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관사 재시험 실시하라”

주관사 응시생들 “시험 난이도 조절 실패” 연이어 시위

최정우

olasan@paran.com | 2007-11-19 10:31:41

건교부, 주공 “재시험은 검토 않는다. 원칙대로 갈 것이다”


“건설교통부는 주택관리사(보) 재시험을 실시하라”, “이번 시험 방관하면 분신자살도 불사할 것이다” 지난 12일 경기도 과천정부종합청사 운동장.


지난달 21일 실시된 제10회 주택관리사(주관사)보 자격시험응시생 500여명이 “주관사보 시험을 다시 치르라”며 시위를 벌였다. 주관사시험 응시생들의 이번 시위는 이달 들어 네 번째.


지난 1일 분당 주택공사에 이어 4일 서울 세종로 시민열린공원, 8일 밤 서울 보신각 인근에서 촛불시위를 각각 가졌다.


이들은 또 정답이 발표되는 오는 29일까지 재시험을 요구하는 집회를 계획하고 있는 상태여서 제10회 주관사 시험문제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관사 시험응시생들이 시위를 벌인 이유는 올해 실시한 자격시험이 예년에 비해 과목간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응시생들의 사이에서는 “이번 시험에서 합격할 수 있는 비율이 1%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


지난해부터 주택공사가 시행하고 있는 주관사 시험은 같은날 1·2차 시험을 모두 볼 수 있고, 1차시험만 본 뒤 다음회 때 2차 자격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주공에 따르면 올해 치러진 제10회 시험에는 총 2만6천458명이 원서를 접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1차에 응시생한 사람들은 1만8천348명, 2차 1만7천145명으로 각각 집계됐다.


응시생들 재시험 요구하는 이유는?
“특정과목 출제범위 벗어난데다 과목간 난이도 조절 실패” 주장


제10회 응시생들이 재시험을 요구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시험 과목 가운데 특정과목이 출제범위를 벗어난데다 과목간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다는 점이다.


이는 10회 응시생들로 구성된 ‘제10회 주택관리사 재시험 추진위원회(위원장 이병술)’가 내놓은 ‘대한주택공사 시험관리 엉터리 주택관리사시험 응시생들 집단반발’ 자료에서 밝혀진 것이다.


제10회 시험 재시험 추진위원회에 따르면 응시생 가운데 1차 시험에서 대거 탈락이 예상됨에 따라 지난 1일 주공 국정감사 당일 전국에서 모인 수험생들이 시위를 벌인 바 있다.


추진위는 “또 이번 시험문제를 놓고 여러 학원 강사들도 출제 잘못에 대한 의견을 재시험추진위 카페에 올리고 있다”며 “지난 2005년 재시험을 치른 제15회 공인중개사시험 사태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추진위는 특히 “올해 시험은 특정과목에서 출제범위를 일탈, 다른 과목들도 주어진 시간내 풀기 어렵고 난해한 긴 지문이 출제됐다”면서 “이는 주택공사가 합격률을 낮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취한 부당한 횡포인 만큼 (이번 시험은)원천무효”라고 주장했다.


진정서 제출 “올 합격률 극히 저조, 재시험 치러야” 재차 강조
“이번 시험은 합격자 선발이 아니라 불합격자 양산한 시험이다”


재시험 추진위 이병술 위원장외 17명은 또 건설교통부에 진정서를 제출, 시위 내용과 마찬가지로 “재시험을 치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진정서에 따르면 “지난해 시험 합격률 16%에 비하면 올해 시험은 고난이도의 시험”이라면서 “특정과목으로 합격과 불합격을 결정하는 의도적 출제”라고 말했다.


진정서는 또 “(합격과 불합격을 결정하는) 특정과목은 1차 시험 과목인 시설개론으로 이번 수험생 평균점수는 40점이하로 예상되며, 3분의 1정도가 출제범위외의 문제인데다 난해한 수준의 문제가 많았다”고 밝혔다.


진정서는 이와함께 “이보다 더 심한 것은 시험범위 밖의 문제가 전체의 3분의 1수준으로 시중 어느 수험서에서도 볼 수 없는 문제가 출제됐다”며 “이는 주공홈페이지에 올려져 있는 내용 중 40문항 중 29문제 이상을 풀 수 없었다는 어느 학원강사의 고백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응시생들 “문제 어려워 29문항이상부터는 찍었다”


이에 따라 29문항이후부터는 소위 골라찍는 현상도 발생했다.


실제로 이번 주관사보 자격시험에 응시한 A모씨는 “이번 시험이 어려워 29문항이상은 특정숫자를 골라 찍었다”고 말했다.


재시험 가능할까?
응시생 “재시험 봐야 한다. 난이도 조절 실패한 공인중개사 시험도 또 다시 치렀다”
건교부, 주공 “재시험은 원칙적으로 없다”


문제는 난이도 조절실패를 시험을 주관하는 건설교통부와 시행기관인 주택공사가 이를 받아들여 재시험을 치를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러나 건교부와 주공은 응시생들의 재시험 요구와는 정반대 입장이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최종 정답과 합격자가 오는 29일과 30일에 각각 발표되는 만큼 현재로선 재시험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건교부 주거환경팀 관계자는 “응시생들 사이에 이번 시험 합격률이 낮을 것이란 예상을 하고 있고 정부측에서도 이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정답과 합격자가 발표되지 않은 마당에 재시험여부를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건교부는 또 “응시생들의 말처럼 합격률이 1%가 안된다하더라도 또 다시 시험을 볼 수는 없다는 것이 원칙이다. 재시험은 검토조차하지 않고 있다”며 응시생들의 재시험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것임을 강력 시사했다.
시험을 시행했던 주택공사 역시 건교부와 같은 입장이다.


주공 관계자는 “아직 정답과 합격자가 발표되지 않았기 때문에 재시험을 고려치 않고 있다”면서 “설령 합격률이 1%가 되지 않는다 해도 재시험은 치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응시생들 “난이도 조절 실패로 공인중개사시험도 또 다시 치렀는데
주관사 시험은 왜 재시험 볼 수 없느냐”


정부의 이같은 입장에도 불구하고 응시생들이 끊임없이 주관사 재시험을 요구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난이도 조절 실패문제로 인해 재시험을 치렀던 자격시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부 공인중개사들 사이에 불려지고 있는 이른바 ‘과천 정부청사 난입사건’으로 지난 2005년 5월 15회 공인중개사시험을 다시 보게 된 것.


재시험을 이끌어 냈던 과천정부청사 난입사건은 지난 2005년 1월 발생한 것으로 당시 제15회 공인중개사시험 불합격자 500여명이 건설교통부 앞 청사를 지키고 있던 전경들을 밀치고 청사로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공인중개사 시험 불합격자들이 청사 문을 부수고 일부는 담을 넘기도 했다. 불합격자들이 청사를 밀치고 들어간 것은 난입사건 전해인 2004년 11월 제15회 공인중개사 시험 합격률이 저조했고, 저조한 이유는 중개사시험의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건설교통부, 토지공사 등에 따르면 제15회 공인중개사 시험에 응시한 사람은 12만2천310명으로 이 가운데 1천805명만이 합격했다. 합격률은 1.47%였다.


이같은 합격률은 13회(응시생 15만9천795명) 11.9%, 14회(응시생 14만7천500명) 19% 등에 비해 턱없이 낮은 비율이다.


공인중개사시험에서 불합격한 사람들이 과천청사에 난입하는 사건이 벌어지자 건교부는 2005년 5월 또 다시 제15회 공인중개사시험을 치렀다. 결과는 34.5%의 합격률을 기록했다. 응시생 8만8천919명 가운데 3만680명이 합격을 한 것이다.


이와관련 건교부 주거환경팀 관계자는 “지난 15회 공인중개사시험이 난이도 조절 실패로 합격률이 저조하자 재시험을 치룬 사례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이번 주관사보 시험을 다시 치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한편 제10회 주택관리사 재시험 추진위원회는 재시험과 관련된 대책, 대책에 따른 행동 등을 추가로 계획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주관사 재시험문제를 둘러싼 정부측과의 갈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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