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년 역사 제약협회 ‘둘로 쪼개진다’
윤석근 이사장, 2달 만에 사퇴 임박
전성운
zeztto@sateconomy.co.kr | 2012-04-27 16:01:10
지난 2월 제약협회 신임 이사장 선임 과정에서 생긴 갈등으로 인해 현재 제약업계는 ‘대형사’와 ‘중소형사’의 두 부류로 나뉘어 대립하고 있다. 새롭게 협회 이사장에 선임된 윤석근 일성신약 대표는 소위 ‘대형사’들에게 협회 복귀를 요청하고 있지만 대형사들의 태도는 완강하다.
업계는 “윤 대표가 이 상황을 더 이상 유지하기 힘들어 조만간 사퇴할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두고 일각에서는 “대형사들이 보건복지부를 떠나 지식경제부 품으로 가려는 것 아니냐”라며 “윤 이사장은 희생양”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67년 전통의 한국제약협회가 양분 위기에 내몰렸다. 지난 2월 선임된 윤석근 신임 협회이사장에 대해 매출 상위 제약사들이 반발하면서 별도 협회를 만드는 방안까지 제기되는 등 내분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 16일 업계에 따르면 동아제약, 녹십자, 대웅제약 등 매출 상위권의 약 30개 회사는 ‘한국제약산업혁신포럼’에 참여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포럼은 윤 이사장에 반대하는 세력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제약업계 안팎에선 이 같은 포럼 확장이 별도 협회 설립을 위한 수순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포럼 관계자는 “협회비로 매년 약 1억원을 내는 회사가 2천만원 내는 작은 회사를 리더로 따를 수 있겠느냐”며 “아직은 글로벌 마케팅 등 제약산업의 발전을 논하는 수준이지만 추후 상황을 검토해 별도 협회로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윤석근 이사장이 용퇴할 때까지 협회비를 내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포럼에 참여키로 한 제약회사 중 10여개사는 두 달째 협회비를 내지 않아 미납금만 2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한국제약협회 소속 190여개 제약사는 매출 상위회사와 중·소회사로 분리된다.
◇ “윤 이사장, 회원사들 외면 자초”
이 갈등은 지난 2월 제약협회 이사장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비롯됐다. 협회는 그동안 상위사 중심으로 이사장을 추대했으나 중견제약사들 사이에서 개혁 요구가 나오면서 처음 선거를 치렀다. 당시 명확한 규정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선거가 진행됐고 갈등을 빚다 결국 선거에 참여한 45개사 가운데 11개사가 집단 퇴장 했고, 결국 윤 이사장이 선출됐다. 이런 내부 분열로 제약협회는 보건복지부의 약가인하 정책에 맞서기로 했으나 소송에서 조차도 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윤 이사장은 “전임 임원사 등 기존 원로 제약사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지만, 갈등은 현재진행형으로 신임 이사장은 현재 새 집행부를 이끌 이사장단 15개사를 모집하고 있으나 제안을 받은 19개사 중 1개사만 승낙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같은 상황에 몰린 것은 회원 제약사들의 마음을 읽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회원사들은 일괄약가인하 소송에 솔선수범 하는 희생적 자세로 앞장 서 이끌어 줄 것을 기대했으나 정부와는 화해를 서두르고 전임 집행부와는 성급히 결별을 내비쳐 회원사들의 외면을 자초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그는 정부에는 확실하게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고, 반면 자신과 갈등관계에 있던 전임 집행부와는 결별을 선언했으나 이는 많은 회원사들이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그 결과 부이사장으로 추천된 대다수가 그의 집행부에 참여하는 것을 사양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전임 집행부 역시 제2 제약협회 창립 가능성까지 내비치며 그에게 적개심을 드러냈다.
윤석근 이사장 취임 직후까지만 해도 “정식 절차를 통해 이사장에 선출된 그를 도와줘야 하지 않겠느냐”는 입장이었던 일부 원로급 및 중견 제약사들 조차도 그에게 등을 돌렸다.
◇ 전임 집행부 “거취 표명 확실히 해야”
업계에서는 조만간 윤 이사장이 사퇴를 결정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5일 윤 이사장은 측근들을 통해 사퇴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윤 이사장측은 최소한의 모양세를 갖춘 퇴진을 희망하며 원로자문위원 및 전임 집행부와의 관련 문제 협의를 위한 만남을 요청해 왔으나 전임 집행부로부터 긍정적 답변을 얻지 못해 왔다.
전임 집행부는 “윤 이사장 퇴진 문제 협의를 위한 만남은 있을 수 없으며, 우선 퇴진을 공식화 하고 만나는 문제는 차후 일”이라는 입장이다. 만약 윤 이사장이 퇴진을 공개 천명한다면 전임 집행부측에서도 전향적 자세를 보일 가능성도 없진 않다.
이와 관련해 전임 집행부 관계자는 “윤석근 이사장의 결정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일단은 지켜보자는 입장”이라며 “윤 이사장이 용퇴하겠다는 거취표명을 확실히 한다면 협회발전을 위해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윤 이사장의 용퇴가 확실해진다면 제2협회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왔던 미래포럼도 제약협회 내부 단체로 활동할 가능성이 크다. 포럼 관계자는 “미래포럼은 연구개발 관련한 정책개발이 목적”이라며 “협회 운영이 정상화 된다면 굳이 밖에서 따로 갈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 “제2제약협회는 지경부로?”
제2의 제약협회 설립설 등 제약업계 내분이 격화되는 가운데 업계 일각에서는 또 다른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번 대립이 겉보기엔 윤석근 신임 이사장과 전임 집행부간 갈등양상이지만 실제로는 제2 제약협회가 목적이고, 보건복지부가 아닌 지식경제부 산하로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실제 업계 내에서는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5일 <약업신문>에 따르면, 약가인하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제약협회가 지식경제부 산하로 가야 한다”는 얘기들도 곧잘 흘러 나왔고 현재 연관지을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제약업계 인사는 “유력 모 제약사 사장이 바이오협회 이사장이고 이 회사는 최근 지식경제부 산하 바이오협회 회장사와 협약도 체결했다”며 “다른 유력 회사도 유통시스템과 관련해 지경부로부터 지원을 받았고 모 제약사 간부는 지경부를 자주 방문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전했다.
그는 “사무국은 제약협회 내 두겠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이는 복지부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나온다”며 “지경부 등록단체로 갈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즉, 제2 제약협회는 사실이고, 지식경제부와 연관됐을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내에서는 지식경제부와 모종의 거래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때문에, 이번 내분 양상에서 윤석근 이사장은 ‘희생양’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있다. 전임 집행부 쪽에서 애초부터 이사장직은 관심이 없었다는 분석이다. 윤 이사장이 제약계에 가장 중요한 사안이었던 약가소송을 취하하며 소송에 대한 부담을 던 것처럼, 지금 상황도 마찬가지라는 시각이다.
다른 관계자도 “집행부 참여 문제는 개별 회사들의 문제일 뿐 오히려 제2제약협회와 관련한 각종 얘기들에 명쾌히 결론을 낼 필요가 있다”며 “오해를 받으며 피해를 볼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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