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요 뉴스, '멘붕 뉴스'

정해용

peacepress@hanmail.net | 2012-04-27 18:49:43

‘이 시각 주요뉴스’를 훑어본다. 미국에서 광우병 젖소 발생 관련 기사가 첫머리다.


- 우리나라가 쇠고기를 가장 많이 수입하고 있는 미국에서 마침내 광우병(소해면상뇌증) 소가 발견되었다. 미국 소고기는 한국에선 정치적 의미도 크다. 2007년 이명박 대통령 취임 후 첫 미국 방문에서 소고기 전면 재수입을 결정했을 때 전국적으로 수백만 시민들이 참여하는 반대 촛불 시위가 있었고, 정부는 식지 않는 촛불 열기에 굴복하여 미국과 추가협상 끝에 ‘미국에서 광우병 발생 시 수입을 전면 중단한다’는 조건을 얻어냈다. 광우병 발생 소식과 함께 시민들은 미국소고기 통관 검역이 중단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것은 빗나갔다. 청와대는 ‘괴담식 유언비어를 자제하라’는 말과 함께 검역중단은 없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정해진 매뉴얼조차 지켜지지 않는 것이냐”는 비판여론부터 “촛불이 옳았다”는 주장까지 또 한바탕 시끌벅적하다.


- 국회의원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얻었던 새누리당이 단단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죽은 동생의 부인을 겁탈하려 했다는 포항지역 당선자와, 박사 학위 논문 표절시비에 걸린 부산 지역 당선자가 결국 당적을 포기했다. 새 임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과반의석’은 깨졌고,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25일 “당에서 철저히 검증 못했던 점”을 국민에게 공식 사과했다. 하지만 사과연설이 라디오 전파를 타던 시간에도 또 다른 교수출신 새누리당 당선자 2~3명의 논문표절 시비가 인터넷을 달구고 있었다.


- 이런 와중에도 새누리당은 당내 헤게모니 다툼, 밥그릇 싸움이 치열해 박 위원장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의원 선거에서 예상 외로 선전한 새누리당은 올 겨울로 다가온 대선에 대해서도 한껏 기대에 부푼 눈치. 그 탓인지 차기 유력 후보자인 박근혜 위원장을 둘러싸고 줄서기가 한창인 가운데 측근들 사이 내홍이 언론에 오르내릴 정도로 노골화된 것이다. 아무리 유력주자이긴 하지만 새누리당이나 박 위원장이 넘어야 할 산은 앞으로도 첩첩하다. 당내 경쟁자들의 준비도 만만찮고, 과연 아슬아슬했던 총선 민심을 대선 때까지 붙잡아둘 수 있는가는 더 큰 과제다. 오죽하면 박 위원장이 “이러다 자멸한다”고 경고했을까.


- 이명박 대통령의 후견인으로 불리던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친형 이상득 의원 주변의 금품관련 비리의혹이 거센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최시중씨는 수년전 파이시티라는 민간기업으로부터 적어도 10억 원 이상 돈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최씨는 그 중 일부의 돈을 받은 사실을 시인하고 이 돈으로 당시 이명박 후보 지원을 위한 여론조사 비용 등에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뒤에 개인적 용도로 썼다고 말을 바꾸었지만 민심이 어느 쪽을 믿을지는 모를 일이다. 동시에 로비스트의 수첩에서 이상득 의원의 이름도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의원은 이미 다른 건과 관련해 정치자금법 위반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던 중이다.


- 수원에서 한밤에 귀가하던 20대 처녀가 주택가에서 납치 살해된 사건의 파장은 112 신고센터에 대한 휴대폰 위치추적 허용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시민의 안전을 보살펴야 할 경찰 신고센터가 긴급신고를 받고 신고자의 위치추적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사실이 아이러니지만, 관련 법안은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법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과연 시민들이 그만큼 경찰을 신뢰하고 있는가가 관건일 듯하다. 자신의 동의 없이도 비상시 얼마든지 자기 위치를 추적할 수 있도록 경찰에 허용하겠다는 시민들의 공감대가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 앞뒤를 모르겠고, 옳고 그름의 기본적 판단마저 단순하게 잘 내려지지 않는 이런 세태를 반영하는 시민들 사이의 은어가 ‘멘붕’이라는 말이다. ‘멘탈 붕괴’의 약어란다. 멘탈(mental)은 정신, 정서 등의 의미를 가진 영어고, 붕괴는 국어사전에 나오는 우리말이다. 합쳐보면 ‘정신상태가 붕괴돼 정상을 벗어났다’ 정도의 의미를 갖는 것 같다.


요즘 인터넷에는 꼴불견인 사람들을 찍은 고발 동영상이 종종 올라온다. 지하철에서 노인에게 폭언을 퍼붓는 젊은이, 임신부에게 폭언하는 노인 등등. 공공질서와 상식을 벗어난 영상 속 주인공들도 정상적 멘탈은 아닌듯하지만, 지나치게 욕설을 쏟아 붓는 사람들도 멘탈이 정상범주를 넘어 보일 때가 적지 않다. 언젠가 지하철에서 담배를 피우는 여성의 사진이 공개되더니, 엊그제는 지하철 객실 한 가운데 정말 큰 것을 배설하는 여성의 사진이 공개됐다. 과연 비난이 빗발치는 가운데 ‘안타깝게도 멘붕이었나 보다’는 동정론도 등장했다. 근데 하고 많은 말을 두고 사람들은 하필 국적불명의 ‘멘탈 붕괴’라는 표현을 고안했을까. 영어와 한국어가 섞여 좀 세련되게 들리기라도 하나? 보통 중년의 멘탈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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