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주-김택진, 조만장자의 전쟁

게임업계 1-2위 넥슨-엔씨, 경영권 분쟁 발발

박진호

ck17@sateconomy.co.kr | 2015-01-29 16:12:30

[토요경제=박진호 기자] 대한민국 게임 산업의 1세대이자 양대산맥으로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는 김정주 NXC(넥슨지주회사) 회장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경영권 분쟁에 휘말렸다. 개인 재산 순위에서 상속부자들이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국내 산업 토양의 한계를 넘어 1조가 넘는 자산을 구축한 자수성가형 조만장자(兆萬長者)의 대표적 인물로 꼽히는 김 회장과 김 대표의 대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내 게임업계 최대기업이자 엔씨소프트의 최대주주인 넥슨은 지난 27일, 엔씨소프트의 지분 보유 목적을 기존의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변경한다고 공시했다. 엔씨소프트는 즉각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 시너지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기대를 모았던 게임 산업 1-2위 공룡기업간의 공조가 ‘잘못된 만남’으로 틀어질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성과 없는 협업에 균열 발생
넥슨은 지난 2012년 6월 김택진 대표가 갖고 있던 엔씨소프트의 지분 14.7%를 인수하여 최대주주가 됐으며 현재 15.8%를 보유하고 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지분은 9.98%다.
넥슨은 그동안 엔씨소프트와의 게임 공동 개발 등이 난항에 부딪히며 협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으며, 경영 협력을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최대주주로서 보장된 경영 참여 권리를 행사하겠다는 입장.
김정주 회장과 김택진 회장은 서울대 공대 선후배 사이로 절친한 사이였지만 지난 2012년 함께 시도한 미국 게임업체인 EA에 대한 인수에 실패하면서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당시 양사는 EA를 인수하는 데 뜻을 같이했고, 넥슨의 제안으로 엔씨소프트는 주식을 넥슨에 매각하며 1대 주주 자리를 내주며 협업에 들어갔지만, EA가 매각을 취소하며 양사의 입장이 모호해 진 것이다.
이후 넥슨과 엔씨소프트는 EA 인수 외의 협력 방안을 찾기 위해 고민에 들어갔고 넥슨의 개발자 170여명이 14개월간 엔씨소프트에서 공동으로 게임 개발 작업을 진행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엔씨소프트 측은 “양 사의 DNA가 다르다는 것만 확인했다”는 입장이다.
윤송이 사장 선임 후 전면전 양상
그러나 넥슨 이사회에서는 지분을 보유하고도 1대 주주로서 아무런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에 대한 반발이 제기됐고, 결국 넥슨은 엔씨소프트에 사내이사 직을 요구했지만 엔씨소프트는 단순 투자 목적이라는 약속 위반이라며 이를 거부했다.
오히려 윤송이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업계에서는 윤 부사장의 승진이 넥슨을 자극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넥슨의 지분 보유목적 변경 이전에 자사의 독자경영방침을 넥슨 측에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SBS드라마 ‘카이스트’에서 이나영이 맡았던 ‘이혜성’ 역의 실제 모델인 윤송이 사장은 2004년 월스트리트저녈(WSJ)의 '주목할 만한 세계 50대 여성 기업인', 2006년 세계경제포럼(WEF)의 '젊은 글로벌 지도자'에 선정됐으며, SK텔레콤 CI본부장등을 거쳐 2005년 11월 김택진 대표와 결혼하며 엔씨소프트 최고전략책임자(CSO) 겸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때문에 엔씨소프트에서는 윤 부사장이 신임 사장에 선임된 것에 대해 일반적인 정기인사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넥슨 측에서는 엔씨소프트가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내린 조치로 볼 가능성이 다분하다. 엔씨소프트와 경영권 참여와 관련한 대화를 지속하던 넥슨은 윤 사장의 승진인사 이후 지분 보유 목적 변경을 공식화했다.
3월 주총에서 결론
넥슨은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협업과 민첩한 대응으로 게임 산업의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양사 간의 기존 협업 체제로는 이러한 시너지효과를 내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따라서 상호발전을 통해 양사의 기업가치가 증가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투자자로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엔씨소프트는 넥슨이 지난 해 10월 결정한 단순 투자 목적의 공시를 3개월 만에 뒤집으면서 스스로 약속을 깼으며 전체 시장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넥슨의 일방적인 경영 참여 시도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없으며 오히려 엔씨소프트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1대주주와 창업자 겸 2대주주의 싸움’, ‘30년 지기 절친 선후배의 다툼’ 등으로 비화되고 있는 이번 사태에 대해 넥슨은 오는 3월, 엔씨소프트의 정기주주총회에서 넥슨 측 이사 선임을 추진할 것으로 전해졌다.
주주총회에서 이사를 선임하기 위해서는 발행 주식의 25%와 출석 주주 중 50%의 찬성이 필요하다. 이로 인해 서로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 넥슨 측과 기존 엔씨소프트 측이 서로 우호적인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넥슨이 엔씨소프트의 지분을 추가 매입하거나 완전히 매각하고 손을 떼는 경우의 수도 가능하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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