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을 올리면 콘텐츠 질이 좋아져?”

정부 ‘콘텐츠 강화’ 실효성 논란

전성운

zeztto@sateconomy.co.kr | 2012-04-20 15:17:28

문화체육관광부는 한류스타와 콘텐츠를 다른 산업과 연계하는 등 콘텐츠 경쟁력 강화와 한류를 지속하기 위한 실천전략을 발표했다. 문화부는 ‘한류’를 넘어서 ‘글로벌’로 나아간다는 구상아래 K-POP 공연장 건립과 글로벌 영화제작 스튜디오 건립 등에 ‘수백억’을 쏟아 붇는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과 콘텐츠 산업에 조금이라도 발을 담근 사람들은 비판적 의견을 내비치고 있다.


지난 17일 문화체육관광부는 ‘스토리 창조역량 강화’, ‘콘텐츠 펀드 조성’등을 골자로 하는 ‘콘텐츠 글로벌 경쟁력 강화’을 발표했다. 또한 소위 ‘한류’의 첨병으로 불리는 ‘K-POP'을 위한 대형 공연장과 해외 로케이션을 유치할 ’글로벌 영화제작 스튜디오‘ 건립 등을 내세웠다.


◇ “1500억 들여 대규모 공연장 만든다”
우선 정부는 ‘스토리 창조원’을 설립, 창작 공간을 제공하고 현장 연계프로젝트, 공모전 등 스토리텔링 활성화를 위한 종합 지원시스템을 구축한다. 정부는 “매력적인 스토리는 콘텐츠 성공의 핵심요소”라며 “높은 제작비·명배우·CG 등 문화기술적 요소가 갖춰져도 스토리가 부족한 콘텐츠는 성공을 보장하지 못한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또한 국내 콘텐츠 업체의 대부분이 중소업체로서, 물적 담보가 부족하고 시중 금융제도 활용이 어려워 경영애로사항 1순위로 ‘자금조달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을 감안, 정부는 2015년까지 총 7300억 규모의 콘텐츠 펀드 추가 조성 추진한다.


또한 청년창업융자지원, 콘텐츠 공제조합설립, 완성보증 확대 등 다양한 보증융자제도를 확대하고, 콘텐츠 융자재원을 확충할 예정이다.


정부는 공연인프라 확대에도 앞장선다. 정부는 “현재 ‘K-POP’은 내외국인 모두에게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한류 콘텐츠로 인식되고 있음에도 공연 인프라는 열악하다”며 “1500억을 들여 대규모 공연을 위한 아레나형 다목적 공연장 건립과 수도권 내 1만5000석 내외의 K-POP 공연장 등 한류 지속화를 위한 기반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화 제작 프로젝트의 글로벌화, 신규시장 진출확대를 위해 글로벌 스튜디오 건립도 추진한다. 정부는 “내수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영화제작 인프라의 대외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6,600㎡ 규모의 대형스튜디오를 포함 4개의 스튜디오와 디지털후반작업시설 건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콘텐츠산업 특성상 영세한 중소형 기업체 비중이 높아 대형 사업자에 의한 불공정 거래 관행 등으로 피해가 많이 발생하고 있으나,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제도가 미흡하거나 활성화 되지 않은 실정을 감안, 분야 및 거래 유형별로 표준계약서를 개발?보급하고 사용 활성화 시킨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정부는 만화·애니메이션·인디음악과 단막극, 다큐멘터리 제작 지원 확대를 통해 K-POP이외의 ‘한류’ 활성화를 위한 대책도 마련했다. 여기에 한류 콘텐츠를 유통할 토종 플랫폼 육성에도 나선다.


◇ “전형적인 보여주기 정책”
겉보기엔 그럴싸해 보인다. 그러나 하나하나 뜯어보면 허술하기 짝이 없는 대책이다. 배포한 자료 첫 장부터 문화부가 얼마나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지 문제가 드러난다.


정부는 “콘텐츠 산업이 작은 내수시장을 벗어나, 세계시장이라는 바다로 나아가기 시작한 지금이 국가적 차원에서 신성장동력이자 전략 산업으로 육성해야 하는 시점이다”라고 밝히고 있지만, 이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이야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내수시장이 작으면 당연히 내수시장을 키울 생각부터 하는 게 우선 아니냐”라고 비판했다. 그는 “높으신 분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현대·삼성 등 대기업들은 모두 내수를 바탕으로 해외에 진출해 성공한 사례들”이라며 “K-POP으로 획일화된 지금의 형편없는 문화시장을 튼튼하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내세운 대책들이라곤 대형 공연장, 대형 스튜디오 건립 등 전형적인 ‘보여주기 정책’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대형 공연장과 대형 스튜디오를 원하는 이들은 결국 ‘대기업’이고 이는 현재의 ‘독점적’ 시장 형태를 고착화 시킬 뿐이라는 지적이다. 때문에 이번 정책은 문화 콘텐츠의 ‘독점’현상을 더욱 가속화 시킬 가능성이 높다.


대형 공연장이 들어서면 주변에 상권이 형성되고 그곳에 ‘땅’을 가지신 분들은 부자가 되겠지만 문화 콘텐츠의 질적 향상으로 이어질 개연성은 높지 않다. 업계 관계자들이 “문화부인지 국토해양부인지 구별인 안 되는 정책”이라고 비판하는 이유가 바로 이점이다.


한 독립음악인은 “음악인이 무엇을 만들어내든 ‘소비되는 상품’으로 취급받는 곳이 대한민국”이라며 “애초부터 철저하게 ‘상품’으로 만들어진 ‘K-POP’과 동일선상에 놓고 경쟁력을 키우라는 이야기가 가장 엉터리”라고 지적했다.


영화계 관계자들도 비판의 칼을 세웠다. “십수년전부터 영화제작인 표준계약서 도입을 통한 인건비 현실화, 대금 정산 투명화 등을 외쳐왔지만 ‘대기업’들이 지배하는 영화판에서 정부는 항상 그들 편이었다”며 “이번 대책 또한 그저 보여주기에 불과하다”고 한 영화계 관계자는 말했다.


한 웹툰 작가는 “정부 지원 없어도 우린 여태껏 잘해왔다”며 “지원을 빌미로 검열이나 하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얼마 전 있었던 웹툰 검열 사태를 들어 비판했다.


가장 어이없어 하는 곳은 게임업계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그 어떤 콘텐츠 산업보다도 게임은 막대한 부가가치를 만들어낸다”며 “한쪽에선 열심히 우리를 죽이려 하는데 해준 것도 없는 정부가 이번엔 아예 우리를 ‘콘텐츠’에서도 배제했다”고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1년 콘텐츠 산업 통계’를 보면 이는 명확하다. 2010년 음악산업의 매출액 2조9591억원중 부가가치액은 1조1428억원으로 그 비율은 38.62%다. 같은해 영화 산업 매출액은 3조5779억, 부가가치액은 1조1692억 원, 부가가치율은 32.68%였다. 그러나 게임산업은 매출액은 7조4311억원에 부가가치액 3조7683억원으로 부가가치율은 무려 50.71%에 달한다.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 전문가들은 ‘대기업의 유무’라고 명쾌한 정답을 내놓았다. 독점과 담합의 대표명사인 ‘대기업’은 게임산업에서는 존재하기 힘들다. 현재 게임산업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업체들은 NC소프트나 넥슨, NHN으로 우리가 일반적으로 인식하는 ‘대기업’과는 거리가 멀다. 또한 산업 구조적 특성으로 인해 독점과 담합이 존재하기 어렵다는 점도 한 몫 한다.


한 전문가는 “영화산업은 철저하게 ‘대기업’에 의해 독점 운영 되다시피 하고 있으며 예쁜 아이돌들을 내세우는 K-POP은 ‘보여주기’에 좋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정책의 핵심은 역시 ‘토건’이라며 “어떤 분이 땅값 이익을 볼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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