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정신병원 환자 학대사실 드러나

전화보고만으로 격리·강박하고 식사 도중 폭행

홍승우

hongswzz@naver.com | 2015-01-29 14:05:10

▲ 한 정신병원에서 자신에게 욕설했다는 이유로 보호사가 식사하던 입원 환자를 폭행하는 모습이 병원 CCTV에 찍혔다.
[토요경제=홍승우 기자] 한 정신병원이 입원치료를 받던 70대 노인을 17시간 이상 묶어 놓았다가 숨지게 한 사고가 인권위에 의해 뒤늦게 드러났다.

지난 28일 인권위에 따르면 피해자 전모(당시 72세)씨는 지난 2013년 11월 22일 알코올 의존증 치료를 위해 A정신병원 폐쇄 병동에 입원했다.


진료당시 혈압이 높은 것 외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었지만 원장 최모(37)씨는 알코올 금단증상을 보인다며 입원 당일 오후 4시 55분부터 오후 8시 10분까지 격리·강박했다. 이어 다음날 전 씨가 불안해하며 잠을 자지 않고 낙상 위험이 있는 행동을 반복한다는 간호사 전화통보만 받고 오전 2시 40분부터 오후 8시 30분까지 약 17시간 50분 정도 또다시 격리·강박했다. 전날과 합쳐 한나절 정도를 꼬박 격리·강박한 것이다.


결국 전 씨는 11월 25일 상태가 나빠져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지고 말았다.


이에 인권위는 최 원장이 직접 상태를 관찰하지 않고 간호사의 말만 전해 들어 격리·강박을 판단·지시한 것은 헌법과 정신보건법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인권위는 전 씨의 사망과 최 원장의 격리·강박 지시에 인과관계를 인정한다고 판단해 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한편 또 다른 병원에서도 환자 폭행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줬다.


해당 B병원에 입원해있던 박모(35)씨가 지난해 11월 25일 보호사 장모(38)씨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진정을 제기했다.


조사결과 지난해 11월 15일 아침배식을 하던 장 씨는 박 씨가 “밥을 더 달라”고 하자 거부했다. 이에 박 씨의 “저 ◯◯ 때문에 이 병원이 발전을 못해”라는 욕설을 들은 장 씨가 식사하던 박 씨를 발로 차 쓰러뜨려 몸으로 짓누르며 목을 조르는 등 폭행한 사실이 확인됐다.


공개된 폐쇄회로(CC)TV를 보면 박 씨는 발버둥을 치다가 겨우 일어나 장 씨를 향해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며 비는 모습이 나온다. 이어 장 씨는 빌고 있는 박 씨를 향해 한 번 더 발로 찬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폭행보다 현장에 같이 있던 사람들의 반응이다. 인권위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태연하게 식사를 하는 모습으로 미뤄볼 때 폭행 상황은 일상적으로 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보호사 장씨를 정신보건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B정신병원장에게 폭행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과 직원들에 대한 인권교육을 권고했다.


특히 전체 정신병원 관련 진정 가운데 가혹·폭력에 관련된 경우가 14.3%로 입원 관련 진정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인권위는 정신병원 내 폭행 방지 대책으로 ▲ 진정제기 없이도 가능한 방문조사 활성화 ▲ CCTV 보존기간 1개월 이상 의무화 등을 제시했으며, 격리·강박과 관련해서는 올해 실태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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