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하나금융 戰雲 고조…금융권 '엇갈린 시선'
"통상적 CEO 선임절차 도 넘은 관치금융" 신적폐 우려 확산<br>"본연의 업무 보는게 관치라니? 장기집권 위한 술수" 비판<br>최종구 "김정태 음해? 내가 그렇게 얄팍해 보이나" 일침
유승열
ysy@sateconomy.co.kr | 2017-12-19 17:05:16
[토요경제=유승열 기자] 금융지주 경영권 승계 절차 등 회장 선임 과정에 대한 금융당국과 하나금융지주의 설전이 전면전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하나금융은 '김승유 배후설'을 기정사실화하며 당국을 향해 관치금융을 비판하자, 금융당국은 더이상 말로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한 금융권의 시각은 상이하다. 금융당국의 관치금융이 도를 넘고 있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당국이 본연의 업무를 하는 것인데 너무 정치색을 입히는 것 아니냐며 하나금융을 지적하는 시각도 있다.
지난 17일 윤종남 하나금융 이사회 의장은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하나금융은 국가에서 운영하는 곳이 아니다"라며 "지나치면 자칫 관치 금융이 살아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어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 때는 (이사회에) 경기고나 고려대 출신이 많았다"며 "현재는 지역적으로도 골고루 분포되고 김정태 회장과 지연·학연·혈연으로 연결된 사람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18일 서울 역삼동 소재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기업구조혁신 지원방안 추진 간담회에서 "그 이야기는 그만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앞서 최종구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CEO 스스로 (자신과) 가까운 분들로 CEO 선임권을 가진 이사회를 구성해 본인의 연임을 유리하게 짠다는 논란이 있다"며 '셀프연임'을 비판했다.
이에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지난 4일 "조직에서 CEO(최고경자)를 했던 임원들이 음해성 소문을 내고 있다고 들었다. (사실이) 아니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김승유 전 회장의 측근들이 김정태 회장을 밀어내려 음해하고 있다는 소문이 커졌다. 최종구 위원장과 최흥식 금융감독원장도 김승유 전 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이에 최종구 위원장은 11일 "대주주가 없다 보니 현직이 자기가 계속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어, 개선책을 강구해 나갈 것"이라며 "민간회사 인사에 개입할 의사도 없고 여태껏 그러지도 않았다"고 일축했다.
이같은 설전이 이어지자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을 향해 관치금융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확산됐다. 3연임을 막기 위해 금융당국이 압박을 주는 것은 지나친 개입이라는 것이다.
이어 이전 정부의 적폐를 없애고 새정부의 신(新)적폐가 금융권을 장악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금융당국은 관치를 그만 두고 금융산업과 시장을 어지럽히는 행위를 그만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반면 일각에서는 정반대의 의견이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은 금융산업의 건전한 성장과 발전을 위해, 금융소비자 권익보호를 위해 감시감독을 하는 기구다. 때문에 금융지주가 제대로 경영되고 있는지 감시하고 막는 것은 본연의 업무다. 이를 관치금융으로 몰아세우는 것은 지나친 '물타기'라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 위원장의 발언은 금융사가 제대로 건전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감시감독하겠다는 것이다. 당국이 자신의 일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불합리적인 지배구조를 검사해 잘못된 점을 개선하고 정상화시키겠다는 것인데 이게 왜 관치금융이냐"고 말했다.
또 윤종남 의장의 발언을 두고 '김승유 배후설'을 기정사실화하고 금융당국을 관치금융의 중심으로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회장을 우두머리로 한 기업 내 주도세력들이 장기집권을 하기 위해 금융당국을 내몰아야 할 적폐세력으로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정태 회장이 직접 나선다면 사태가 종잡을 수 없이 커지기 때문에 윤 희장이 '행동대장'으로 나섰다는 분석도 나왔다. 윤 의장은 사외이사였던 박문규 에이제이 회장, 현 사외이사인 김인배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와 함께 '김정태 라인'으로 여겨진다.
최종구 위원장이 말을 아낀 것도 더이상 말로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여겨지고 있다. 더이상 왈가왈부해봤자, 시장만 어지럽기 때문에 묵묵히 당국의 일을 하겠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내년 1월 주요 금융지주들의 경영권 승계 절차, 회장후보추천위원회 구성·운영 등에 대한 검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이달말 조직개편에 따라 금융그룹을 담당하게 될 '전략감독'이나 '감독총괄' 부서가 검사반을 편성할 예정이다.
최흥식 금감원장도 19일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금융당국의 셀프연임 지적이 김정태 회장을 노린 게 아니냐는 지적에 "내가 그렇게 얄팍해 보이나"라며 반박했다.
그는 "하나금융·KB금융 검사는 일정이 있었던 것이며 그것에 따라서 한 것이지, 특정인을 노려서 한 건 아니다"며 "통상 감독기관이 해야 할 의무 중 의무다. 안 했다면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 수장들은 금융그룹 지배구조에 대한 발언 하나하나가 하나금융에 당국을 비판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는 것이기에 말을 아끼는 것 같다"며 "대신 본연의 업무를 철저히 해 결과로 말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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