 의료비 폭등을 불러올 송도영리병원 추진 철회하라”고 명확한 반대입장을 밝혔다.


시민단체들도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무상의료국민연대와 의료민영화저지범국민운동본부는 지난 23일 오전 서울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시행령 개정은 영리병원 도입을 위한 신호탄이며 국민 건강권에 대한 포기 선언”이라고 말했다.


무상의료국민연대는 “이번 국무회의 의결은 그동안 영리병원 도입을 위한 법이나 시행령 개정 등이 국민의 저항에 부딪혀 정상적인 처리가 어려워지자 ‘외국의료기관의 개설요건과 개설허가절차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복지부령으로 정할 수 있도록 꼼수를 부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번 시행령 개정의 핵심은 의료 분야를 돈벌이 수단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국민건강보험을 파탄내고 의료기관의 영리행위를 부추겨 의료 체계를 파국으로 몰고 갈 이번 개정안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보건의료노조도 이번 개정안 의결에 대해서 강력한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개정안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촛불투쟁과 같이 강력한 투쟁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보건노조는 “영리병원이 도입되면 국민건강보험 파탄과 의료비 증가 등 우리의 의료체계 및 제도를 심각하게 훼손시키며 국민건강권을 위협할 것이 자명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는 경제자유구역 내 설립되는 외국의료기관은 투자개방형병원의 전국 확대와는 별개 사안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명백한 거짓말에 불과하다”며 “경제자유구역내 투자개방형 병원, 즉 영리병원 도입은 경제자유구역의 확대에 따라 전국적으로 언제든 확대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인천시
정부의 요구와 시민사회단체의 목소리가 양극을 치닫고 있는 현재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이 바로 인천시의 애매한 태도다. 인천시는 ‘필요성이 있다’는 점에서는 인정하면서도 정부의 압박과 여론의 반발 사이에 꽁꽁 묶여있는 셈이다.


지난 19일 지식경제부 김성진 경제자유구역기획단장은 송영길 인천시장과 만난 뒤 “인천광역시가 송도국제병원 건립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 투자개방형 외국의료기관 입지가 부산·진해 경제자유구역으로 변경될 수 있다”고 밝혔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도 “투자개방형 병원을 만들기 위해 추진한 제도 자체가 인천을 위해 만든 제도는 아니다”라며 “투자개방형병원 입지는 다른 지역으로 얼마든지 변경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음이 급한 정부는 인천시에 협박을 해서라도 영리병원을 강행하겠다는 태도다. 반면 송 시장은 이날 “투자개방형 외국의료기관 건립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공공성 확보 차원에서 여러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리병원 유치와 관련해 인천과 경쟁 관계에 있는 부산·진해 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도 “오는 6월 복지부령이 시행되면 의료산업타운으로 조성할 예정인 명지국제신도시에도 이를 건립할 수 있도록 정부에 신청서를 제출하는 등 적극적인 유치 활동에 나설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작년 6월 송 시장은 “송도 영리병원을 일방적으로 추진하지는 않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정작 인천경제청은 영리병원 설립을 위한 실무 절차를 진행하고 있어 인천시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이에 대해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중앙정부가 송도국제병원 건립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만든 상황에서 시의 입장이 애매해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고 있다”며 “최근 중앙정부 곳곳에서 시의 입장을 묻는 전화가 계속되고 있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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